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의 오폭 사고로 영국군 희생자가 늘어나자 영국군들 사이에서 미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28일 일어난 오폭 사고의 피해자인 영국군은 미군을 “양키 카우보이”라고 부르며 "재미로 영국군을 죽였다"며 강력 비난했다고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미국군에 의한 잦은 오폭 사고는 영국군의 작전에 차질을 줄뿐 아니라, 미-영군 사이의 갈등을 고조시켜 자칭‘연합군’이라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앵글로색슨 연합전선의 분열 위기다.
***오폭사고 벌써 3회, 사망한 영국군 총 5명**
지난 28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 부근에서 미군 대전차 공격기에 의한 오폭으로 탱크를 몰던 영국군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미군이 영국군을 상대로 오폭 사고를 낸 것은 이로써 세번째며 사망한 영국군은 5명에 이른다.
이 사고에서 구사일생 살아난 영국군 상병 스티븐 제라드는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미군 비행기 조종사는 인간의 생명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지 않은 놈이었다”며 “그 자는 재미로 사람을 죽였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조종사를 “카우보이”라고 부르며 사고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라드 상병을 비롯, 이번 사고에서 전우를 잃고 부상까지 당한 영국군들은 한결같이 미군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들은 미군 전투공격기가 아주 낮게 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군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게라드는 “적군과 아군을 구분할 수 있는 훌륭한 장비가 A-10 공격기에 장착돼 있었는데 그자는 그것을 사용할 줄 모르는 멍청이였다”며 “나는 1.5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는 아군 전차도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살 이라크 꼬마도 20미터 앞에 두고 죽여**
영국군은 28일 사고로 1명이 사망했고 4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중 3명은 응급치료 후 30일 본국으로 후송됐고 중태에 빠진 나머지 한명은 아직도 영국 병원선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본국으로 후송된 부상병들은 미군이 자신들의 전우를 죽이면서 동시에 탱크 주변에 몰려있던 이라크 민간인들에게까지 총을 난사, 어린 꼬마들의 목숨까지 빼앗았다고 분노를 토했다.
제라드 상병은 “거기에는 12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있었다. 양키들은 2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그 소년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죽여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잦은 오폭 사고로 영국군의 희생이 잇따르자 영국군들에게서는 ‘미군이 과연 아군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제라드 상병은 “나는 전투를 위해 훈련받았다. 탱크를 몰 줄도 알고 공격을 피할 줄도 안다”면서 “그러나 나는 미군이 우리에게 총을 쏠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까지 훈련받지는 못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나는 아군이 우리를 죽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늘 두려워해왔다”면서 “내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런 나를 보면서 ‘이라크인들은 걱정말고 미군을 조심해라’고 농담했는데 말이 씨가 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기대했던 전후 복구 사업을 미국이 독식하고 영국군과 영국 종군기자가 오폭으로 잇따라 사망하자, 영국에서는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미국의 고독한 동맹군’이 되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라크전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지지도가 최근 개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도 이같은 회의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더 타임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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