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군인들이 민간인으로 위장해 기습 공격을 가하거나 자폭공격을 가하는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미군들의 신경도 극도로 예민해졌다. 이와 함께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자 수면부족으로 인한 병사들의 피로도 상당히 누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적인지 모르겠다"**
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교전 중 부상을 입어 독일 란드스툴 군인병원에 입원한 3명의 미 해병대는 "민간인으로 위장한 이라크 군의 공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도무지 누가 적인지 알 수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들은 "일부 이라크 군인들은 민간인 복장으로 변장하고 있고 여성과 어린아이들은 인간방패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나시리야 전투에 참여했던 빌 해일 포병 하사와 제임스 우윈 해군중위는 "민간인과 이라크 군을 구별하는 데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해일 하사는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는 이라크 군인들은 검문소를 통과하면 미군 등 뒤에서 숨겨둔 장비와 물건들을 꺼내든다"고 말했다. 1991년 걸프전에도 참전했던 해일 하사는 "이라크 사람들은 당시 쿠웨이트 사람들이 미군을 환영했던 것과는 매우 상반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투에서 팔에 총상을 입은 부르스 콜 중위도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해내는 것이 힘들다고 증언했다. 그는 "어려운 점은 우리가 누구에게 공격을 해야 할지 가려내는 동안 반격을 당하는 일"이라며 "이라크 군인들의 민간인 변장에 진저리가 난다"고 덧붙였다.
***40시간에 2시간씩 토막잠**
미군을 괴롭히는 것은 이뿐 아니다. 당초 예상보다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물밀 듯 밀려오는 피로도 감당하기 힘든 조건이다. 이들 3인의 미 해병대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 며칠동안이나 잠을 못자 피곤에 지쳤다"라고 말했다.
빌 해일 포병 하사와 제임스 우윈 해군중위는 최대 격전지였던 나시리야 인근에 매복했었다. 그 전투에서 신경계와 등뼈, 무릎 부근에 부상을 입은 해일 하사는 "당초 우리는 전투가 6시간 정도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우리는 5일간을 밤낮없이 싸우야 했다"고 말했다. 다리와 왼쪽 팔에 유탄을 맞은 우윈 소위도 "그건 정말 사람을 녹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교전과 언제 공격해올지 모를 이라크 군의 공격을 경계하기 위해 그들은 36~40시간에 2시간씩밖에 눈을 붙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병사들의 수면부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피곤에 지친 병사들에게 토막잠을 자도록 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민간인으로 위장한 이라크 군이 기습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가 미군 병사들을 괴롭히는 최대의 적으로 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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