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은 사탕을 입힌 독약**
전라북도가 1991년 12월 14일부터 1998년 5월 31일까지 새만금지역 어민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4천2백1억9천2백만원이었다. 보상금은 대체로 3년에 걸친 지급이었다. 한꺼번에 목돈을 쥐어주는 것도 아니고, 몇 백만원이나 몇 십만원을 나누어서 지급한 것이다. 어민들은 그 돈을 자식 공부시키거나, 결혼자금으로 주거나, 생활비로 써버렸다. 수천만원의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보상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 보상을 받고, 보상을 많이 받아야 하는 사람이 보상을 못 받은 경우가 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상금 받은 후 인심이 흉흉해졌다. 정신적으로 황폐화되고 이웃관계가 나빠졌다.”
갯벌에 나가 바지락, 동죽, 백합, 가무락 등을 잡는 어업을 ‘맨손어업’이라 한다. 배 타고 바다로 나갈 필요 없이 그냥 갯벌에서 손으로 어업한다는 뜻이다. 전북은 1991년 맨손어업하는 어민들에게 신고하라고 했다.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민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무식한 사람들이 많아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당연히 보상받지 못했다.
또 신고를 한 사람 중에도 보상받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른바 ‘선내어업’이 아닌 ‘선외어업’이라는 명분이다. 전북이 정한 시기인 1991년 10월 21일 이전에 신고한 사람이 ‘선내’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선외’로 규정해 ‘선외’인 사람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라북도는 가구당 신고인원도 2명까지만 허용했다. 10월 21일까지 신고한 사람이라도 한 가족 중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3명일 경우 1명은 ‘선외’어업으로 간주, 보상금 지급이 없었다.
맨손어업에 따른 보상금도 1등급은 8백만원, 2등급은 6백50만원, 3등급은 2백50만원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갯벌을 유식한 말로 표현하면 ‘공유수면’이다. 누구의 땅도 아닌, 사람이면 모두 같이 소유해 나누는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땅이란 뜻이다. 이 공유수면에서 조개나 망둥어나 참게를 잡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1등급이 어디 있고 2등급이 어디 있고 3등급이 어디 있는가.
어떤 집은 부인이 8백만원 받고 남편이 2백50만원 받았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은 1등급 보상이 8백만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껌 값밖에 안된다. 맨손어업으로 자식 대학교육까지 시키던 사람들이 겨우 8백만원 받고 인생을 팔아먹었다. 이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사례이고, 보상금 한 푼도 못 받은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더 큰 문제는 맨손어업만 어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선과 어업권을 갖고 있는 어민들은 10톤 미만 어선을 갖고 있을 경우 3천5백만원에서 7천5백만원까지 받았다.
10톤 이상 배를 갖고 있는 사람은 방조제 밖에서도 조업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보상금을 많이 받았다. 한 양식어장 주인은 16억원을 받았다. 마을에 살지도 않는 어느 수협조합장은 45억원을 받았다. 다방 아가씨가 보상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공작을 벌여 수억원의 보상금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사정이 이러하니 어찌 인심이 흉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각종 환경분쟁이 있는 곳을 가보면 보상금 때문에 인심이 흉흉한 경우가 많다. 인심이 흉흉하면 주민들이 단결하지 못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민들이 일치단결한 상태에서 환경단체에 도움을 청해야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고, 마을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도대체 보상이 무엇이란 말인가.
세상에 완벽한 보상이란 없다. 왜 그런가?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상이란 한 나라에서 가장 큰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라는 집단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 공공사업을 함에 있어 주민들 입을 틀어막기 위해 벌이는 ‘돈놀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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