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처리와 관련, 일부 시민단체들이 파병안 찬성 의원들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낙선운동은 현행 선거법으로 보장된 유권자 권리”라면서 노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라크전을 계기로 노 대통령과 시민단체와의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盧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공정한 절차로 의사 표시해야”**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시민단체들이 파병동의안을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는 보고를 받고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사 표시 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 상황이 아니냐"면서 "그 이상의 무리하고 과도한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페어(공정)한 절차로 의사를 표시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 선언이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27일 참여연대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낙선운동 언급이 큰 파급력을 발휘했다"면서 "더욱이 파병 반대가 소수의견인 우리(파병반대파)에게는 시민단체들의 압력이 큰 뒷받침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나라당이나 일부 언론 등에서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했다면 시민단체 등 파병을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참여연대 “낙선운동은 유권자 고유 권리”**
노 대통령의 이같은 주문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수용 불가” 의사를 밝혔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낙선운동은 현행 선거법으로도 보장된 행위로 시민단체들이 부당한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게 아니라 국가의 중대한 사안에 대한 유권자의 고유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대통령이 과도하다 아니다 판단한 근거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반응”이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또 “오히려 파병의 의미에 대해 대통령이나 정부가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파병동의안을 표결하는데 있어 파병의 위험성과 국민 여론을 충분히 감안할 것으로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에서 파병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다음날인 지난 26일 유인태 청와대 정무 수석의 간담회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이들은 "청와대가 이라크 파병 문제로 시민사회단체에 간담회를 제안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28일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국회 본회의 상정 움직임은 청와대가 진정하게 국민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 측 제안을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1월 이례적으로 시민단체연대회의 신년하례식에 직접 참석하고, 시민단체 관련 인사를 중용해 일부 보수언론에선 시민단체와의 '밀월 관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을 계기로 노 대통령과 시민단체와의 거리가 급속히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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