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개혁안, 임시 지도부 구성 등을 놓고 벌어졌던 민주당 신주류와 구주류간 갈등이 4.24 재보선 때까지 일단 잠복 상태에 들어갔다.
민주당 신주류측 의원 13명은 10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당 개혁안 원안 통과, 현 지도부 사퇴 및 임시지도부 구성 요구를 재보선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지도부 사퇴 촉구 성명발표나 기자회견 등 일체 행동도 선거 이후로 미뤘다. 개혁논란이 재보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엔 이해찬 김경재 천정배 김희선 이재정 송영길 이종걸 이호웅 이강래 임종석 오영식 의원과 유선호 전의원, 이인영 지구당 위원장이 참석했다.
지난 3일에 이어 7일, 8일 잇따라 개혁특위 당 개혁안 원안 통과, 현 지도부 즉각 사퇴 및 임시지도부 구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당 개혁에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던 신주류측이 10일 갑자기 ‘당 개혁 논의 유보’를 결정한 것은 4.24 재보선을 의식한 결과다.
이해찬 의원은 이날 모임이 끝난 뒤 "현실적으로 현 지도부가 사퇴할 의사가 없고 개혁안에 대한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일단 선거 때까지 묻어두기로 했다"면서 "안되는 일을 갖고 자꾸 논쟁을 하면 국민에게 분란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은 노무현 정권 출범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집권 초기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의 의미와 함께 향후 정국 주도권 향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당 개혁 등을 둘러싼 신ㆍ구주류간 갈등이 계속될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이후 선거 책임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신주류측은 또 이번 재보선 세곳 모두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특히 민주당과 개혁당 연합공천 후보인 경기 고양시 덕양갑 유시민 후보가 승리할 경우 신주류 입지가 강화돼 개혁안 관철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선거판 물밑기류가 간단치 않고 민주당의 신-구 갈등을 지켜보는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당 개혁안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신주류는 유시민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는 반면 구주류는 유 후보 낙선을 바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민주당의 어지러운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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