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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채프먼의 저주를 풀어라”

투구수 조절, 일정한 투구 폼이 성공의 관건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투수로의 '대변신'을 꾀하고 있는 김병현에 대해 미국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스포팅 뉴스와 뉴욕 타임즈는 각각 3일과 4일(현지시간) 김병현의 선발전환에 대한 심층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스포팅 뉴스와 뉴욕 타임즈는 "역사상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고 이듬해 선발투수로 전환해 20차례 이상 등판한 투수가 없다"는 내용을 지적하며 김병현의 선발투수 전환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줬다. 다만 김병현 본인이 선발투수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며 몇 가지 문제점만을 보완하면 지난해 보스턴의 데릭 로우와 같은 대성공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시사했다.

<사진> 김병현

***'채프먼의 저주'**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전환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더욱이 미국에서 희귀종인 잠수함 투수들이 선발로 뛰는 것은 불가능하게 여겨져 왔다. 잠수함 투수들은 무리한 투구폼으로 체력소모가 많기 때문에 투구수가 늘어나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잠수함 투수들은 주자견제에 약점을 드러내 많은 이닝을 투구해야 하는 선발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메이저리그에서 잠수함 투수들이 선발투수로 성공한 예가 드문 이유는 잠수함 투수의 수가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아시아권의 잠수함 투수들이 단기적으로 미국 선수들에게 강점을 드러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대현 (현 SK)투수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된 미국 팀과 두 번이나 맞붙어 좋은 피칭을 보여줬던 것은 좋은 예이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잠수함투수가 선발로 성공한 경우는 없을까? 역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칼 메이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칼 메이스는 1910년대 명문구단 자리를 굳게 지키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투수. 그는 왼손투수로 활약했던 베이브 루스와 함께 191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선수였다.

통산 2백7승을 기록한 칼 메이스는 1920년 8월 16일을 야구팬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하는 날로 만들었다. 메이스는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상대타자 레이 채프먼의 머리를 맞히는 공을 던졌고 채프먼은 다음날 사망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유일하게 선수가 공에 맞에 사망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채프먼 사망 후에도 메이스는 괴로운 심정을 이겨내며 좋은 피칭을 했다. 하지만 메이스 이후에 그 누구도 잠수함 투수로서 영향력있는 선발투수가 된 경우는 없었다.

클리블랜드의 발빠른 유격수 레이 채프먼에 대해 미국의 야구통계역사학자인 빌 제임스는 "아마 채프먼이 계속 선수생활을 했더라면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높은 평가를 했다.

타자용 헬멧이 도입되기 전 29세의 젊은 나이로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채프먼은 아직도 하늘에서 잠수함 투수들에게 '채프먼의 저주'를 내리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투구 폼과 투구 수에 신경써라**

김병현 투수는 인터뷰를 통해 "선발투수가 되면 타자를 맞춰 잡는 스타일의 피칭을 선보이겠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김병현의 이 말에는 투구 수 조절을 하겠다는 의지가 숨어있다. 마무리 투수 시절과는 달리 선발투수가 되면 꼭 삼진을 잡을 필요가 있는 경우가 적어지기 때문에 강·약의 투구리듬을 통해 투구수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스포팅 뉴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병현은 지난해 이닝당 평균투구수 16.1개를 기록했는데 이 수치는 김병현이 완투했다고 가정하면 약 1백45 개나 된다. 비록 김병현이'고무팔' 투수이지만 많은 투구수는 애리조나 불펜과 수비진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김병현에게는 마음을 비우고 타자를 맞춰 잡는 투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애리조나의 불펜진이다. 비록 맨타이가 부상에서 돌아왔고 김병현이 선발을 맡을 경우 미구엘 바티스타가 불펜진에 합류한다고 하지만 애리조나의 불펜진은 불안하다. 아무리 애리조나가 랜디 죤슨, 커드 쉴링이 버티고 있다 하더라도 시즌 초반 맨타이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다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투구 폼 문제와 주자 견제능력도 김병현 투수가 선발투수로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밥 브렌니 감독은 뉴욕 타임스를 통해 "마무리 투수일 때 김병현은 와인드 업을 할 때도 있었고 안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김병현이 불규칙한 투구 폼으로 야기될 수 있는 실수를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의 코칭 스태프는 김병현이 주자 1루 상황에서 빠른 투구동작을 보여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브렌니 감독은 "스프링 트레이닝을 통해 김병현 선수가 주자견제와 투구동작에 관한 집중훈련을 잘 소화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잠수함 투수에 대한 기존 시각은 큰 걸림돌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

김병현 선수가 선발투수로 거듭나기 위해선 투구 수, 투구 폼, 주자견제능력 등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병현 선수가 진짜로 넘어야 할 벽은 '잠수함 투수는 그 희소성 때문에 마무리로서의 성공은 가능하지만 선발투수가 되어 타자들의 눈에 공이 익숙해지면 여지없이 얻어 맞는다'라는 미국 야구팬들의 지배적인 생각을 뒤집는 것이다.

아직 김병현 선수의 선발투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한 가지 중요한 건 김병현 선수가 선발투수 자리를 원해왔던 만큼 '채프먼의 저주'를 추억속으로 사라지게 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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