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태규 명리학 <8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태규 명리학 <89>

점(占)이란 무엇인가?

점이란 점복(占卜)을 줄인 말이다. 오늘은 이 점복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흔히 점을 ‘친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친다’라는 말은 한자어 ‘打’를 우리말로 풀이하여 쓰고 있는 것이다.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타점괘(打占卦)’, 소리로는 ‘따짠꾸아’라고 한다. 여기서 打는 ‘때리다, 치다’ 라는 뜻보다는 ‘-하다’ 라는 의미이다.

점(占)은 복(卜)이란 글자에 ‘입’ 구(口)를 붙인 것이다. 그러면 복(卜)의 의미는 무엇일까? 혹시 중국 고대에 거북이 껍질을 구워 거기에 나타난 균열로서 점을 쳤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卜이란 바로 그 껍질에 나타난 균열을 형상화한 것이다. 불로 적당히 잘 구우면 균열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 문양을 보고 어떤 일의 길과 흉(吉凶)을 판단했던 것이다.

따라서 점(占)이란 卜, 즉 균열을 보고 그것의 의미를 말과 언사로서 풀어내고 해석하는 일이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점을 쳐왔다.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아보고픈 마음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상의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미래에 대해 관심이 있으며, 그 결과 점을 치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란 관념들은 우리가 시간 개념을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축을 하는 것 역시 미래란 것을 인지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점을 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기에 점을 친다는 것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현상이다.

가령 고대 로마제국의 문명적 토대가 되었던 에트루리아 인들은 사제들이 미래를 예견하고, 천상에 있는 신들의 뜻을 알기 위해서 자연 현상을 연구하고 해석하는 일을 위해 디스키플리나(disciplina)라고 부르는 정교한 규율 체계를 만들었다. 오늘날 이 어휘는 규율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discpline 에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 디스키플리나는 고대 중국의 점치는 책인 역경(易經)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에트루리아 인들의 점(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제사를 위해 잡은 양과 짐승들의 창자를 조사하여 점을 치는 것이었다. 뒤에 로마인들은 동물의 내장 점 대신에 전쟁과 선거, 기타 국가의 중대사를 앞두고 새들의 비행 모습을 보고 길흉을 알아내는 새점(鳥占)을 주로 쳤다.

이처럼 점을 친다는 것은 고대 인류 세계에 있어 평범한 일이 아니라, 국가의 중대 행사였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중국의 경우, 거북점이 성행하였던 은(殷)나라를 이어받은 주대(周代)의 기록을 보면 점복을 담당하는 정부 기구가 대단히 방대했음을 알 수 있다. 점복을 총괄하는 태복(太卜)을 두 사람 두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잡게 했고, 그 밑에 복사(卜師)라 부르는 네 명의 보좌관이 있었다.

그리고 문건을 기초하고 저장하며 정령을 위 아래로 전달하는 행정 관료인 복인(卜人) 24 명을 두었으며, 그 밑에 실제 잡아들인 거북의 껍질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귀인(龜人) 54 명과 거북의 껍질을 굽고 처리하는데 필요한 공구를 담당하는 수인(菙人) 11 명, 구운 거북 껍질로부터 길흉을 해석해내는 전문가인 점인(占人) 19 명이 있었으니 당시로서는 대단히 방대한 조직기구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왜 고대 사회에서 점치는 기구가 그토록 방대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설명은 고대 사회가 정교일치(政敎一致)의 사회였다는 점만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고대 문명의 발전 단계에 있어 그것이 집권화되는 과정을 보면, 하늘의 뜻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예외 없이 방대한 정부 기구를 두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인류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가 공학 기술의 발달이다. 고대 중국을 보면 전설상의 요순에 이어 하(夏)나라를 세운 우 임금 역시 주된 공적이 치수였다. 치수를 비롯한 토목 공사는 방대한 인민의 노력과 기술적 토대를 필요로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왕이나 대사제에게 당연히 하늘의 권위가 필요했던 것이다.

뛰어난 기술로 피라미드를 쌓은 이집트나 수메르 문명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고대 로마 제국의 발전 과정을 봐도 그렇다. 고대 로마의 경우 가장 높은 지위는 Pontifex Maximus 라 했다. 우리말로는 그냥 대사제라 하지만, 원어의 뜻을 보면 대단히 재미있다.

Ponti란 말은 ‘강이나 연못, 물, 바다’를 뜻하는 말이고 fex는 ‘만들다’라는 뜻이다. Maximus 란 말은 maximum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최고최대’란 뜻이다. 고대 로마의 대사제 명칭이 ‘다리를 만드는 일에 있어 가장 높은 사람’이란 뜻인데, 이는 도시국가 로마가 강에 다리를 놓아 물자를 소통시키는 일이 중대한 현안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며, 아울러 로마인들이 왜 토목 공사에 능했던 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전 세계의 점복 방법을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앞서 로마인들에게 문명을 이어준 에트루리아 인들은 동물의 내장이나 간의 상태를 보아 점을 쳤던 내장점(內臟占)이 대표적인 점법이었다. 그 후 로마인들은 하늘을 나는 새를 신의 대리인(agent)라 보고 새의 행동을 보아 점을 치는 새점(鳥占)을 중시했으며, 조점관들은 국가의 높은 지위를 차지했었다.

