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일 오전 11시 반 바그다그에 폭격을 시작, 이라크전이 개전된 가운데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 등 여야 의원들이 ‘반전’ 항의 농성에 들어갔다.
김 대표와 민주당 김성호, 김경천, 송영길, 심재권, 이호웅,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은 개혁당 지구당위원장 20여명과 함께 미국이 최후통첩 시한으로 제시한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48시간 동안의 항의농성을 시작했다.
***김원웅 “적어도 30여명 의원이 파병 반대표를 던질 것”**
이번 항의농성을 주도한 김원웅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30명 이상의 의원이 파병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민주당 김근태,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 등 여야의원 35명이 성명서를 낸 데 이어 지난 17일 여야의원 22명이 이라크전 파병반대 성명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 두 서명에 참석한 의원은 한나라당 권오을, 김부겸, 김홍신, 서상섭, 안영근, 민주당 강운태, 김경천, 김근태, 김명섭, 김성호, 김영환, 김옥두, 김충조, 김태홍, 김택기, 김희선, 배기운, 송석찬, 송영길, 송훈석, 신기남, 심재권, 오영식, 이미경, 이창복, 이호웅, 임종석, 전갑길, 정동채, 정범구, 정철기, 조성준, 조한천, 최용규, 최재승, 허운나, 개혁당 김원웅, 무소속 오장섭 등 모두 38명이다.
김 대표는 “이번 전쟁은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를 뺏으려는 침략행위이며, 이에 항의하는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학살행위”라면서 “인류문명사적 차원에서 이같은 전쟁에 동참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국익 측면에서 이라크 전에 동참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선 “유럽 주요 국가, 캐나다, 멕시코 등 미 주변국, 아랍권 전체가 전쟁에 반대하는 등 세계에서 반전 여론이 들끓고 있다”면서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을 거슬러 전쟁에 참여할 경우 미국과 함께 국제 정치에서 고립될 위험이 있다”고 파병 반대 이유를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북핵 문제를 고려해서라도 이라크전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킬 경우 이라크전을 지지해 파병까지 한 한국 정부가 무슨 명분으로 국제사회에 한반도 전쟁 반대를 호소할 수 있겠냐”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또다른 파병 반대 이유로 ‘전비 부담’ 문제를 꼽았다. 그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 파병을 결정한 것이라면 국회 입장에선 파병을 반대하는 게 우리 외교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전쟁 후 전비부담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2년 걸프전때 미국은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도 없이 전쟁을 일으켜놓고 전비는 5억불이나 부담하게 했는데 이는 걸프전을 주도했던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면서 “당시 의회에선 걸프전 반대 목소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은 만만한 우리나라에 국력에 걸맞지 않게 많은 비용을 부담시켰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이번 이라크전의 경우 유엔 안보리의 승인도 없지 않은 국제법상 불법적인 전쟁이고, 주요국가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참전국가들이 나눠서 부담해야할 전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의 당당했던 기백은 어디로 갔나"**
김 대표는 ‘한미동맹을 고려할 경우 불가피하다’는 정부에서 밝힌 파병 이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일각에선 한미동맹을 이유로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상대방 국가가 공격을 받을 때 서로 돕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전은 미국이 먼저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상호방위조약을 의미하는 것이지, 상호공격조약이 아니다. 또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와 그 주변의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처럼 부도덕한 전쟁에 파병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서 노무현 정부의 그 당당했던 기백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지속적으로 연대 항의시위를 가질 예정이며 국회내 파병 반대여론을 모으기 위한 여야의원 토론회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항의농성은 48시간 동안 계속된다. 김 대표는 “오후 7시 이후엔 일반 당원들까지 농성에 참여, 1백여명이 국회 내에서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표가 항의농성에 들어가며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살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부도덕한 전쟁의 용병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죽음의 연기가 바그다드의 하늘을 휩싸려 하고 있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야 합니까? 왜 전쟁을 해야 하는 지 모르는 어린이들이, 부녀자들이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 어울리지 않는 죽음을 맞아야 합니까? 도대체 어느 누가 이 전쟁을 승인했습니까? 가장 나쁜 평화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 좋은 것입니다. 인류는 이번 전쟁을 악의 전쟁으로 기록할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시 미 대통령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안보리결의라는 최소한의 형식마저 거부했습니다. 유엔사찰단이 확인한 진실과 국제사회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외면한 채 시선을 석유에만 두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이유 없이 죽어야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인간성이 패권에 패배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역사는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이번 전쟁으로 부시는 석유를 얻을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미국은 악의 제국이고, 부시는 인류의 양식을 짓밟는 범죄자라는 낙인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인과응보라고 하지 않습니까? 미국이 무고한 국민들을 공격하여 고통을 주면, 그 고통이 부메랑이 되어 미국인에게 되돌아옵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테러 때문에 늘 안절부절 해야 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평화로운 삶을 향한 인류의 수레바퀴는 저절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평화를 사랑하기에 불의에 저항할 줄 아는 양심이 필요합니다. 오늘 이라크가 불바다가 되면, 내일에는 한반도가 부시의 전쟁게임에 놀아나는 위험한 전쟁터가 될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우리는 부도덕한 전쟁에 동참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침략전쟁과 학살행위에 동원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부도덕한 전쟁의 용병으로 내몰아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7천만 동포에게 호소합니다. 우리는 지난 세기 인류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을 겪은 민족입니다. 이런 불행한 경험은 또 다시 전쟁은 없어야 된다는 반전평화의지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안되는 거라면 다른 나라가 전쟁터가 되는 것도 반대해야 합니다. 이라크인의 생명도 우리와 똑같은 생명입니다. 존중되어야 할 가치가 똑같습니다. 지구가족들의 평화를 지키는데 함게 동참하여 우리 모두 심장을 가진 사람임을 확인합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의 고동을 확인합시다.
2003.3.20
개혁국민정당 김원웅 대표, 개혁국민정당 당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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