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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는 왜 쿠데타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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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는 왜 쿠데타를 하지 않나?"

<신간> ‘착시현상’ 각오하고 북한 바라보기

사회주의권의 붕괴, 영변 핵위기, 김일성 주석의 사망, 잇따른 자연재해, 주민 수십만명 아사(餓死) 등으로 북한 정권의 대내외적 위기가 고조되던 90년대 중반. 금방이라도 권력의 전면에 나설 듯 보였던 김정일이 웬일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위기에 봉착하자 당시 한국과 미국의 주류 담론을 차지한 것은 ‘북한은 곧 붕괴하니 정치·경제적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식의 ‘김칫국부터 마시기’였는데, 김정일의 행보가 아리송해지자 슬그머니 대두된 또하나의 ‘설(說)’이 있었으니 저 유명한 ‘김정일 볼모론’이었다.

<사진: 김정일>

김정일이 군부 강경파의 볼모로 잡혀있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공식 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북한 권력 서열의 바로미터라 여겨졌던 주석단 서열에 군 인사들의 이름이 점차 늘어나는 현상은 볼모론의 신빙성을 거들었다.

***선군(先軍)정치, 불붙은 논쟁**

그러다가 96~97년 선군정치가 등장했다. ‘군대를 내세워 군대에 의한 정치’를 말하는 선군정치가 등장하자 이에 대한 해석이 구구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미 잦은 숨을 내쉬던 볼모론자들은 마지막 사력을 다해 외쳤다. ‘선군정치는 김정일 실권(失權)과 군부의 권력 장악을 상징’한다나.

황색 담론에 불과했던 볼모론이 그같은 ‘완벽한’ 논리로 논쟁의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자폭할 때, 논쟁의 중심부에는 이미 선군정치는 과연 무엇이고, 이를 도입한 북한은 당 우위 국가에서 군대 우위 국가로 바뀌었냐는 논쟁이 불붙어 있었다. 이는 달리 말해 사회주의 국가의 당-군대 관계에 비춰본 북한 체제의 일반성과 특수성에 관한 논쟁이었다.

<사진: 책표지 스캔>

선군정치를 둘러싼 논쟁의 한가운데에 자리했던 학자이자 언론인이 그 오랜 논쟁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의 <북한 군부는 왜 쿠데타를 하지 않나: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와 군부의 정치적 역할>(한울 아카데미).

한국의 수많은 북한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가보고 물어볼 수 없는 북한이란 곳에서 벌어지는 당-군 관계 재편(?)의 원형질에 접근하기 위해 저자는 북한과 사회주의권 국가들에 관한 방대한 자료·서적을 모아 읽고, 인민군 출신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하는 등 연구기간을 최대한 늘이는 ‘전략’으로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같은 ‘고난의 행군’을 감행한 끝에 내놓은 이 책에서 저자의 결론이 “선군정치는 북한 군대의 ‘정치적 역할’을 증대시켰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시키지는 않았고 당의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하는 당-국가 체제는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았다”고 요약해 버린다면 이는 분명 빚을 지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수많은 사실(팩트)들과 이론·모델, 사회주의 국가 일반과의 비교 연구, 그리고 수년간 집적되고 정리된 표를 꼼꼼히 살피며 저자의 치밀한 논리와 사고과정을 추적해 본다면 다만 그 빚을 조금은 탕감할 수 있으리라.

***“직업과 연구가 결합한 산물”**

이대근 논설위원은 머리말에서 “북한 연구는 반론 가능한 논증들로 가득한, 아슬아슬한 줄타기이자 절반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려운 도박”이라면서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북한을 연구한다는 것은 사실 “착시현상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북한 연구에 대해 가졌던 저자의 고민은 어쩌면 사실과 이론간의 날카로운 긴장만이 용인되는 학문이란 것이 인간에게 던지는 과제 일반을 말해준 것일 수도 있겠다. 연구 대상으로서의 북한이란 그래서 더욱 매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전업학자가 아니다. 경향신문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차장을 거쳐 현재 논설위원으로 일하면서 통일·안보 문제를 현장에서 접한 언론인이다. “내 지적 관심은 유행을 따른 것 같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내 직업과 연구의 일치는 불가피했고, 이 책은 그 산물이다”고 말하는 이대근 논설위원의 고난의 행군길을 뒤쫓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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