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를 맞이하는 프로야구 개막 2연전은 우승후보 ‘기아의 힘’과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퇴색한 롯데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됐다.
아직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의 첫 발을 뗀 상황이라 섣부른 판단일 수는 있지만 투-타의 조화를 이루며 2연승을 마크한 기아와 1할 8푼 5리의 빈타로 연패에 빠진 롯데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기아, V10을 향해**
올 시즌을 앞두고 박재홍과 진필중을 영입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기아는 예상대로 탄탄한 전력을 선보였다. 이종범, 신동주, 장성호, 박재홍 등 주축타자들이 날카롭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마운드에서는 용병 듀오 리오스와 키퍼가 상대타선을 잠재웠다.
선수시절 큰 경기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기아의 김성한 감독은 이종범을 필두로 ‘기동력의 야구’를 펼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삼성이 막강화력을 갖췄지만 '느림보 군단’인 것에 비해 기아는 이종범, 장성호, 박재홍, 김종국 등 도루 자원이 풍부하다. 이 중 기아 기동력의 핵심선수는 단연 이종범. 이종범은 전성기에 비해서 도루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중요한 시점마다 빛났던 ‘이종범 효과’는 여전히 상대팀 배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신인투수 김진우의 마무리 실패로 좌절했던 기아는 진필중이 입단해 한 걱정을 덜게 됐다. 오른손 타자 아웃코스 꽉차는 승부구가 전매특허인 진필중은 국내 마무리 투수가운데 직구의 위력은 노장진(삼성)에 비해 다소 뒤지지만 전체적인 게임운영과 변화구 제구능력은 단연 발군이다. 마무리를 진필중이 맡게 되면서 홀가분하게 선발로 돌아선 김진우의 활약여부도 큰 관심사이다.
프로농구 TG의 화려한 비상을 이끌고 있는 ‘농구9단’ 허재와 같이 기아 벤치는 풍부한 경험의 이종범이 기아 타이거스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해 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롯데 ‘잔인한 4월’은 보약**
기아가 ‘滿開’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롯데는 올 시즌 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뒤집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마디로 롯데로서 올 시즌은 ‘팀 재건의 해’이다. 전력상 롯데가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참을성을 갖고 기다린다면 ‘球都’ 부산의 명예는 회복될 수 있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롯데는 에이스급 투수들의 부상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망 투수들의 부진한 활약에 시달렸던 팀 가운데 하나이다.
팬들이 쉽게 기억하기는 힘들겠지만 경남고 시절 ‘제2의 최동원’으로 각광받았던 조용철이나 국가 대표시절 정민태, 구대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김경환 투수, 91년 ‘경남상고 신화창조’의 주축투수였던 차명주도 모두 롯데에서 기대이하의 활약을 했던 투수로 남아있다. 비록 92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긴 했지만 아마때의 명성에 비교하면 박동희 투수의 성적도 초라한 것이었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 겠지만 롯데는 백차승, 송승준, 추신수 등 ‘알토란’ 같은 유망주들을 모두 메이저리그에 보내야 했다. 더욱이 박석진과 문동환 투수는 5월 이후에나 등판이 가능한 상황이고 박지철, 주형광 투수는 재활을 마쳤지만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롯데의 백인천 감독은 '벌떼식 투수운영’과 ‘뛰는 야구’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정태, 김주찬, 김대익 등이 이끄는 롯데의 타선도 그리 신통하지 않아 보인다. 주말 2연전에서 12안타 1득점에 그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주전투수들의 정상복귀, 불굴의 정신력, 팬들의 변함없는 성원이 조화를 이룬다면 롯데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팀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팬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는 프로스포츠 팀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롯데는 이런 점에 있어서 다른 프로야구 구단에 절대로 뒤떨어지지 않는 팬층을 갖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과 구단투자를 놓고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비록 소극적인 구단의 투자에 싫증이 난 팬들이 있을 지 모르지만 2003년 프로야구 무대에서 ‘잔인한 4월’을 이겨내야 하는 롯데에겐 그 어느 때 보다 팬들의 성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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