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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우리의 대답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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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우리의 대답은 NO”

NYT, 사설ㆍ칼럼 통해 사찰 연장 주장

미국과 영국이 유엔 안보리 새 결의안에서 이라크 무장해제 시한으로 못박은 17일은 사실상의 전쟁 개시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도는 가운데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9일자 사설과 칼럼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은 정당하지 못하며 무기사찰을 연장·강화돼야 한다고 주장, 전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사진: NYT 프론트페이지>

뉴욕타임스는 ‘전쟁은 아니다(Saying No to War)’ 제하의 사설에서 “광범위한 국제적 지지도 없는 이라크 침공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노(No)”라면서 “우리는 이라크 사찰 연장 및 강화와 관련된 더 나은 선택방안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사설은 지난 주 금요일(7일) 유엔 안보리에서 있었던 이라크 무기사찰단 보고는 무장해제에서의 진척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공격만이 최선이라는 미국의 강경입지를 약화시켰다고 평했다. 사설은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단호하고도 일치된 지원 아래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공격적인 사찰이 실시된다면 이라크의 무기개발 프로그램을 항구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코너에 몰렸다”**

사설은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 위협을 통해 사찰단에 힘을 실어준다면 당초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또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의 대치 과정에서 좀더 사려깊게 임했더라면 지금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강화된 유엔 사찰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며 이것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중동에 배치된 병력 대부분을 철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부시의 정책을 비판했다.

사설은 이라크와 알 카에다가 연계되어 있고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을 이라크가 거부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는 증거가 없어 공격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후세인 정권 교체를 위한 중동 민주화 촉진’도 국제 사회의 공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과제라고 사설을 평했다.

사설은 현재의 상황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것은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시가 “코너에 몰렸다”면서도 지금이라도 유엔의 틀과 국제규범을 존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때 현명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카터, “이번 전쟁은 문명국가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행동”**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사설과 함께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칼럼을 게재해 신문의 입장을 보다 뚜렷이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정당한 전쟁, 또는 오직 전쟁뿐?(Just War-or a Just War?)’ 제하의 칼럼에서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은 ‘정당한 전쟁’을 위한 윤리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카터>

카터는 “종교적 원칙과 국제법에 대한 존중, 동맹 등에 기초한 초당적 합의”라는 미국 외교의 전통이 최근 심각한 변화를 맞고 있다고 전제, “국제사회의 합의 없는 전쟁은 전통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경험을 통해 ‘정당한 전쟁’이 충족시켜야 할 원칙을 알게 되었다며 다섯가지 기준을 제시, 이라크 공격은 이 기준에 이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가 제시한 원칙은 첫째, 전쟁은 비폭력적인 방법들이 소진된 후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터는 전쟁이 아닌 다른 대안이 존재하고, 미국의 안보가 직접적으로 위협받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전쟁은 “문명국가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행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쟁에서는 전투요원과 비전투요원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두 번째 원칙이다. 카터는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공습은 민간 시설마저 무차별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셋째 원칙은 미국이 겪은 피해만큼의 폭력만 가해져야 한다는 것인데, 알 카에다와의 연계도 분명치 않은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이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넷째, 군사 공격은 국제사회를 대표하는 기구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사찰 계획을 무시하고 중동에 팍스 아메리카나를 건설하려 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카터는 말했다.

다섯째, 전쟁을 통해 이루려는 평화는 지금보다 나은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이 중동 지역을 더 어지럽게 할 수 있으며 더 많은 테러공격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터는 이같은 다섯가지 원칙을 지키지 못한 이라크 공격은 ‘정당한 전쟁’이 될 수 없으며 9·11 테러 이후 각국이 보내주었던 미국에 대한 동정심마저 잃게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카터의 주장은 전쟁이라는 최종 옵션을 염두에 두면서도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도록 이라크에 지속적인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9·11 테러 이후 강경한 부시 행정부에 대체적인 동의를 표해왔던 주류 신문이 반전 입장을 뚜렷이 하는 것은 미국내 여론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는 예측을 하게 한다. 이미 압도적인 반전 여론이 뉴욕타임스의 사설을 기화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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