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고 배달호씨 분신사망사건이 54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두산중공업 노사가 노사간의 중재를 위한 ‘노동부 권고안’ 제시 이후 처음으로 협상을 재개했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3일 오전 열린 8차협상에서 노사 양측은 노동부의 권고안에 대해 회사측은 노동부의 권고안 수용의사를 재확인하며 노조가 권고안을 전폭 수용할 것을 촉구한 반면, 노조측은 손배ㆍ가압류, 해고자 복직 문제가 미흡한 노동부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렬**
두산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3일“노조가 노동부의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회사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주장해 협상이 결렬됐다”며 “노조측이 주장하는 손배 가압류와 해고자의 복직 문제 해결은 법원이 판단할 사항으로 이마저 회사측이 양보를 하게 되면 회사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책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故 배달호동지 분신사망 대책위원회’ 박유호 언론팀장은 “사측이 노동부의 권고안을 수용할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자리였다”며 “협상은커녕 사측이 일방적으로 6일까지 노동부 권고안의 수용여부를 결정할 것을 통보했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노동부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특별조사를 통해 두산중공업의 ‘블랙리스트작성’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적발하고, 노사 협의를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한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권고안은 ▲장례직후 개인 가압류 소급 해제 ▲장례이후부터 조합비 가압류 40%만 적용 ▲해고자 복직 및 징계문제는 노동위원회 및 법원의 결정에 따를 것 ▲파업기간(2002년 5월22일~7월7일)중 무단결근처리로 인한 조합원 손실분의 50%는 조합원의 생계비 보전 차원에서 지원 ▲권고수용 후 즉시 제반 장례절차 진행 ▲사택 및 식당 관련 문제는 노사간 별도 협의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를, 노조는 불법쟁의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협력적 노사관계 조성에 총력 등 7개항이다.
***분신대책위, "노동부 권고안에 사건의 근본적 해결책 제시 안돼"**
회사측은 개인 가압류 해제, 무단결근 손실분 보전 등의 전향적 양보를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측은 권고안이 몇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여전히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에는 미흡하다며 보완책을 마련한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다.
분신사망대책위는 노동부의 권고안에 대해 “비록 가압류는 해제했지만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된 손해배상청구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사측이) 이후 언제라도 새롭게 가압류를 할 수도 있다”며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손해배상 청구소송부터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파업에 대해 50%의 손실액을 보전해주겠다고 했지만, 당시 방용석 노동부장관이 합법이라고 밝힌 파업에 대해 ‘불법처리’한 것은 ‘정상적 해결방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개인 가압류 해소, 파업기간의 실질임금 보전 등으로 노조 측에 이득을 주는 반면에 회사 측에는 최대한 법적 해결의 원칙을 세워줌으로써 중재에 나서려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노동부의 중재과정에 대해 “새정부의 취임을 앞두고 너무 급하게 중재를 서두르는 바람에 합의된 권고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재계를 비롯한 두산중공업 회사 측은 금전적 손실을 보더라도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가릴 것이며 추후 똑같은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를 비롯한 노조 측은 이번에 근본적으로 손배ㆍ가압류 등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의 경우 노사간의 갈등과 불신의 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쉽게 합의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노조는‘부당노동행위’ 등으로, 회사는 ‘업무방해’, ‘방해금지 가처분’ 등의 맞소송을 걸고 있고, 최근 벌어진 두산중공업 노조원과 경비 간 폭력사태로 인한 고소와 고발로 인해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가고 있다.
***새정부의 노동정책 시금석**
두산중공업 사태의 해결 여부와 결과는 올해 노동 분야의 투쟁 방향과 강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어서 새정부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산별 단위 사업장들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중이며, 상황 전개와 투표 결과에 따라 연대파업까지 불사하는 강도 높은 투쟁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찬반투표 결과 금속연맹 산하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기아자동차는 찬반투표에서 조합원의 70% 이상이 파업에 찬성했다.
민주노총은 또한 “두산중공업 사태 해결 여부는 새정부 노동정책의 개혁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험무대로 떠오른 지 오래이며, 두산사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올해 노사 노정관계의 풍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앞으로 계획된 춘투에 권기홍 신임 노동부 장관과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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