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자기 직무를 보호하고 직무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이 있으나 그것은 스스로 판단해서 해야할 일이다. 지침을 내리는 것은 적당하지 않으며 지침은 개입이라고 느껴질 소지가 있어 안 했으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취재에 응한 공무원의 보고를 의무화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취재 개편 방안에 대해 보고받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취재원 노출 문제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는 게 기본이고 취재원 보호 원칙은 언론사의 재량권이며 이의 한계는 언론사가 다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또 ‘취재원(공무원)이 기자를 만나면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그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고 송 대변인이 밝혔다.
***‘신(新)보도지침’ 비판 진화하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언론에서 이 장관의 취재 개편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야당에서도 ‘신보도지침’이라며 정치쟁점화 하려들자 조기에 이를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이 장관의 ‘보도지침’과 관련 17일 당 언론대책특위를 열어 대책을 논의, 국회 문광위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키로 했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언론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과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정권차원의 본격적인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신보도지침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배 부대변인은 “방문취재를 금지한 것도 모자라 취재 실명제, 취재 응대 후 상부보고제 등을 도입한 것은 아예 언론의 모든 취재활동을 감시, 통제하겠다는 의도”라며 “이 같은 발상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사명감이 강한 기자들을 공무원 업무나 방해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한매일 등 대부분의 언론이 사설 및 칼럼을 통해 이 장관의 지침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같은 ‘신보도지침’ 논란에 대해 송경희 대변인은 "청와대가 모델을 제시하거나 지침을 내린 바 없으며 취재시스템 문제는 각 부처가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인간의 기본적 상식에 맞춰 제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것은 규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단 해체, 방문 취재 제한 등은 필요성 역설**
그러나 청와대는 정부부처의 기자실 개방, 사무실 방문 취재 제한 등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17일자 <청와대브리핑>은 총 4면 중 1면을 기자실 개방 등 새로운 취재시스템에 대한 설명에 할애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일부 언론이 이번 사안을 언론자유 문제로 규정짓고 언론탄압, 언론통제, 알권리 봉쇄라며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취재 관행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브리핑>은 "취재와 관련해 지금보다 다소 불편해진 부분은 사안별 브리핑, 정보공개절차 개선 등 이에 갈음하는 보완책을 마련해 다소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제도적으로 정착시켜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부처의 사무실 출입 취재 제한에 대해서도 "미국, 영국, 일본 모두 사무실 무단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브리핑>은 "미국은 정부, 의회 등 어느 기관이든 기자들이 사무실을 마음대로 출입하지 못한다. 의회도 사전 면담 약속이 있을 때만 개별 사무실 출입을 허용할 뿐이며 영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기자실과 기자클럽이 존재하는 일본도 집무실이 있는 총리관저의 5층엔 아예 기자출입이 금지돼 있다"면서 "기자들은 부처의 오전.오후 정례브리핑을 듣거나 주2회 정도 개최하는 장관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변인은 정부부처 기자실 폐지 논란에 대해 "청와대 취재시스템 개편정신은 기자실 폐지가 아니라 출입기자 제도를 없애 정보독점 폐해를 없애는 개방형으로 가겠다는 것이며, 가판구독 근절 등을 통해 권언유착을 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해성 홍보수석은 정부부처의 기자실 운영방안에 대해 "21일 각 부처 공보관들이 모여 회의를 갖고 언론계 의견도 수렴해 좋은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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