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출범초 에너지 정책을 입안할 당시 딕 체니 부통령이 에너지업계 중역과 로비스트들을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한 소송이 진행중인 가운데, 정부측 변호인단이 상급법원에 중재를 요청했으나 판사들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의회산하 감사원이 제기한 자료 공개요청 소송에 대해 지방법원이 지난해 12월 기각 결정을 내려 한숨 돌렸던 체니 부통령은 시민단체들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제기한 이번 소송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체니의 위기'다.
***"소송을 피해보려는 것은 그릇된 시도"**
AP통신에 따르면, 상급법원의 해리 에드워드, 데이비드 타텔 판사는 17일(현지시간) "백악관측이 항소법원에 소송 중재를 요구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정부측 변호인단이 상급법원에 중재를 요청한 데 대해 이날 상급법원 판사들이 정부측 요청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에드워드 판사는 정부측 변호인단과 설전을 벌이면서 "정부측이 소송을 피해보려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고, 타텔 판사도 "시에라 클럽과 사법감시(Judicial Watch) 등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이번 소송이 체니 부통령에게 불이익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정부측 변호인단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사법감시의 래리 클래이먼은 "항소법원이 시민단체의 주장에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사건을 담당한 지방법원의 이머트 설리반 판사는 백악관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당시 체니 부통령과 그의 보좌진이 에너지업체 중역들과 함께 한 회의 내용에 대한 공개를 시민단체들이 요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었다.
***에너지정책 수립 직전 엔론 등과 수차례 접촉**
체니 부통령의 태스크포스팀이 마련한 에너지 정책은 부시대통령 취임 4개월만에 채택됐으며 공공 용지에 석유와 가스 시추 등을 허락해, 시에라클럽등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샀던 정책이다.
이와 관련, 체니 부통령과 그의 보좌진은 국가 에너지정책 수립 당시 석유업체 중역 및 로비스트들과 수차례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초 4대 오염억제 전략 등으로 친 환경정책을 펴는 듯 했으나, 태스크 포스팀이 마련한 에너지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석유기업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특히 케네스 레이 전 회장을 비롯한 엔론 관계자들은 지난 1993년 이후 부시 대통령에게 62만3천달러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최대의 '돈줄'로 체니 팀의 정책 토의에 여섯 차례나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백악관의 에너지 정책 수립을 담당한 체니 부통령의 태스크 포스팀에 석유업체 관련자들이 포함됐고, 이들이 정책에 '입김'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정보공개법에 따라 회의록 등의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후 지방법원의 설리반 판사는 지난해 10월 이에 대한 세부 자료를 제출할 것을 행정부에 명령, 에너지국과 환경보호국 등으로부터 3만9천쪽 분량의 자료를 넘겨받았다. 그러나 행정부는 태스크포스 팀의 내부자료 제출에 대해선 완강하게 거부해오고 있다.
행정부는 태스크 포스 위원들은 모두 행정부 관료들로만 구성돼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에서 예외가 된다는 입장이며, 에너지 정책 수립에 대해서도 업계로부터 부당한 영향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완강하게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판사들이 반대견해를 보임에 따라 부시정부는 태스크포스팀의 내부자료를 내놓아야 할 위기에 몰렸고, 내부자료가 공개될 경우 체니와 에너지업체간 유착관계가 드러나면서 체니를 비롯한 부시 정권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절대궁지에 몰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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