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한창인 가운데 전후 이라크 통치계획을 놓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또한차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국방부-국무부 상반된 이라크 통치계획**
양자간 각축은 전후 이라크의 통치체제 구축에 대한 양측의 방안이 구체화되면서 첨예해지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3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무부가 전후 이라크 정부 구성원으로 지목한 인사들에 대해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럼즈펠드가 반대하는 지명자 중 적어도 한명은 이미 쿠웨이트에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무부가 지명한 인사들 가운데 국방부측이 미심쩍게 보고 있는 사람은 미 국방대학 부총장 로빈 라펠, 전 카타르 대사인 켄톤 케이스 등"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럼즈펠드는 개인적으로 미국과 영국이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임시정부 구상을 이미 승인한 상태"라며 "국무부 내에는 이러한 럼즈펠드의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주축을 이루는 부시 행정부의 신보수주의 축은 친미인사인 아흐메드 찰라비 등 이라크에서 추방된 인사들을 활용해 미국의 구상대로 이라크 재건을 도모하고 있으나 국무부는 찰라비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그 관계자는 또 "정책 결정과정이 유동적인 상태에서 전후 통치방식과 관련된 행정부 내의 논란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하다"며 "변수 중의 하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라고 말했다. 블레어는 유엔이 전후 이라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국무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변수는 토니 블레어 총리**
논쟁은 결국 전후 이라크 통치에 대한 미국의 정책입안의 주도권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국방부는 미국의 직접 통치를 원한다. 미국과 영국이 피를 흘려 따낸 과실을 UN에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국무부는 전후 이라크 통치에 다른 나라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랍권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미군은 전쟁이 끝나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이라크를 빠져나와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향후 미국이 유럽의 동맹국들과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계산도 깔려있다.
국무부는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부처간 물밑다툼을 백악관이 중재하도록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레어는 이라크전 이후 국제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곧 국무부의 역할이 커지기를 바란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상하원 세출위원회는 지난 1일 이라크 전비와 재건 비용 등의 예산을 승인하면서 예산 집행권을 국방부가 아닌 국무부가 통제하도록 했다. 일단 전쟁을 몰아치고 있는 국방부의 독주에 제동을 건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의 이면에는 석유자본과 군수자본의 이해가 깊게 개입돼 있고, 럼즈펠드는 이들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어 양자간 힘겨루기에서는 럼즈펠드가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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