그런가 하면, 중세 서구 사회에서는 무심히 성서를 펼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귀로서 점을 치는 성서점이 민간에서 대유행하였으며, 트럼프로서 점을 치는 가루다 점은 지금도 널리 유행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화투 패를 떼어 그날의 신수를 알아보는 화투점도 그와 같은 것이다. 필자 역시 어릴 적에 화투점을 떼는 할머니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중국의 경우, 민족적 구성이 다양한 탓에 풀잎으로 점을 치는 초점(草占), 계란으로 점을 치는 계란점, 소의 간이나 닭의 뼈로 점을 치는 법, 대나무로 점을 치는 죽점(竹占), 조개로 점을 치는 패점(浿占), 양의 어깨뼈로 점을 치는 법, 양의 털 모양으로 점을 치는 양모점(羊毛占)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점치는 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가의 기구에서 국가의 중대사를 알아보는데 사용한 점법이라 할 것이니 이에는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짐승의 뼈, 주로 어깨뼈로 점을 치는 갑골점(甲骨占)이며 이는 중국의 전설적인 왕조인 하(夏)대에 유행했었다. (참고로 갑골문자라는 것은 바로 이 뼈들에 새겨져 있는 한자를 말한다.) 다음으로 중국의 해양 문화-발해만 일대-에 속하는 은(殷)나라에서 유행한 거북점, 즉 거북이 복부의 껍질로서 점을 치는 귀복(龜卜)이다. 다음으로 은을 멸한 주(周)대에 와서는 산목이나 서죽(筮竹)점이 유행했는데, 이에 대한 풀이를 전문적으로 모은 책이 바로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역경(易經)이다.

점치는 방법의 변천을 보면 고대 사회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갑골점은 주로 사냥을 주로 하던 사회의 산물이고, 거북점은 해안 문화의 산물이며, 산목이나 서죽점은 농경 문화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알아보면, 부여인들은 전쟁이 나면 먼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소를 잡아 그 발톱을 보고 전쟁의 승패를 미리 점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런데 문명의 정도가 높은 지역에서 가장 중시했던 것은 역시 천체의 운행을 보고 길흉을 알아보았던 점법, 바로 점성술(占星術)이었다. 오늘날의 천문학은 사실 점성술의 후예이며, 역법(曆法)이나 천체의 운행에 관한 지식은 모두 점성술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천문을 관측한다는 것은 높은 지적 수준과 문서의 장기적인 기록과 보존이 필요한 탓에 국가적인 뒷받침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천문점은 언제나 통치자의 학문이며 권위 그 자체였다. 갈릴레이나 뉴턴, 케플러, 프톨레미 등의 위대한 천체학자들은 예외 없이 점성술사였으며, 민간에서 인기가 대단한 노스트라다무스 역시 점성술사였다.

반면, 가장 민간화된 점법은 역시 꿈풀이 점, 즉 몽점(夢占)이라 할 것이다. 꿈풀이는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유행하는 점법이지만, 민간 차원인지라 해석 방법도 지극히 다양하고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점치는 방법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먼저 얘기해야 할 것은 미래를 알아보려는 사람의 마음은 본능이라 말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사실이다. 미래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단연코 없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생각하고 예측하는 동물이며, 시간 개념을 지닌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점치는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미래를 그 것을 말해주는 징조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내지는 희망이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만물이 서로 감응한다는 설명할 수 없는 관념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얘기할 것은 점치는 방법은 결국 미래를 알아보기 위한 도구, 즉 미디어(media)라는 것이다. 점치는 방법의 다양성은 다시 말해 점이 멀티미디어(multi media)의 세계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마무리하면서 점복에 대한 결론으로 맺고자 하는 얘기는 이런 것이다.

오래 전부터 점을 쳐오던 인간들은 나중에 와서 도구나 미디어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음양오행이다. 음양오행에 기초하여 사람의 생년월일시만 알면 운명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탈(脫) 미디어를 뜻하고 있다. 사주명리학은 육십갑자라는 대호(code)만으로 음양과 오행이 서로 갈등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사물의 변화와 그 과정을 면밀하게 추론하는 학문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사주 명리학은 인류의 점치는 방법과 해석의 정밀성에 있어 고대의 점치는 법이 따라오기 힘든 기술적 쇄신으로서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고 하겠다.

점의 세계도 이처럼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