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경찰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이라크전 반전시위를 하고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두 명을 수갑까지 채워 강제연행해 국제적 물의를 빚고 있다.
이날 연행된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북아일랜드 폭력사태 반대운동으로 76년 노벨상을 수상한 메이리드 코리건 마기르와, 대인지뢰 금지운동으로 97년 노벨상을 수상한 조디 윌리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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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60여명의 시위대와 함께 백악관 앞에서 원을 그리며 앉아 “평화, 샬롬” 등을 외치며 평화적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손에 이라크전 희생자들의 끔찍한 사진을 담은 포스터와 장미꽃과 들고 있었다. 해산을 종용하던 경찰은 시위가 계속되자 이들을 체포, 수갑을 채워 연행해갔다.
***“이것이 우리 민주주의다”**
연행되기 직전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기르는 “우리는 과거 북아일랜드 분쟁도 대화로 풀어냈다”며 “미국도 문제를 대화로 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앞에서 오는 4월18일까지 일일시위를 벌일 예정이라며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다른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조디 윌리엄스는 연행되면서 “이것이 우리 민주주이다”고 기자들을 향해 외쳤고 수갑이 채워진 채 마기르와 포옹한 후 경찰차에 태워졌다.
이들을 연행한 경찰서 대변인은 “몇시간 있으면 풀려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이리드 코리건 마기르는 북아일랜드 태생으로 베티 윌리엄스와 함께 얼스터의 교파분쟁을 끝내기 위한 가톨릭·프로테스탄트의 평화운동단체 <피스 피플 공동체>를 창설, 이 업적으로 윌리엄스와 함께 76년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조디 윌리엄스는 91년 11월 국제지뢰금지운동(International Campaign to Ban Landmines/ICBL)이라는 단체의 설립을 주도한 미국의 사회운동가로 단체 설립 6년 만에 대인지뢰의 사용을 국제적으로 금지시킨 대인지뢰금지협약 체결에 기여한 공로로 이 단체와 함께 97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종교지도자들도 무더기 연행**
이날 백악관 앞에서 연행된 이들 중에는 베트남전 반전시위를 주도했던 종교 지도자 다니엘 엘스버그도 포함됐다. 엘스버그는 미 해병 출신으로 고위 군사전략 분석가였으나 71년 베트남 전쟁에 관한 미 국방부 비밀문서를 '내부 고발자' 차원에서 외부로 유출시킨 이래 평화운동가로 전환한 인물이다.
이날 시위대에는 또 가톨릭과 감리교 종교지도자들과 유대교 목사(랍비)도 있었으나 이들 역시 모두 연행됐다.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반전시위에서 한번에 1천5백여명을 연행한 바 있는 미 경찰은 반전시위는 앞으로도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선의 교착과 적대적인 국제여론, 등을 돌리기 시작한 미국내 여론 등 사면초가에 몰린 미 행정부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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