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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로 위기맞은 중국의 '비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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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로 위기맞은 중국의 '비밀주의'

중국지도부 사스 계기로 과거관행 깨기 시작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계기로 중국의 비밀정치 관행이 무너지고 공산당 당국의 국민들에 대한 책임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일 사스 사태에 대한 미온적 대처와 감염자 은폐ㆍ축소 책임을 물어 짱원캉(張文康) 북경위생부장관과 멍쉐눙(孟學農) 베이징(北京) 시장을 경질한 데 이어,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인 류치(劉淇) 베이징 당서기가 21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자아비판을 하면서 '비밀주의'와 '상명하달'로 점철된 중국의 정치관행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류치 당서기, “자아비판 하고 있다”**

류 당서기는 사스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제공 등 몇가지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하며 “(사스에 관한) 우리의 대책은 부족한 점이 분명 있었다. 나에게 책임이 있고 심각한 자아비판을 하고 있다”는 말했다고 중국 관영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FT가 여기서 주목한 점은 류 당서기 발언이 중국 당국의 허락 없이 보도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명시적인 승인 없이는 관영 언론이라 하더라도 공산당 정치국의 행동과 발언을 보도할 수 없었던 중국의 관행으로 볼 때 파격적인 조처였다.

FT는 공산당 정치국원 같은 고위 인사가 정부 정책의 오류를 시인한 것은 천안문사태 이후 최초의 일로‘인상적인(striking)’ 일이라며 이것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공산당 정책에 대한 공적인 검증이 시작됐다는 의미라고 평했다.

중국 공산당의 파격적인 조치는 사스로 인해 자칫 중국의 국제적 위신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도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공산당 정책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류 당서기의 말은 일종의 ‘자아비판’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행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들어선 중국 지도부의 정치력 향상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칭화(淸華)대에서 공공정책학을 가르치는 후안강 교수는 사스 때문에 신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체제가 신임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며 자아비판까지 보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중국 정부의 신뢰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중국 정부는 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는 의혹을 여전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간 유에스에이투데이는 22일 중국 정부의 피해 은폐․축소 외에 중국의 빈약한 의료 시스템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위신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사스 현황에 대한 국제적인 관리를 꺼려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 역시 여전히 핵심적인 문제라고 비판하며, 국제무역기구(WTO) 가입후 급속히 증가한 중국에 대한 투자와 관광도 심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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