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새만금지구는 1991년 이전까지 조용한 갯벌과 바다였다. 어민들은 갯벌에서 조개와 망둥어를 잡으며 평화롭게 살았다. 이종환은 <택리지(擇里誌)>에서 새만금갯벌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조개를 돈 주고 사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미 1971년 옥서지구 농업개발사업계획이 생긴 것을.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서남해안 간척자원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군산시ㆍ부안군ㆍ김제시를 포함하는 해변과 갯벌, 즉 새만금 지역을 간척 최적지로 판정했다.
‘새만금’이란 지명은 새로 지어낸 것이다. 만경평야가 호남의 곡창지대다. 만경평야 옛 이름이 금만평야인데, 만경평야와 붙어 있는 갯벌을 새로운 금만평야로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새금만’이라 지었다가, 이것을 원래 지명과 쉽게 구별하려고 앞뒤 말을 바꿔 ‘새만금’이란 낱말을 만들어냈다.
새만금사업은 새만금 지역 갯벌을 간척해 농지 2만8천3백㏊와 담수호 1만1천8백㏊를 만드는 공사다. 여기서 농지란 쌀을 생산하는 논이다. 담수호란 호수라는 뜻이다. 호수에는 해수호와 담수호가 있다. 해수호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호수를 뜻한다. 그러나 바닷물은 농사에 쓸 수 없다. 따라서 농사에 사용할 수 있으려면 소금기가 없는 물이어야 한다. 그래서 소금기 없는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 호수를 담수호라 한다. 즉 4만1백㏊ 갯벌을 땅과 농업용 호수로 바꾸는 사업이라고 이해하면 무방하겠다.
4만1백㏊라고 하면 어느 정도 넓이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이 면적은 여의도의 1백40배이며, 1945년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간척사업의 평균 규모인 38.4㏊의 1천배가 넘는다. 그래서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이렇게 선전한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입니다.”
간척사업은 방조제를 쌓고 바닷물을 빼내 새로 땅을 얻는 공사다. 새만금 방조제 길이는 총 33㎞에 달한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를 출발, 가력도와 신시도 및 야미도를 거쳐 군장공업단지가 있는 군산시 비응도까지 이어진다. 공구는 4공구로 나눠져 있다. 변산면 대항리부터 가력도까지가 1호 방조제, 가력도부터 신시도까지가 2호 방조제, 신시도부터 야미도까지가 가장 짧은 3호 방조제, 그리고 야미도부터 비응도까지가 가장 긴 4호 방조제다.
한국언론재단은 2001년 5월 8일부터 11일까지 3박4일 동안 각 언론사 환경 담당 기자와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환경 분야 탐방연수를 실시했다. 이 때 주제는 ‘갯벌’이었다. 나는 8일부터 10일까지 참가했다.
10일 오전 11시 우리는 새만금전시관에 도착했다. 한경태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 환경지원팀장이 브리핑실에서 우리에게 사업설명을 했다. 설명을 다 들은 뒤 버스 타고 방조제로 들어섰다.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우리는 방조제에 닦은 도로를 달렸다. 방조제와 배수갑문을 구경하고 배로 갈아탔다.
그것은 실제로 보지 않으면 얼마나 엄청난지 피부로 느낄 수 없다. 방조제는 수평선 너머 끝도 없는 것처럼 뻗어 있었으며, 덤프트럭은 망망대해에 하염없이 돌을 마구 쏟아 붓고 있었다.
우리 기자단은 그 때 모두 충격 받았다. 우리가 받은 충격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할지 지금도 모를 정도다.
너무나 엄청난 사업이라 돈도 많이 든다. 처음 시작할 때 총 사업비는 1조3천억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2000년까지 2조2천1백37억원으로 올라가더니 2001년 1월 3조4백8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01년 8월 6일 수질보전대책을 추가한 결과 7천4백38억원을 추가, 총 3조7천9백27억원이 되었다. 원래 국가가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게 시간이 갈수록 점점 공사비가 늘어나는 법이다. 국민들을 쥐어짜면 돈이야 얼마든지 나오는 것 아닌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사원(당시 감사원장 한승헌)은 1998년 9월 24일 “새만금사업을 2011년 완공한다고 볼 때 농업용지로 개발 시 5조9천5백30억원, 복합산업단지로 개발시 28조5천5백29억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할 경우라는 말이다. 복합산업단지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공장이다. 간척해서 얻은 땅을 농지로 개발할 수도 있고, 공장지대로 개발할 수도 있고, 아파트 단지로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장지대로 개발하려면 1조3천억원이 아니라 28조5천5백29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끊임없이 주장한다.
“이 사업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하는 사업입니다. 농지로 조성하겠습니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정부가 방조제 공사를 끝내면 땅 용도를 농지에서 복합산업단지로 바꿀 것을 굳게 믿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농림부 주장에 코웃음 친다. 내가 명예를 걸고 단언한다.
이것은 농지가 아니다.
농림부가 농지 아닌 땅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벌인다? 여러분은 아마 헷갈릴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은 그야말로 모순 자체이며, 전체적인 맥락을 알아야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최대한 쉽게 펼쳐 보이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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