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이라크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면서 충분한 보급품을 지급하지 못해 영국군이 장비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이라크에서 전투중인 영국군이 사막 전투에 적합한 군화와 군복조차 준비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 영국군>
***이라크 군화 신고, 옷 기워 입고**
‘사막의 쥐’로 불리는 영국 제7기갑여단 소속 윌리엄스 리(18) 사병은 버려진 이라크군 막사 안에서 새 이라크 군화를 찾은 뒤 “영국 군화보다 가볍고 더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군화는 검정색 일색이고 사막의 열기로 구두창이 떨어져 나간다”며 자기 부대에 편한 군화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이라크제 군화를 신게 됐다고 말했다.
사정은 군복도 마찬가지. 영국군들은 호주머니를 뜯어내거나 전우들의 남는 옷을 뜯어 헤진 군복을 기워 입고 있어 마치 누더디를 걸치고 다니는 듯 하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이 부대 소속의 데이비드 리처드슨(22) 사병은 전투복 바지 엉덩이와 가랑이 부위에 난 구멍을 깁기 위해 여분의 바지를 찢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막 전투용 옷 한 벌만 지급받았는데 그것도 누가 입던 것이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영국군은 ‘꾸는 사람’**
사실 영국군은 걸프지역 투입때부터 보급품 부족에 시달렸다. 영국군 관계자들도 비교적 급하게 내려진 파병 결정 때문에 장비가 부족하다고 시인하고 있다.
지난달 전쟁에 착수하기 위해 쿠웨이트에 주둔한 영국군을 방문했던 영국 의회 폴 키치 의원은 "미군들이 영국군들을 ‘꾸는 사람(the borrowers)’이라고 비아냥댈 정도로 군화나 휴지 같은 기본물자들이 부족한 상태"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영국군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라크군 군화를 찾기 위해 전투 잔해를 뒤지고 있는 병사들의 사기다.
윌리엄스 리 병사는 군화 문제가 전투력을 잃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이라크 군화를 신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이틀전 버려진 이라크군 막사에 갔었는데 거기에는 군화와 군복으로 가득한 방이 있더라”며 이라크군보다 못한 자신의 상황을 한탄했다.
데이비드 리처드슨 병사는 “이라크군들이 우리보다 더 잘 입는 것 같다. 우리는 직업군인처럼 보여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떠돌이(tramp)처럼 보일 뿐이다”고 말했다.
미국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별장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8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 어떤 것도 나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과연 이라크 군화를 신고 헤진 옷을 입고 다니는 영국군을 만나도 블레어가 태연하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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