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4일 대북 비밀 송금 특별검사제법안과 관련, 특검의 수사 범위를 국내에서 벌어진 일로만 제한할 것을 한나라당 측에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조만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을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한 중재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盧 “수사범위 한정하자”에 한나라당은 "NO"**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한국방송 76주년·공사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행을 만나 대북송금 특검법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예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노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박권상 KBS 사장의 영접을 받으며 행사장에 도착해 환담시간을 이용, 헤드테이블에 같이 앉아있던 박 대행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를 샅샅이 뒤지면 외교적 신뢰가 깨진다”며 “수사 범위를 국내에서 벌어진 일로만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박 대행은 “대북 송금이 주로 해외에서 이뤄졌는데 국내로 수사 범위를 한정하겠다는 것은 안 하자는 것과 같다”며 “공포도 안된 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노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박 대행은 “특검이 조사한다고 해도 북한에 가서 할 수 없다”면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기밀누설 우려에 대해서도 “특검도 기밀을 누설하면 공무상 비밀누설로 처벌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또 특검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4가지 요구 중 김대중 전 대통령 불기소 문제는 특검의 권한과 재량에 속하는 것으로 법으로 규정할 수 없어 안 받아들였지만 ▲특검 명칭 ▲수사 기간 단축 ▲기밀누설 방지 등 3가지는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자리를 함께 하면서 중단됐고 노 대통령은 곧바로 축사를 했다.
노 대통령은 축사에서 박 대행에게 “나도 서비스를 할 줄 안다”며 “찾아뵐 생각이다. 실제 찾아뵙겠다”고 말해 조만간 박 대행과 회동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근 여론변화 추이를 예의주시**
노 대통령이 이처럼 여야 양수회담을 제안하는 등 직접 야당측과 협상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 정가에서는 민주당, 그 중에서도 특히 동교동계에 대한 불만이 반영돼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전인 지난달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처음부터 특검제가 안된다고 막아 놓아서 한나라당이 (여야간) 대화없이 특검으로 바로 가자고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었다"면서 민주당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었다. 이어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벌 받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 상황은 전 정권의 잘못 때문"이라며 "하나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누구 하나 시원하게 밝혔으면 여론이 이렇게까지 꼬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특검제 거부 등의 방안은 확정짓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한반도 긴장 고조의 여파로 특검제 지지 여론이 30%대로 급속히 낮아지는 반면, 국회내 재협상을 통한 해법 마련을 요구하는 여론이 50%대로 급증하는 등 여론이 미묘한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노 대통령은 이에 따라 5, 6일엔 각계 원로 및 시민단체 대표들과 연쇄면담, 특검법 논란에 대한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할 예정이다.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 등 청와대 정무팀도 이번 주말 노 대통령의 야당 방문에 앞서 여야 지도부와 비공식 접촉, 특검법 논란의 원만한 해결 방법과 노 대통령과 여야중진 회동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회동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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