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지난 5일 바그다드를 처음 진격한 날, "2천~3천명의 이라크군을 죽였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그후 공개된 화면을 보면 미군 탱크들이 총성만 나면 닥치는대로 민가를 포함한 주변 건물들에 포격을 가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또한 미군탱크들이 길거리의 자가용 승용차를 일부러 짓이겨며 나가는 등 막강한 화력을 앞세운 '골리앗'의 횡포를 부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미군이 하루에 사살했다는 2천~3천명이 과연 이라크군이나 민병대였는지가 의심가는 대목이다. 지금 바그다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사진: 어린이 치료>
다음은 바그다드에서 취재 중인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 소속 앤서니 사디드 기자가 보내온 생생한 현장 르포다.
사디드 기자가 전하는 바그다드 시내 병원의 참상은 아비규환 그 자체다. 매일 넘쳐나는 부상자와 사망자로 병원은 이미 포화상태가 됐고, 미국에 대한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이 기사는 "민간인 희생은 최소화할 것"이라는 미국의 약속은 거짓말임을 증명하고 있다. 편집자.
***"바그다드인들, 운명 체념한 듯"**
구급차 한대가 사이렌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바그다드 킨디 병원으로 무섭게 달려왔다. 밤낮없이 일하던 의사들이 뛰쳐나오면서 문을 열어제꼈다.
사브리아 후세인을 실은 들것은 피로 물들고 있었다. 그 옆에 누워있는 아부델 카림 요세프는 피비린내와 먼지, 살균제 냄새로 가득찬 응급실로 옮겨졌다.
불에 그을린 후세인의 팔, 요세프의 얼굴과 손에 화상용 크림이 발라졌다. 병원 직원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혀를 찼다. 가망없다는 뜻이었다.
"민간인예요, 군인예요?" 간호사가 물었다.
"민간인입니다." 신음소리에 섞여 요세프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내 차를 공격했어. 미국놈들이 내 차를 공격했어" 그는 갑자기 소리쳤다.
미군이 진격하면서 민간인의 희생은 크게 늘고 있다. 국제적십자는 병원 침상과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군의 십자포화속에서 바그다드인들은 자신의 운명을 체념한 듯 하다.
킨디 병원 의사들은 과다 진료에 이골이 났다. 피범벅이 된 채 잦은 숨을 내쉬는 부상자들에게도 적응된 지도 이미 오래다. 마취제와 수술도구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물자가 마찬가지다. 선풍기는 덜덜거리며 돌아가거나 작동을 멈춘 게 태반이다. 의사들은 기자들에게 빌린 펜으로 차트를 작성한다. 등화관제로 어두워진 실내를 발전기가 돌며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전기는 아직도 들어오지 않고 냉장고는 고장나 있다.
***"지난 금요일 부상자수 시간당 백명"**
부상자 명단은 찢겨져 너덜너덜 날리고 있다.
후세인과 요세프를 침상에 눕힌 후 의사들은 24살의 청년 사이드 하미드에게 갔다.
"우리집 앞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하미드는 말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상처의 고통은 계속되는 듯 했다. 방금 전 의사들은 그의 오른쪽 발을 절단했다.
"자 빨리 빨리...이 사람, 남자 병실로 옮겨." 한 의사가 소리쳤다.
검정 차도르를 입은 한 여인이 어머니를 부르며 흐느껴 울고 있었다.
<사진: 지뢰>
국제적십자사는 바그다드의 각 병원에 매일 들어오는 부상자만 해도 수백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전투가 가장 격렬했던 지난 금요일에는 매시간당 1백명이 들어왓다. 이라크군 희생자는 군병원에서 치료하니, 그 숫자는 모두 민간인들이다.
민간인 사상자수는 미스터리다. 이라크 정부는 미군이 이라크를 급습한 후 사상자수 발표를 아예 포기했다. 병원도 적십자도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관이며 수술도구며 마취제며, 병원이 적십자에 요청하는 물품들의 수가 사상자의 수를 짐작케 한다. 적십자사는 이 물품들에 얼룩진 피를 닦을 여유도 없다.
폭탄으로 부상당한 형을 돕고 있는 22살 청년 후세인 오베이드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혼란에 휩싸인듯 했다. 그는 "BBC 아랍어 방송에서 미-영군은 민간인에게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 말했다"며 "지금 벌어지는 일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자들이 우리에게 한 약속이었다."
"'우리는 민간인을 해치지 않겠다'고 그자들은 말해왔다."
오베이드는 상처받았고 혼란스러웠고 분노했다.
"우리는 그자들에게 아무 짓도 안했다. 나는 민간인에게 발포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말을 백프로 믿었다. 지금은...그자들은 백프로 민간인에게 발포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도 신도 이 전쟁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담배에 불을 붙이던 한 간호사는 지난 며칠간 시체 보관실에 수많은 주검을 켜켜이 쌓았다고 말했다. 발전기가 고장나 냉장시설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주검들은 썩을 것이다.
시체 보관소 옆에는 주검을 넣은 여섯 개의 가방이 널려 있었다. 꽁꽁 묶여 있는 시체 주머니에 파리가 날아들었고, 어떤 것은 자크가 열려 사체가 드러났다. 한 주머니에는 '아마쉬 후세인 모하메드' 이름이 찍힌 운전면허증이 올려져 있었다.
"이것은 잔인한 전쟁이다. 정의롭지 못하다. 인간도 신도 이 전쟁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간호사가 말했다.
그때 무스타파는 부축해 들어오는 자기 어머니에게로 달려갔다. 어머니의 손은 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어머니는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저자들은 차만 보면 발포한다. 이건 공개처형과 같다."
무스타파는 말했다.
무스타파의 셔츠에는 피얼룩이 졌다. 누구의 피인지도 알 수 없다. 어머니에게 달려가는 그에게는 질문조차 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전쟁중인 나라에, 포위된 도시에 사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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