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좋게 북진하던 미·영 연합군이 23일부터 이라크측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주춤하고 있다. 이라크측이 새로 들고 나온 게릴라 전술이 주효한 탓이다. 지난 91년 수동적인 진지전을 펼쳤던 이라크는 이번 전쟁에서는 민병대와 소형화기를 동원한 게릴라 전술로 미군측의 후방을 교란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고 미군측의 보급선이 길어질수록 이같은 게릴라 전술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 나흘째인 23일(이하 현지시간) 게릴라 전술을 이용한 이라크의 결사적 저항과 반격이 시작되면서 미·영 연합군의 북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충성하는 비정규 시민군이 주축이 돼 정규군을 뒷받침하는 게릴라 전술은 북진의 교두보가 될 움 카스르 항구 점령에 차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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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 구축 방어에서 게릴라 전술로**
91년 1차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의 주요 전술은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적군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이 전술은 막강한 미군과 연합군의 화력앞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는데 이같은 경험을 가진 이라크는 이번 전쟁에서 ‘치고 빠지기식’ 작전으로 미·영 연합군의 배후를 침투하거나 항복을 가장해 미군 진지로 들어가 기습공격을 하는 ‘전통적인’ 게릴라 전술을 취하고 있다.
이같은 전술이 가장 뚜렷이 나타난 곳은 쿠웨이트 접경 움 카스르다. 미 해병대는 21일 움 카스르에 성조기를 내걸며 남은 저항세력을 소탕하고자 했다. 그러나 120명의 이라크군 병사들은 이날 새벽 반격을 가했고 미·영 연합군은 영국 해리어 전투기의 공중지원속에 가까스로 이들을 격퇴했다고 영국 BBC와 미국 CNN이 보도했다.
그러나 AFP 통신은 미·영 연합군이 움 카스르에 대한 통제권을 여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수류탄과 기관총 등 소형화기를 이용해 기습작전을 펼치는 이라크인들 때문이다.
이라크인들은 움 크스르 이외에도 바스라, 나자프 등 최소 4개 전투지에서 미군의 전진을 힘들게 하고 있고, 미군 포로를 잡아 텔레비전에 비추기도 했다. 이 미군들은 소수의 특공대원으로 보이는 이라크군이 미 선발 기갑부대의 측면을 공격해 생포한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게릴라, 투항 위장해 역습하고 민간인 복장**
미·영 연합군이 ‘게릴라’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영국군 대변인 크리스 버논 대령의 지난 22일 브리핑이었다. 그는 움 카스르에서의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저항은 이라크의 게릴라 전술 때문이라며 “저항은 군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총과 로켓포를 소지한 결사대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민간인의 집에 침투해 총을 쏘고 민간인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기도 한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미군 중부사령부 부사령관인 존 아비자이드 중장도 브리핑에서 “주전선의 배후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게릴라 공격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라크인들이 항복을 위장한 후 미군 안에 잠복해 있다고도 전했다.
알 샤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미군이 헤어나올 수 없는 곤경에 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알리 알 바흐리 전 쿠웨이트 석유장관도 움카스르 점령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며 “움 카스르 같은 작은 도시에서 저항이 이처럼 계속되는 것에 우리는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움 카스르 점령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린다면 티크리트나 바그다드 점령에는 도대체 얼마나 걸리겠냐”고 반문했다.
***미·영 연합군 작전 차질**
움 카스르 점령이 시간을 끌고 게릴라 전술이 펼쳐지면서 미·영 연합군의 작전은 차질을 빚고 있다.
우선 이라크의 게릴라 전술이 미군의 바그다드 진격 때에도 적용된다면 민간인 희생자를 최소화하려는 미국 노력을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바그다드 남부에 배치되고 있는 이라크 정예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으려니와 게릴라를 색출하기 위해서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소 2천명에 달하는 투항 이라크군 속에 침투한 게릴라들의 매복작전도 미·영 연합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움 카스르 항을 점령해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구호기지로 사용하려던 미·영 연합군의 계획도 벽에 부딪혔다. 이라크에 대한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통해 세계적으로 들끓고 있는 반전여론을 무마하려 한 미국과 영국의 계획이 무산되는 것은 미국과 영국이 더 고립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게릴라 전술이 주효하고 있는 이유는 미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심한 반감 때문이다. 아무리 후세인 독재에 시달려온 이라크인들이지만 1차 걸프전에 이어 또다시 이라크를 공격하는 미국에 대한 반감은 무엇보다 크다. 이같은 반감은 게릴라전 성공의 핵심 요소인 민간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라크인들을 해방하시키겠다’던 미군이 해방자가 아니라 점령군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인들의 원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소형 트럭 이용한 기습 반격도**
게릴라 전술을 이용한 이라크군의 저항은 움 카스르 뿐만이 아니다. 이라크 중서부 도시인 나자프에서는 80년대 아프리카 차드 내전에서 선보였던 소형 트럭을 이용한 공격이 벌어져 미 관리들은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이라크군은 일본제 트럭에 장착한 기관총으로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미군 아브람스 탱크를 공격했다. 이 반격에서 이라크군은 로켓포와 기관총, 소형 폭탄을 사용해 희생을 최소화 하려는 미군에 효과적으로 저항했다.
남부 나시리야 지역에서도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교두보를 확보하려던 미군이 이라크군의 공격을 받아 10~15명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부상당했으며 12명이 실종됐다. 미군 중부사령부 아비자이드 중장은 이 교전과 관련, 이라크군이 항복할 것처럼 보였다가 돌연 기습공격을 가해와 미·영 연합군의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아비자이드 중장은 23일을 “개전이래 가장 격렬한 저항이 있던 날”이라고 말했다. 게릴라 전술을 선보이며 강력히 저항하는 이라크군과 비정규군 때문에 전황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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