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의회가 15일(현지시간)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당의 아넬리 예텐마이키 당수를 신임총리로 선출하면서 핀란드는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여성인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됐다.
핀란드는 과거에 여성이 국회의장과 국방장관, 중앙은행장을 역임한 바 있고 현 의회 의원의 37.5%와 수도 헬싱키의 시장도 여성이 맡고 있어 말 그대로 지구상에서 가장 '양성 평등'이 잘 실현되고 있는 국가다.
***대통령과 총리, 모두 여성**
총선 승리로 총리 지명이 확실시됐던 예텐마이키 당수는 이날 의회표결에서 찬성 1백11표, 반대 72표로 선출돼 17일 취임하게 된다. 예텐마이키의 중도당은 지난 2000년 핀란드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취임한 타르야 할로넨의 사민당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중도당은 지난달 16일 총선에서 55석을 얻어 사민당(53석)에 박빙의 승리를 거둬 제1당이 됐으나 단독정부 구성에 필요한 의석은 확보하지 못해 사민당, 인민당과 중도좌파 정부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예텐마이키 당수는 2000년 개정된 핀란드 헌법에 따라 정부 구성과 운영에서 대통령보다 많은 권한을 갖게 되었는데 18개의 내각 중에서 얼마나 많은 자리를 여성이 차지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럽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투표권 준 나라**
핀란드 여성들이 정치공간에서 막강한 실력을 발휘한 것은 오래다.
시르카 하마레이넨은 92년부터 7년간 핀란드 중앙은행장을 역임했는데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에서도 유일한 여성 대표였다. 90년 국방장관에 오른 엘리자베스 렌은 서구권 국가들 중에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었으며, 그로부터 4년 뒤인 94년에는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또한 현 의회 의원의 37.5%와 수도 헬싱키의 시장도 여성이 맡고 있다.
핀란드가 이처럼 막강한 ‘우먼파워’를 가진 나라가 된 것에는 남녀평등을 당연시하는 개방된 사회 분위기와, 여성의 정치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정치제도 때문이다.
핀란드는 1906년부터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했는데 이는 유럽지역 국가들 중에서 최초의 일이었다.
여성이 대통령이나 총리를 하느냐 마느냐가 그 나라 여권 상황의 절대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러나 4명의 여성장관 탄생을 놓고 ‘여성 전성시대’ ‘여풍(女風)’ 운운하는 우리나라 상황을 비춰볼 때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당연시하는 핀란드의 정치문화가 던져주는 시사점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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