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유보키로 결정, 사실상 이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백지화했다. 이는 대국민 설득 논리가 부족한 데다가, 해임안 제출시 예상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반격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그대신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을 해임 대상으로 새로 선정, 거대야당이 과도하게 권위주의적 정국운영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박희태, “좀 더 검토해보고 결정해도 된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창동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과 관련, "그리 긴박한 일이 아니므로 좀더 검토해 보고 결정해도 된다"고 일단 유보 결론을 내렸다.
박종희 대변인은 회의후 브리핑에서 "문광위에서 이 장관의 언론관과 문화정책을 검증한 결과 증세가 상당히 나아졌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위원들도 그의 언론관에 문제는 많지만 답변에서 개선여지가 있었다고 보고한 만큼 좀더 지켜보고 해임안 문제에 대한 의견을 다시 한번 모으겠다"고 밝혔다.
당초 한나라당은 국회 문광위에서 이 장관의 언론관을 검증한 뒤 지도부 논의를 거쳐 해임안 제출 여부를 결정키로 했었다. 당 내에서는 문광위에서 보인 이 장관의 태도가 많이 수그러들었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좀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해임안을 실제 제출할 경우, 출범 2개월 만에 새정부와 대립국면을 형성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창동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단호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 장관의 언론정책에 대한 정책적 이견을 문제삼아 해임안을 제출하기에는 대국민 설득논리가 부족하다는 당내 여론도 한나라당 지도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창동 장관 해임 논란을 제기하는 과정에 당 지도부가 이장관의 국회답변 자세를 '괘씸죄'로 문제삼는 권위주의적 언행을 함으로써 국민적 설득력을 크게 상실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그 결과 자칫 잘못하다가는 당내 내분으로 인해 해임건의안 통과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수를 못채워 통과에 실패하면서 당내혼란을 자초할 위험성이 크다는 판단이 나왔고, 이에 해임건의안 제출을 백지화하기에 이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일 사무총장은 "이 장관이 언론 주무장관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평가는 팽배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어떻게 제시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찬용 보좌관으로 타깃 이동**
한나라당은 이 장관 해임안을 철회하는 대신, 공세의 타깃을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 쪽으로 돌렸다.
정 보좌관이 15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막 일을 시작한지 한달밖에 안된 사람을 너무 혼내는 것은 점잖치 못한 일"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이규택 총무는 "일개 대통령 보좌관이 다수당이 하는 일에 대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며 "이는 국회 권능을 무시하는 천박한 행동이므로 자제를 요청하면서 우리는 해임안 절차를 밟겠다"고 주장했다.
배용수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호남소외론 등 숱한 인사파행의 책임을 지고 자숙, 반성해야 할 사람이 궤변으로 사실을 왜곡해서야 되겠느냐"며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실책, 실언을 저지른 정 보좌관은 자숙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한나라당의 정찬용 보좌관 해임 거론은 그 기저에 거대야당의 고압적 권위주의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눈총을 자초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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