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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잡배들의 쇄설에 괘념치 마시고"

'盧대통령에 보내는 도올 서신' 파문 일으켜

"바라옵건대 시정잡배들의 쇄설(瑣說)에 괘념치 마시고 대상(大象)을 집(執)하는 성군(聖君)이 되시옵소서."

문화일보의 도올 김용옥 기자가 15일 노무현 대통령과 국내언론으로선 취임 후 첫 단독 인터뷰를 가진 데 이어 16일 쓴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의 마지막 대목이다.

이 서신은 자신을 '소인(小人)'으로 낮추고 노대통령을 '성군(聖君)'으로 묘사하는 등 권력추수적이며 봉건적인 사고방식외에,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시정잡배들의 쇄설(瑣說)'이라고 뭉뚱그려 매도하는 표현 때문에 언론계 안팎에서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여기서 '쇄설'이란 자질구레한 소리를 의미하는 한자어다.

***"제 붓이 대통령께 보탬이 됐다면 기자 생활 최대의 보람"**

도올 기자의 이날 서신은 자신이 지난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저서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을 노 대통령에게 선물하면서 책갈피에 대통령 이름을 '여무현(慮武鉉)'으로 잘못 쓴 것에 대한 정정기사였다.

여러 군데서 신문사로 항의가 왔다고 밝힌 그는 "여(慮)자가 생각 려자이니, '무현을 생각하며'로 해석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런 죠크가 안 통하는 사회더군요"라면서 "저같은 소인(小人)이 이렇게 골치 아픈데 노 대통령님 얼마나 골치 아프실까 동병상련의 정이 끓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자와 '노'자를 구분 못한 자신의 실수를 교묘하게 넘어가면서, 노대통령을 치켜올리는 묘한 논법의 전개다.

그는 "또 책에 싸인해 보내라구 해서, 그럴 것까지 있느냐 했더니, 그래도 예의를 차리는 게 좋겠다구 황열헌 편집국장이 말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똑같은 글씨를 큰 서도작품으로 써 보냅니다"라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도올이 서도작품을 들고 있는 사진을 함께 실었다.

그는 이어 "기자생활을 몇 날을 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라 위해 봉사하는 일념으로 아직은 붓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붓이 노 대통령님께 조금의 보탬이라도 되었다면 기자생활 최대의 보람사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덧붙였다.

그는"바라옵건대 시정잡배들의 쇄설(瑣說)에 괘념치 마시고 대상(大象)을 집(執)하는 성군(聖君)이 되시옵소서"라는 문장으로 노비어천가를 마감했다.

***노 대통령 당선 직후 도올 기자의 글**

도올 기자의 편지에는 그의 표현을 빌면"저에게 인터뷰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물씬 묻어났다. 도올이 자신을 '소인(小人)'으로 낮춘 반면에 노 대통령은 '성군(聖君)'으로 지칭한 대목도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저항감을 느끼게 한다는 게 언론계의 일반적 평가다.

자신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도리어 부추겨 올린 상대방에게 해를 주는 전형적 케이스다.

더군다나 이날 도올의 글은 지난해 12월20일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자신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던 것에 대한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낸 기사를 쓴 적이 있어 대비된다.

그는 당시 "지배자를 앞서간 민중의 승리"라는 기사를 통해 "나는 노 후보가 머물고 있던 당사 근처의 맨하탄 호텔 8층에 갔으나 노 후보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날 만나기를 거부했다. 결국 나는 계속 물을 먹어야 했고 그의 명륜동 자택 앞에서 두발을 떨며 계속 한 시간을 서성거렸으나 인막을 뚫을 길이 없었다. 이미 그는 지존이었고 나는 힘없는 신문사의 평기자에 불과했다"고 썼다.

그는 더 나아가 "나는 1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확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면서 그 이유로 낮은 투표율만이 아니라 노 후보의 "경망성과 판단력의 미숙함" 등 개인적 결함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정몽준의 지지 철회 선언이 정몽준의 단순한 사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면 모르되 어느 정도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만든 데는 노 후보의 실언이 결정적 한몫을 했다. 노 후보의 경망성과 판단력의 미숙함이 전혀 그는 대통령감이 못된다고 하는 일반인들의 정조를 부추겼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 김상현 의원의 "향후 여소야대 정국을 어떻게 이끌어가느냐. 포용력이다. 포용력은 도덕성에서 나온다"는 말을 인용하며 "과연 이제 우리는 도덕성을 확보한 리더십을 갖게 되었는가? 과연? 과연?"이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유령을 만나고 엘시노성을 매려오는 호레이쇼처럼 나는 여의도의 싸늘한 밤하늘의 허공을 응시했다"고 글을 끝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다음은 16일자 문화일보에 실린 도올 기자의 기사 전문이다.

***盧대통령에 보내는 도올의 서신**

노무현대통령님께

저에게 인터뷰의 기회를 주신 것 너무도 감사합니다. 15일자로 나간 기사, 우리 국민의 노무현관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집대상천하왕'(執大象天下往)이라고 책갈피에 쓴 이름이 여무현(慮武鉉)으로 되어있어 여러 군데서 신문사로 항의가 온 모양입니다. 여(慮)가 생각려자이니, "무현을 생각하며"로 해석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런 죠크가 안 통하는 사회더군요. 정정기사가 나가야한다고 하더군요. 저 같은 소인(小人)이 이렇게 골치 아픈데 노대통령님 얼마나 골치 아프실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이 끓습니다.

그리고 또 책에 다시 싸인해 보내라구 해서, 그럴 것까지 있느냐 했더니, 그래도 예의를 차리는 게 좋겠다구 황열헌 편집국장이 말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써서 드린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책은 '여무현'으로 되어있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다시 똑같은 글씨를 큰 서도작품으로 써보냅니다. 소인(小人)의 글씨가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 걸어놓고 때때로 보시면 마음이 후련해지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애꿎게 노무현의 노(盧) 글씨가 또 번져버렸어요.

기자생활 몇 날을 더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라 위해 봉사하는 일념으로 아직은 붓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붓이 노대통령님께 조금의 보탬이라도 되었다면 기자생활 최대의 보람사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라옵건대 시정잡배들의 쇄설(瑣說)에 괘념치 마시고 대상(大象)을 집(執)하는 성군(聖君)이 되시옵소서.

2003. 4. 15.

낙송재에서(于駱松齋)

도올 경상(敬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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