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이 청와대를 방문, 노무현 대통령과 당초 예정됐던 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같은 방침을 결정하고 유인태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합의했다.
***"어떤 형태로든 노 대통령을 만나겠다"**
박 대행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 "오늘 어떤 형태로든 노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행은 "내가 청와대에 갈 수도, 노 대통령이 당사를 방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당내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회담 강행의지를 밝혔다.
박 대행은 이에 앞서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담이) 노 대통령이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순이든 아니든 야당을 방문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거부하겠느냐"면서 "야당이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에게 좋지 않게 비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행은 또 "특검법 거부권에 대해선 당당하게 토론에 임해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을 강조할 것"이라며 "대신 경제와 안보 등 일반 국민의 생활과 국가안위에 관련된 문제를 집중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행의 이같은 결정은 당초 청와대측과 노 대통령의 11일 한나라당사 방문 및 박 대행과의 회동을 확정했다가 지난 10일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압력에 밀려 일방적으로 회담을 취소하고 나선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측이 당초 합의했던 노 대통령의 한나라당 당사 방문은 무산됐으나,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취임 이후 야당대표와의 첫 공식 회동을 통해 국정현안과 대북송금 특검법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그러나 특검제 현안과 맞물려 97년과 지난해 대선 전에 한나라당이 대북 밀사를 파견해 대북 지원을 제의했다는 북한측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날 회동을 통해 박 대행이 특검제 강행 방침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대 대북송금 관련 특검제를 도입할 경우 한나라당의 대북접촉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제도 함께 실시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임시지도부 무기력 드러낸 단면**
한편 노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 한나라당의 오락가락한 모습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공백상태에 빠진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드러낸 해프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 분위기에 편승해 이미 합의한 영수회담을 연기키로 한 결정이나 여론에 떠밀려 재차 회담을 수용키로 하는 등 하룻사이에도 입장이 수차례 뒤바뀐 것은 현 임시지도부의 지도력의 한계를 보여준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당 내에서도 한 초선의원은 10일 저녁 회담 연기 방침이 결정되자 "당 지도부가 노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자신들에게 튈지 모르는 불똥을 먼저 걱정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비아냥섞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박 대행을 비롯해 당 지도부는 그동안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해 온 터라 영수회담을 둘러싸고 입장을 거듭 번복한 지도부의 무기력에 대한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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