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는 이라크전쟁 반대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며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시위대가 숨지는 사건도 벌어져 시위가 점차 과격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바그다드에 대한 융단폭격이 시작되고 이라크 남부 바스라 점령이 코앞에 다가온 21일, 미국과 아랍권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전쟁중단을 외쳤다.
<사진: 독일시위>
***금요예배 마친 무슬림들 대거 시위 가담**
아랍국가의 여러 도시에서는 이슬람 금요예배를 마친 교도들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전시위가 있었고 일부 시위대는 이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고 연행되기도 했다.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는 11세 소년과 일부 시위대들이 경찰과 충돌하다 총에 맞아 숨졌고 경찰 한명도 사망했다고 21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대사관을 향해 행진하던 시위대 3천여명은 경찰과 충돌, 9명의 시위대와 14명의 경찰관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시위대는 폐타이어를 바리케이트 삼아 시위를 벌이면서 “이슬람 젊은이들이여 반전평화를 외쳐라” “미국의 헤게모니와 위선을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아랍권 최대의 도시인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는 최소 5천여명의 성난 군중이 이슬람 사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물대포를 쏘는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은 구호를 통해 “우리의 심장과 영혼을 바쳐 우리는 이라크를 위해 희생될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인접 요르단에서도 수천명의 군중들이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에 맞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친이라크 이슬람교도들이 조직한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수도 암만의 일부 지역을 봉쇄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많은 암만의 위닷 지구에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시위중 부상을 당했으며 일부는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들에 연행됐다. 친미적인 성향의 국왕 압둘라는 이라크에 대한 동정심을 누그러뜨리라고 국민들에게 촉구했다.
<사진: 터키 이스탄불시위>
이라크군에 의해 침공을 받은적 있는 쿠웨이트 시민들도 반전의 목소리를 높였다. 쿠웨이트 반전시위대들은 이라크 사람들이 이미 충분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에서는 일부 시위대들이 사담 후세인을 찬양하며 “(이스라엘 수도)텔 아비브를 공격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인 아민 사에드는 “이 전쟁은 무슬림들을 믿지 않는 자들의 전쟁”이라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우리는 미국의 더러운 손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다. 우리는 이라크를 위해 싸운다”고 외쳤다.
아랍국가의 정부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아랍인들은 자국의 외교적 무능함에 낙담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반전 시위대 ‘다시 거리로’**
미국 전역에서도 수천명의 시위대들이 체포를 불사하며 연일 거리로 나서고 있다.
전쟁 발발 첫날 1천3백명 이상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1일 또다시 반전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한 카톨릭 신부는 이라크 전후복구사업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거대 건설회사인 베크텔사 본부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다.
과격한 시위 때문에 일찌감치 상가를 철시한 상인중 일부는 시위대에 불만을 표하기까지 했는데, 샌프란시스코시장 윌리 브라운은 “미국에서 반전시위가 가장 강력한 우리 시가 시위로 가장 많은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전쟁의 고통스런 아이러니”라며 “일부 시민들의 시위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라크인들에 비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참을만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사진: 뉴저지 대학생 시위>
미 중부권 도시 시카고에서도 1만여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수백명은 연방정부 사무소를 에워싸고 밤샘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건물 입구를 점거, 퇴근시간 교통을 마비시켰으며 수십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미국 시위대들은 북을 치고 페이스페인팅을 하며 거리에 나섰다. 미국인의 애국심을 상징하는 빨강색, 흰색, 파랑색 물감을 얼굴에 바르고 시위에 참가한 마크 메싱(45)씨는 “미국 헌법을 무시하고 있는 부시가 다른 나라를 침략해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것은 애국적이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반전시위에도 불구,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론을 가늠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미국인 6백명을 대상으로 20일 저녁(현지시간) 실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60%의 미국인들이 전쟁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미국인들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교민 지삼출씨는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아무 일이 없어 일반적으로 무관심한 것뿐이다”며 “여론조사를 믿지 마라. 최소한 대도시 중산층 이상은 반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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