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잠실구장. 두산의 베사모(베어스를 사랑하는 모임)회원들은 고삿상을 마련해 놓고 7연패 탈출을 기원했다. 장외에서도 두산 관계자들은 김동주 선수의 잠실구장 첫 장외홈런 기념판을 손질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산의 이런 노력은 연장 10회초에 터진 SK 조원우의 쐐기 솔로포로 물거품이 됐다.
(사진)두산베어스
***"두산,롯데 심리적 부담감 이기지 못해"**
연패탈출의 부담을 안고 등판한 두산 선발 곽채진 투수는 과감한 몸쪽 승부와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좋은 피칭 내용을 보여줬다. 더욱이 그동안 부진했던 두산의 마이크 쿨바는 2회에 상대투수 이승호의 시속 1백43Km짜리 직구를 통타해 투런 홈런을 기록했다.
승리를 애타게 기원했던 두산팬들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선수들의 활약에 고무된듯 연신 응원용 방망이를 두드렸지만 두산은 추가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에서 번번이 후속타 불발로 불안하게 경기를 이어갔다.
5회와 6회 SK에게 각각 1점씩 내 준 두산 덕아웃은 1승을 따내기 위해 7회 사토시 이리키를 마운드에 올렸다. 두산은 9회말 1사후 대타 최경환의 안타로 챤스를 만들었다. 재치있는 최경환 선수는 상대 배터리의 약점을 파고들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두산으로서는 안타 하나면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SK의 포수 박경완은 리드 폭이 컸던 2루주자 최경환선수의 움직임을 간파했고 사인을 받은 조웅천 투수는 견제구로 최경환 2루주자를 잡아냈다.
한 개의 견제구로 경기장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어진 10회초 공격에서 SK의 선두타자 조원우는 이리키의 가운데 높은 직구를 놓치지 않았고 두산에게 8연패를 안겨줬다. 전체적으로 어제 두산과 SK의 게임은 심리적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챤스상황마다 타석에서 성급한 모습을 보여 준 두산의 뼈아픈 패배였다.
한편 사직에서 두산과 함께 연패사슬을 끊기 위해 뛰었던 롯데도 기아에게 2대3으로 져 두산과 마찬가지로 8연패 늪에 빠졌다. 두산을 연패 수렁으로 몰아 넣은 선수가 조원우라면 롯데는 왼손대타 김주호에게 통한의 홈런을 허용해 분루를 삼켰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7연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 준 롯데는 손민한 투수의 슬라이더와 직구의 움직임(무브먼트)이 좋아 기아와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도 두산과 같이 결정전 기회에서 성급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6회말과 7회말 롯데는 모두 득점챤스를 맞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기아에게 승리를 넘겨줘야 했다. 특히 2대2 동점상황이었던 7회말 1사 2,3루 상황에서 롯데는 조성환에게 큼직한 외야 플라이를 기대했지만 얕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프로야구 팀간 전력균형 무너졌나"**
90년대 중반 메이저리그에서는 '빅 마켓 팀'과 '스몰 마켓 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유럽프로축구처럼 1,2부 제도를 도입해야 하지 않나라는 농담섞인 비난이 터져나왔다.
국내프로야구의 기아-삼성 8연승, 두산-롯데 8연패도 결국 부자 구단과 가난한 구단간의 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투자에 인색했던 팀은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아낌없는 투자를 한 팀은 엘리트 구단으로 입지를 다지게 된 것이다.
물론 투자만으로 모든 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유망선수 육성과 체계적인 훈련등이 뒷받침 돼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긴축정책으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전력평준화를 가져오기 위해 NBA나 NFL에서 채택하고 있는 샐러리 캡(연봉총액상한제)대신 부자구단에게 '사치세(Luxury Tax)'를 부가하고 있다. 현재 사치세는 팀 총연봉 1억1천7백만달러가 넘는 부자구단에게 일종의 세금을 부가하는 제도이다. 2003년을 예로 들면 사치세를 내야 하는 팀은 총연봉 1,2위 팀인 뉴욕 양키즈와 뉴욕 메츠 뿐이어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국내프로야구 팀간 전력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치세나 샐러리 캡을 도입하는 문제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두산과 롯데가 시장규모가 큰 서울과 부산을 연고로 하는 팀인 것을 고려해 봤을 때 두 구단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1990,1991년 두산 베어스의 전신 OB 베어스는 2년 연속 꼴찌를 차지하며 '오! 비'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비가 내려 경기를 하지 않으면 적어도 경기에 지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OB는 1995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팬들의 사랑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롯데도 마찬가지였다. 1984년 최동원의 역투로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1992년 '소총부대' 타선과 루키 염종석의 활약으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처럼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잃지 않는 부분이 '팬들의 변함없는 성원'으로 볼 수 있다면 '노력'이라는 부분은 구단의 투자와 코칭스태프,선수의 땀방울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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