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인터넷을 통해 야구 음성중계와 동영상 하일라이트 서비스를 해왔던 메이저리그(이하 MLB)가 3월 13일(현지시간) MLB의 대표적 앙숙가운데 하나인 보스턴과 뉴욕양키스의 경기를 시작으로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를 시작한다.
MLB 공식사이트를 통해 사용자가 인터넷 생중계 한 경기를 보는 데 드는 가격은 2달러 95센트이며 한 달 사용료는 14달러 95센트, 시즌 사용료는 79달러 95센트로 책정됐다.
라디오, 공중파 TV, 케이블 TV, 위성 TV 순으로 발전했던 MLB 스포츠중계 서비스가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세계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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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측, 2만~5만명 이용자수 예상'**
MLB 인터넷 생중계는 전체 MLB경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주당 45경기를 소화하게 되며 윈도우와 매킨토시에 지원되는 리얼네트워크 社의 미디어 플레이어를 통해 볼 수 있다. MLB 어드밴스드 미디어(Advanced Media)의 CEO 밥 보우맨은 "야구중계를 인터넷으로 보게 된 것은 자연스런 진화이다"라고 밝히며 "2만~5만명 가량의 인터넷중계 이용자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MLB 인터넷 생중계는 미국내 전국방송이 있는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일요일 저녁에는 실시되지 않는다. 또한 홈경기가 펼쳐지는 지역에서는 지역 TV방송국의 중계권을 보호해주기 위해 인터넷 생중계를 즐길 수 없다. 쉽게 설명하면 시카고 컵스의 경기는 시카고 지역의 방송국이 생중계를 할 경우, 같은 지역 내에 거주하는 사용자는 인터넷 생중계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MLB측의 이런 결정은 인터넷 보다 훨씬 많은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TV방송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FIFA(세계축구연맹)가 야후에게 월드컵 공식사이트의 권리를 인정해주었지만 인터넷 중계만큼은 TV방송의 권리와 상충된다는 이유로 유보한 바 있었다.
MLB측은 TV방송을 보호해 주는 '중계 관제(Black out)'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쿠오바 社의 시스템을 활용했다. 쿠오바 社의 시스템은 컴퓨터의 고유한 IP 주소와 도시, 우편번호를 조합시켜 사용자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또한 MLB측은 신용 카드로 요금 지불시 우편번호를 입력하게 해 쿠오바 社 시스템의 미비점을 보완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맨 사장은 "만약 이런 중계 관제 제도를 위반하는 사람이 있다면 백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무선야구 서비스가 득세**
사실 '인터넷의 천국' 한국에서는 인터넷 야구 생중계 서비스가 미국보다 빠른 2000년에 시작됐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중계권이 있는 방송사들과 인터넷 중계 전문업체들에 의해 시작된 프로야구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는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결제수단으로 신용카드 뿐 아니라 간편한 휴대전화 결제를 사용했던 프로야구 인터넷 생중계는 유료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저항감이 강하게 작용해 실패했다. 값비싼 방송 장비를 구입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 했던 인터넷 야구생중계 서비스는 무료서비스를 지향하는 곳을 제외하곤 거의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유선 인터넷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료화가 쉬운 무선 인터넷 야구중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무선인터넷 야구중계는 크게 경기상황을 문자정보로 즐기는 문자중계와 그래픽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중계로 나뉘어 졌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에 의해 동영상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휴대전화로 TV와 같은 동영상 야구중계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휴대전화로 장시간 동안 야구생중계를 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동통신사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K 대리는 "화면의 협소함과 배터리의 성능문제때문에 야구생중계를 휴대전화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이다"고 밝히며 "현재 휴대전화로는 스포츠 하일라이트 서비스 정도가 가능할 것이며 향후 무선서비스만의 특장점을 살린 스포츠 컨텐츠가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MLB의 인터넷 중계서비스는 세계화 전략의 일환**
미국의 4대 스포츠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MLB가 이번에 실시하는 인터넷 중계서비스는 사실상 세계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거를 많이 배출해왔던 중남미 국가들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MLB 인터넷 중계서비스를 통해 자국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기 원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된 우리나라는 MLB 인터넷 중계의 잠재시장 가운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파업 여파로 주춤하던 MLB는 1998년 맥과이어와 소사의 흥미진진한 홈런경쟁을 계기로 팬들의 관심을 다시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MLB는 세계화전략에서는 NBA(북미농구리그)에 뒤져왔고 국내 인기도 면에서는 NFL(북미풋볼리그)에게 밀려왔다.
때문에 스포츠 계 일각에서는 MLB가 '미국의 여가생활(America's Pastime)'이 아니라 '미국의 과거(America's Past)'가 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새 매체인 인터넷을 통해 세계화와 수익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며 미국 최고의 스포츠로 거듭나려는 MLB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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