중국이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현황을 매일 완전 공개하기로 선언했음에도 불구, 상하이(上海)시가 아직도 이를 ‘국가기밀’로 규정하고 있어 조직적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
상하이 현지를 취재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상하이시 부시장 보좌관의 말을 인용, 중국 중앙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철수 사태를 우려해 상하이시를 ‘사스 없는 도시’로 선전하라는 지침을 이번주 초 시당국에 시달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 상하이 사스>
***의사는 시인, 병원장은 부인**
상하이시 보건 당국자들은 현재 상하이 거주 외국인 2명명만이 사스에 감염됐고 감염의심 환자는 16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숫자는 24일 현재 베이징시의 감염자가 모두 7백74명인 점에 비춰 볼 때 비정상적으로 적은 숫자다. 중국최대도시로 사스의 발원지인 광둥성에 인접한 상하이에는 1천6백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사스는 이미 중국 전역에 걸쳐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현장 의료진들은 정부 발표의 신빙성에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한 예로 상하이의 사스 은폐 의혹을 조사중인 세계보건기구(WHO) 시찰단들이 열람한 서류는, 제6인민병원의 한 의사가 “상하이 사스 문제의 삭제판(sanitized version)”라고 표현한 축소조작 문서라고 의료진들은 주장했다.
상하이 전염병 전문 병원의 한 의사는 “사스 의심 환자로 우리 병원에 입원한 사람만 30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상하이의 사스 판명 기준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너그로워 만약 홍콩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들의 대부분이 사스 환자로 판명될 것”이라고 폭로했다.
상하이 화산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도 “우리 병원에 사스 감염의심 환자가 7명이 입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산병원 공보판공실 당국자는 "사스 감명의심 환자가 전혀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환자들은 현재 버려진 건물에 임시로 격리 수용돼있다고 전해졌다.
의료진들은 전염병 치료용 특수 복장도 입지 않았다.
<타임> 기자가 23일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외국인들을 안내하기 위해 대기중이던 공안이 데려간 곳은 고층 병원이었는데 그곳 의료진만 특수복을 입고 있었고 보호실 주변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었다. 이 기자는 “호흡기 클리닉”이라고 영어로 써 있는 표지판이 최근 새로 만들어진 듯 보였다고 전했다.
상하이 제6인민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감시 센터 역할만 하고 있다"며 의심 환자가 있다는 것을 부정했다. 그러나 <타임>기자가 원장을 만나기 10분전, 기자를 세계보건기구 직원으로 오인한 이 병원의 한 의사는 14살짜리 사스 의심 어린이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공산당 당국자, “정부 공개보다 많다는 식으로 보도말라”**
사스 공포로 상하이시에서 열리기로 한 대규모 행사는 이미 취소됐고 상하이가 자랑하는 오토쇼도 일정을 축소해 폐막됐다. 상하이 공산당 당국자들은 지난 23일 현지 관영 언론들과 내부 비밀 모임을 갖고 상하이시도 사스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언론이 사스예방책을 보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한 기자는 국제보건기구가 상하이 당국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다는 당국자들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공산당 당국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상하이시의 사스 환자수는 아직 국가기밀"이라고 경고하고 "정부가 공개하는 것보다 많다는 식으로 보도를 해서는 안되며 환자 인터뷰를 해서도 안된다"고 지시했다. 내부 모임을 취재한 한 기자는 “독자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고 불평을 터뜨렸다.
사스의 실제 현황에 대한 은폐 의혹을 짙게 하는 상하이시 공산당 당국자들의 말은 중국이 아직도 사스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치 않고 있다는 비난을 사, 앞으로 중국의 국제신인도를 한층 떨어트리는 작용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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