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왜 '독립의 축'에서 '악의 축'으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왜 '독립의 축'에서 '악의 축'으로

<긴급 서한> "한국은 독립의 축" 명명했던 존 페퍼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고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이 필요하다고 선언한다면 그때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미국과 여러 나라들이 한국인들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군사행동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난달 24일 한국을 ‘독립의 축’으로 명명했던 국제문제전문가 존 페퍼가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견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20일 대국민 담화를 듣고 허탈한 심정을 토로하는 긴급 공개서한을 보내왔다. 페퍼는 대외정책을 연구하는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OREIGN POLICY IN FOCUS)’의 자문위원으로 지난달 24일 이 연구소 홈페이지에 ‘한국, ‘독립의 축’에 합류해(South Korea Joins the Axis of Independence)’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었다.(프레시안 3월5일자 보도)

<사진: 노무현 담화장면>

***“타협은 정치인의 속성이라더니...”**

공개서한을 통해 나타난 존 페퍼의 실망은 컸다.

그는 지난달의 논평문에서 “노무현의 평화주의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과속방지턱(speed bump)” “노무현은 불리한 전투에 익숙한 사람” “노무현은 올리브나무가지(‘평화’를 상징함)를 고수하는 사람”이라고 극찬하며 "한국이 프랑스, 독일과 함께 독립의 축이 되었다"고 높게 평가했었다. 그러나 페퍼는 이번 서한에서 “타협은 정치인들의 속성”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졌던 희망이 무너졌다고 한탄했다.

페퍼는 “외교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제거를 위해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꼬집으며 미국이 앞으로 똑같은 논리를 가지고 북한을 대한다면 과연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서한에서 페퍼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약소국이 취할 외교정책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다음 차례가 될 수도 있는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이번 공개서한은 아직 이 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되지 않았다. 긴급한 상황에서 한국 교포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우선 급히 전달되었으며, 한 재미교포 독자의 제보로 원문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음은 존 페퍼의 공개서한 전문이다.

***노무현의 잘못**

노무현 대통령 당신이 당선되었을 때, 나는 외교정책에 있어 독립적인 길을 준비할 한국의 능력에 대해 큰 희망을 가졌습니다. 부시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대화를 거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신은 북한에 대한 개입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미국과의 군사관계에서 보다 독립적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나는 정치인들에게 실망하는 것을 배워왔습니다. 타협은 그들의 속성이죠. 약소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동맹을 맺고 있는 강대국의 요청에 자신들의 외교정책을 맞춰야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미국과 국제금융기구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경제정책을 변화시킨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노 대통령 당신이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쟁을 지지하는 것도 보아왔습니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같은 강대국들은 반대해 왔고 이들 나라보다는 약한 멕시코, 캐나다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도 미국의 강요에 저항해왔습니다. 나는 자신을 ‘평화의 대통령후보’라 불렀던 당신 같은 지도자가 미국의 침략을 반대하는 세계 다수의 나라들과 운명을 같이하길 무척이나 바랐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라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제거를 위해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유엔 무기사찰단에 기회를 더 주지 않고, 이라크의 알-사무드 2 미사일 폐기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라크가 알카에다와 연계하고 있고 핵무기 보유했거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위협할 계획이 있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는데도 당신이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다”고 선언한 것은 충격적입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고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이 필요하다고 선언한다면 그때 당신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무엇보다도 미국은 북한의 공격 능력에 대한 상당한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됐을때, 노 대통령 당신이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은 한국과 동아시아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계속 주장한다면, 당신의 항변에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미국과 여러 나라들은 한국인들이 처하게 될 위협에도 불구하고 군사행동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 않을까요?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대한 정책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 당신이 다음에 일어난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북한이) 차기 ‘정권 교체’ 후보국이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위험한 일방주의 시대에 접어든 미국의 지도를 따르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Roh's Mistake**

When Roh Moo-hyun was elected president, I had great hopes for South Korea's ability to chart an independent course in foreign policy. Roh had signaled that he would continue a policy of engagement with North Korea despite the Bush administration's refusal to negotiate directly with Pyongyang. And Roh indicated that he would lobby for a more independent military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I have learned to be disappointed with politicians. It is in their nature to compromise. The leaders of relatively weak countries are under even greater pressure to make their foreign policy conform to the wishes of the stronger partners in alliances. Thus we have seen Lula in Brazil change his economic policy to suit the wishes of the United States and 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s.

And so we have seen Roh Moo-hyun support the U.S. led war against Iraq. Other, stronger countries have put up resistance, including France, Russia, and Germany. Even relatively weak U.S. allies like Mexico and Canada have resisted U.S. arm-twisting. I had great hopes that a leader like Roh, who styled himself the peace candidate, would throw his lot in with the majority of the world's countries in opposing the U.S. invasion.

Instead, Roh stated that "removing weapons of mass destruction in a situation where diplomatic efforts have failed was inevitable." It is poignant that he has declared the failure of diplomatic efforts in Iraq when the United States refused to give the inspections regime a chance to work, refused to acknowledge the significance of Iraq's destruction of Al Samoud 2 missiles, and refused to furnish any credible evidence that Iraq has any significant links to al-Qaeda, possesses nuclear weapons, or had plans to threaten the United States or its allies.

What will Roh Moo-hyun say if and when the United States declares that diplomatic efforts have failed with North Korea and a military strike is necessary there as well? After all, the United States has considerably more evidence of North Korea's offensive capabilities. And if in such an event Roh continues to maintain that a military strike against North Korea would have disastrous consequences for South Korea and East Asia as a whole, what countries will come to his defense? Won't they argue, with the United States, that military action is "inevitable" regardless of the threat to South Koreans?

It is too late fo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change its policy on Iraq. The war has already started. But if Roh Moo-hyun wants to avoid the next war and the next regime change on the Bush administration's list, he should think deeply about the consequences of following the U.S. lead at this time of dangerous unilateralism.

Sincerely,

John Feffer
Foreign Policy in Focus (for identification purposes only)
Washington, DC
March 20, 2003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