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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인투수’를 기대한다

<프레시안 스포츠> 타고투저(打高投低) 극복방법

야구경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몇 대 몇일까?

케네디 대통령이 선거운동기간에 TV토론에서 밝힌 8대7은 '케네디 스코어'라고 명명되어 지금까지 가장 재미있는 야구경기 스코어로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를 보면 '케네디 스코어'보다는 1대0의 치열한 투수전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국내프로야구에서 치열한 투수전이 줄어든 이유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해외조기진출 선수들이 대부분 투수였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투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쉽지 않았던 타자들은 국내 팀에 속속 입단해 가뜩이나 심해진 '타고투저' 현상을 가중시켰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송은범(SK), 노경은(두산), 고우석(기아), 안영명(한화) 등 수준급의 고졸투수들이 입단했다. 문희수 투수로부터 시작된 프로야구 고졸투수 돌풍이 올 시즌 프로야구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로 등장한 것이다. 과연 이들이 겁없는 투구로 '타고투저'현상을 해소시키는데 일조 할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프로야구 고졸투수의 역사를 만든 문희수와 박정현**

국내 프로야구 고졸투수로서 최초의 승리투수는 문희수(당시 해태)였다. 이미 광주일고 시절 박준태, 김선진, 김성규, 서창기 등의 화려한 멤버들과 함께 고교무대를 평정했던 문희수 투수는 특유의 '총알투'로 프로무대에서도 잘 적응했다. '가을의 사나이' 김정수와 함께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문희수 투수는 1988년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그는 1989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당시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빙그레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잠재워 또 한번 빛을 발했다.

문희수 이후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고졸투수는 박정현(당시 태평양)이었다. 수원의 신흥야구명문 유신고를 졸업한 박정현 투수는 농구선수와 같이 큰 키에 어울리지 않는 잠수함 투수였다. 오락야구에서나 가능한 마구에 가까운 몸쪽 싱커를 구사했던 박정현 투수는 1989년 선동열 투수와 다승왕 경쟁을 펼치며 고졸선수로는 최초로 신인왕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당시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투수는 시즌 MVP를 수상해 지금까지도 1989년은 투수의 해로 기억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슬라이더 구사했던 염종석**

박정현 선수가 출현한 후 고졸 투수로서 신인왕을 받은 선수는 염종석(롯데)이다. 김응룡 감독이 해태시절 '국내최고의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투수'라고 칭찬했던 염종석 투수는 1992년 프로야구최고의 화제였다. 묵직한 직구, 자로 잰 듯한 슬라이더, 최동원을 연상시키는 두둑한 배짱을 갖춘 염종석 투수는 1986~1991년까지 단 한번을 제외하곤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던 해태의 독주를 정면으로 막아냈다.

부산상고 5년 선·후배 사이인 김응룡(당시 해태)과 강병철(당시 롯데)감독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1992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는 염종석을 위한 무대였다. 염종석 투수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마무리로 등장해 롯데에게 귀중한 첫 승을 선사했으며 1승 2패로 벼랑끝에 몰려있던 4차전에서는 완봉승을 거두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는 승부를 결정짓는 5차전에서도 마무리 투수로 등장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인도했다.

부산고 시절 행상을 하시던 어머니의 리어커를 끌며 고생했던 염종석 투수는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하며 자신에게 기회를 줬던 정학수 롯데 스카우트에게 보답했다.

박찬호, 임선동, 박재홍, 조성민, 차명주 등 한국야구역사상 재능있는 선수들이 가장 많이 태어난 해인 1973년에 태어난 염종석은 입단동기인 정민철, 안병원과 함께 마운드의 신선한 새바람을 주도했다.

***한국판 마쓰자카의 출현을 기대하며**

1998년 일본 고교야구 고시엔 대회의 영웅이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당시 요코하마 고교)는 팀의 44연승 행진을 이끌며 봄철과 여름철 고시엔 대회를 석권했다. 당시 마쓰자카의 별명은 '헤이세이(平成)시대의 괴물'이었은데 이는 1973년 고시엔 대회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 대투수 에가와의 별명 '쇼와(昭和)시대의 괴물'에서 연유된 것이다.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매 게임마다 구름 같은 관중을 몰고 다니며 일본 프로야구의 인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 우에하라 투수에게 밀려 제팬 시리즈를 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 내주긴 했지만 아직도 일본에서 마쓰자카의 인기는 대단하다.

현재 국내프로야구에서 주목받는 고졸출신 투수로는 1998년과 2000년 신인왕을 거머 쥔 김수경(현대), 이승호(SK), 지난해 역대 고졸신인 최고계약금을 받고 들어 온 김진우(기아), 두산 마운드의 핵 박명환, 구자운과 '발톱세운 독수리' 정민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지난 해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로 등장해 실패의 쓴맛을 맛봤던 김진우 투수는 올 시즌 전지훈련을 통해 변화구와 패스트볼의 위력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김진우 투수가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내용을 보였지만 10번째 우승을 기대하는 기아 팬들에게 김진우란 이름 석자는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고졸 신인투수 가운데 박정현-염종석-김수경-이승호로 이어지는 고졸투수 신인왕 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국내언론에서는 시속 144 Km에 달하는 공 스피드와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을 지닌 SK 와이번스의 송은범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약 송은범 투수가 좋은 성적을 내 준다면 SK는 이승호, 채병룡용이 리드하는 투수진이 더욱 탄탄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구란 뚜껑을 열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노경은, 고우석, 안영명 투수 등도 충분히 큰 일을 낼 수 있는 재목감이기 때문이다. 과연 올해 프로무대를 밟게 되는 고졸 신인투수들이 국내프로야구에서 새로운 돌풍의 핵으로 등장할 수 있을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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