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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정계복귀, 물 건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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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정계복귀, 물 건너가다

‘세풍’사건 종결, 정치적 파장은 지금부터

이른바 '세풍'으로 불려진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은 97년 당시 한나라당과 국세청이 조직적으로 협력해 대선자금을 불법적으로 조달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특수1부(서우정 부장검사)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20일간의 수사를 일단락했다.

검찰은 특히 이회창 전 총재가 자금 모금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97년 대선 때 이 전 총재가 임채주 전 국세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자금 모금을 격려한 사실은 확인했다.

이번 검찰 수사는 99년 9월 중간발표 당시 밝혀지지 않았던 이 같은 사실들을 새롭게 밝혀냈다는 의미 외에도, 항간에 은밀하게 떠돌던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설을 일축시킨 정치적 파장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임채주 전 국세청장에 격려전화**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이석희씨가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총재의 동생 회성씨 및 차수명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 등과 조직적으로 협력, 23개 기업으로부터 1백66억3천만원의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석희씨는 대통령선거 약 3개월 전인 97년 9월 차수명씨로부터 기탁금 고액미납자 명단을 건네받아 자신이 잘 아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접 한나라당 후원금 납부를 독려하고,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주정중 당시 국세청 조사국장을 통해 납부를 독려했다. 이씨가 당의 어려운 재정사정을 알고 자발적으로 모금한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과는 달리, 검찰 수사결과는 한나라당과 국세청간의 조직적인 공모를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또 이석희씨가 9월 중순 회성씨를 만나 자금 지원을 논의했으며 그해 10월 하순부터 대선 직전까지 서울시내 L호텔 내의 객실을 공동사용하며 선거관련 사항을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재수사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자금 모금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규명을 하지 못했다. 검찰은 임채주 전 국세청장이 지난 97년 12월 이회창 전 총재로부터 "수고한다, 고맙다"는 내용의 격려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관계자 조사가 불충분해 이 전총재의 개입여부는 판단하기 힘들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97년 9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의 정기면담을 앞두고 '국세청 조직을 대선자금난 타개를 위해 동원하라'는 내용의 면담참고자료를 작성하는데 이 전총재의 지원조직인 '부국팀'이 관여했는지 여부도 풀지 못했다.

***이회창 정계복귀 물건너가나?**

이렇듯 사건 수사를 놓고선 미흡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전 총재가 임채주 국세청장에게 격려전화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경위 조사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들과 국세청 고위간부들이 공모하고 협력해 기업들을 상대로 불법적인 후원금을 모금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또 임 전창장이 이석희씨와 함께 불법모금을 진행중이던 때에 이 전 총재가 격려 전화를 걸었다면 이 전 총재가 불법모금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개연성도 높다.

따라서 이 전총재의 개입 여부에 대한 법적 규명과는 달리, 세풍사건이 한나라당과 국세청간의 조직적 공모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검찰 발표 직전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때까지 대선자금을 문제로 삼았던 선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고 또 과거를 모두 털어버리고 화합의 차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뜻에서 세풍사건으로 기소된 서상목 전 의원과 이회성씨에 대한 공소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행은 또 야당탄압이 수사의 동기라는 이유도 덧붙였지만 검찰 수사가 이 전 총재 가까이로 옮아가는 것을 적극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선 당 일각에 상존하고 있는 ‘이회창 정계복귀설’과 맞물려 사건의 향후 정치적 파장에 촉각이 곤두선 분위기다.

대선 패배 후 한나라당 내에선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내각제 개헌을 통한 이회창 정계복귀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 1단계로 소위 ‘왕당파’로 불리는 이회창 측근 세력들을 중심으로 내각제 개헌론은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3일 국회 대표연설에서도 하순봉 최고위원은 “권력집중의 폐해를 막고 국정혼란과 국론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모색할 때”라며 내각제 개헌 공론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이 같은 내각제 개헌을 통한 이회창 정계복귀라는 은밀한 시나리오에 이번 검찰 수사는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검찰 수사를 통한 이 전 총재의 개입여부는 미적지근한 수준에서 일단락됐지만, 세풍사건의 정치권 후폭풍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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