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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고쳐 쓴 연설문

“전쟁 예정보다 빨리 진전”에서 “아직 멀었다”로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군과 민병대의 완강한 저항에 직면, 이라크전쟁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전쟁 장기화를 공식 인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문구까지 고쳐가며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사진: 부시 연설>

***"아직 멀었다"면서도 "효과적인 전투계획"이라는 부시의 모순**

부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의 맥딜 공군기지에 있는 미 중부사령부를 방문해 전황 브리핑을 들은 후 "전쟁은 훌륭하게 진전되고 있지만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far from over)"면서 "이 전쟁이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러나 연설에 앞서 준비된 연설 원문에는 "아직 멀었다"는 구절이 "계획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ahead of schedule)"로 돼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연설문을 미리 읽어보던 부시 대통령이 그 부분에 줄을 긋고 수정했다는 것이다.

연설이 있기 직전 기자들과 만난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의 말은 문구가 수정됐다는 뚜렷한 증거였다. 플라이셔는 부시 대통령이 선발부대의 바그다드 진격과 전투에서의 성공을 언급하며 "계획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시는 이어 "우리는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혹은 "우리는 이라크 정권의 마지막 날이 언제일지 예상할 수 없다"등의 말로 전쟁의 장기화를 거듭 암시했다.

이같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음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성공에 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전쟁의 승리를 자신하고 미국인들을 독려하는 말을 늘어놓았다.

부시 대통령은 병사들에게 미국이 이 전쟁에서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한 대규모 동맹군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바그다드 장악을 위한 전투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이라크에 대한 통제력을 서서히 잃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설 말미에서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효과적인 전투계획과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군이 무너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라크 민병대의 강한 저항으로 전투가 교착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보도하며 부시의 이날 연설이 모순된 것임을 에둘러 비판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 "언제 끝날지 나한테좀 가르쳐 달라"**

한편 일부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들도 이라크 전쟁이 수개월 걸릴 것이며 현재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있는 미·영 연합군보다 많은 수의 병력이 추가로 배치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의 한 관리는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현지의 악천후와 지나치게 길고 취약한 보급선, 예상외로 강력한 이라크의 저항 때문에 현재의 계획에 대한 광범위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군 당국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리들은 또 이라크 현지와 국방부에 있는 미군 사령관들이 더 장기적이고 힘든 전쟁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얼마나 걸릴 것이냐는 질문에 한 관리는 "언제 끝날지 나한테좀 가르쳐 달라"고 반문했다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어 미군 당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견대립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군 작전을 세우는 국방부내 일부 전략가들은 바그다드 북부로 계속 진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대부분의 육군 사령관들은 물과 식량, 병기의 보급을 위해 진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전략 재검토'와 '내부 의견 분열'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이 기사내용에 대해 빅토리아 클라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 사실을 공식 부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같은 날 보도했다. 그러나 전쟁이 미국의 예상대로 돼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연설문까지 황급히 수정하면서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시인하는 부시 대통령의 행동을 미뤄볼 때 미 군부내 전략 재검토와 의견분열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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