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이어 22일 호주 일간지가 또다시 북한 영변 핵시설 및 휴전선 군사시설에 대한 미국의 북폭 계획을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인 군사공격도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미국내 한반도전문가의 반론이 제기돼 주목된다.
미국 국방부등 북폭을 주장하는 매파들은 북폭을 하더라도 북한이 감히 반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턱없는 얘기라는 반론이다.
***"북폭시 전면전 확률 80%, 북한 용산기지 공격할 것"**
<사진: 영변 핵시설 지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케이토(CATO) 연구소 덕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기고한 '북한은 이라크의 '교훈'을 적용할 곳이 아니다(N. Korea Is No Place to Apply Iraq 'Lessons')' 제하의 글을 통해 "북한은 이라크로부터 적절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미국내 대표적 매파인 존 볼튼 국무차관의 말은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의 시사라며 북한의 보복 공격으로 인한 전면전 확대 가능성을 강력 경고했다.
밴도우는 레이건 행정부시절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역임했고 <인계철선: 변화하는 세계에서 한국과 미국의 대외 정책>이란 저서를 썼으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보수성향의 한반도 전문가이다.
보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그가 미 국방부 매파들의 북폭 계획을 크게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군사 공격을 받아들일 '북한의 인식'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선제공격 정책, '악의 축' 지칭, 이라크 전쟁 등의 이유를 들며 "북한은 미국의 제한적 공격을 정권 교체를 위한 전쟁의 시작으로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의 보복 공격은 정권 수호를 위해 필연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91년 1차 걸프전을 분석한 북한 군부가 이라크의 패배 이유를 '수세적 대응'에서 찾고 있다는 탈북 북한전문가 조명철 박사의 말을 인용했다. 조명철 박사는 "북폭시 전면전 확률은 80%"라며 "북한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먼저 공격하고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북한의 시각을 전했다.
이같은 근거를 통해 밴도우는 북폭을 하더라도 북한이 보복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은 '무모한 도박(wild gamble)'이라며, 설령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한다 하더라도 모든 핵 자산을 파괴할 수도 없고 오히려 주변국에 방사능 낙진 피해만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밴도우는 특히 "북한은 미국의 군사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용산 미군기지에 대해 제한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그럴 경우에도 전면전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한국에서 군부에 대한 민간 통제에 위협을 가할 수 있고, 노무현 정부의 희망에 반한 미국의 행동으로 한국인들이 죽는다는 인식은 한미간의 심각한 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논의했다며 '북폭론'을 재차 확인해주면서, 북핵 문제가 부시 행정부에게 가장 난제가 될 것이지만 "군사행동은 무시무시한 파괴를 가져온다"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다음은 덕 밴도우 칼럼의 전문이다.
***"북한은 이라크의 '교훈'을 적용할 곳이 아니다"**
존 볼튼 국무차관이 북한은 "이라크로부터 적절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 의미는 뚜렷했다. 미국이 북한에 해병대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미 행정부는 미국의 강경입장이 북·중·미 3자회담을 이끌어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회담이 난항에 빠지거나 실패할 경우, 볼튼의 발언은 전쟁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어떤 일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것은 제한적이고 신속했으며 희생자가 적었던 이라크식 전쟁이 아니다. 제한적 군사공격도 한반도에서는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는 엄청난 사상자와 광범위한 황폐화를 동반할 것이다.
북한은 한두개의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적어도 이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플루토늄을 재처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했던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위반하고 일련의 도발적 조치들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점이다.
북한은 아마도 몇가지 이유들 때문에 최근 행보를 택한 것 같다. 이미 망해버려 무관심하게 버려졌을 북한에 다른 나라들이 이처럼 관심을 쏟는 유일한 이유는 북한이 핵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은 또 석유나 경제적 지원 같은 대가를 얻는 데에 지금까지 유용했다. 게다가 핵무기 개발은 미국의 공격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일 수 있다.
10년전, 미국의 많은 정책결정가들과 전문가들은 영변 원자로와 기타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하는 군사적 옵션을 별다른 고민없이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다시 그와 똑같은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포화와 스커드 미사일의 유효사거리 안에 있는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이 견해를 달리하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중국, 러시아, 일본의 관리들도 방사능 낙진과 (북한의) 미사일 공격, 난민 사태, 경제 혼란, 동북아 무질서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핵을 보유한 북한에 가장 취약한 그지역 국가들 중에서도 전쟁을 지지하는 국가는 한곳도 없다.
한국은 특히 확고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게는 세계질서의 복원을 위해 대량살상무기 파괴가 급선무겠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군사 행동을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북한이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 일부는 군사 공격을 할 때 전술 핵무기로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파괴하거나 그에 대한 협박을 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을 공격하면서 북한이 이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무모한 도박(wild gamble)이다. 군사공격은 북한의 모든 핵 자산을 파괴할 수 없을 것이며, 재처리시설과 폐연료봉을 타격하는 것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 한국에 방사능 낙진을 퍼뜨릴 수도 있다.
게다가 공식적인 미국의 선제공격 정책과 북한을 "악의 축" 멤버로 지칭한 것, 그리고 이라크 전쟁으로 볼 때, 북한은 제한적인 군사공격 조차도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위한 전쟁의 시작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 경우 북한이 탱크를 몰고 내려온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고위급 탈북자인 조명철 박사의 설명은 특히 정신이 들게 한다. 북한의 군부 관리들은 91년 걸프전의 이라크 패배를 분석하면서 이라크가 너무 수세적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조명철 박사는 "전쟁에 돌입하면 모든 것을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나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먼저 공격해야 한다"가 북한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변에 대한 제한적 공격만으로도 전면전이 일어날 확률은 80%라고 본다.
불행히도 북한이 사용하겠다는 "모든 것"은 엄청나다. 북한은 엄청난 규모의 군대를 포함해 장거리 대포와 로켓 발사대, 6백여기의 스커드 미사일, 장거리 노동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하고 많은 숫자의 화학무기도 있고 아마도 생물학 무기도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상자의 수는 1백만이 넘을 것이다.
서울 중심부에 있는 용산 미군기지에 대한 제한적 보복공격도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수도권 인구는 2천4백만명으로 대략 한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 나라 산업의 중심부이다. 북한은 서울을 향해 시간당 50만발의 포탄을 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은 (부시의) 용산 공격에 대해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나 그럴 경우 보복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같은 시나리오는 한국에서 군부에 대한 민간 통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희망에 반한 미국의 행동으로 한국인들이 죽는다는 인식은 한미간의 심각한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부시 행정부에게 가장 귀찮은 난제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군사 행동은 단순한 해결책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파괴를 가져오는 진짜 전쟁의 전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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