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코엘류 감독의 '토끼 축구' 성공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코엘류 감독의 '토끼 축구' 성공할까

<스포츠 분석> 수비라인 강화, 공간장악력이 관건

27일(한국시간) 귀국한 축구대표팀의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에게는 커다란 짐이 하나 있다. 월드컵 4강신화를 이뤘던 히딩크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코엘류식 축구'를 뿌리내리는 것이다. 코엘류 호(號)에 탑승하게 될 새로운 국가대표팀 선수를 찾아나서는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의 행보가 관심이 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는 참으로 묘해서 과정이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결과가 안 좋으면 결국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좋은 결과를 얻는 데에는 기술, 체력, 조직력이 있어야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때로는 경기내용에서는 앞섰다 하더라도 승부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감독과 선수는 경기시작 전까지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경기에 있어서 행운은 감독과 선수가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팬들은 긴 안목으로 '인내심'을 갖고 코엘류 號를 지켜봐야 한다. 팬들은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은 가운데에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야 하고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부정적인 면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용장(勇將)은 지장(智將)보다 못하고 지장은 덕장(德將)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덕장도 꼼짝 못하게 하는 장수가 있다. 바로 행운을 몰고 다니는 '복장(福將)'이다.

이제 본격적인 항해에 나서게 될 코엘류가 한국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행운의 감독'으로 남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

***견고한 수비라인을 중요시하는 코엘류**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과 프로팀 벤피카, 파리 생제르맹 등에서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다. 선수시절 그에게 붙었던 별명은 '포르투갈의 베켄바우어'. 코엘류가 수비수로서 패싱능력과 공격가담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얻은 별명이다. 1974년 '올해의 포르투갈 축구선수'로 선정됐던 코엘류는 A매치 64회 출전경력이 말해 주듯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현역에서 은퇴한 코엘류는 포르투갈 프로팀 살게이로스, 브라가를 지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포르투갈 리그는 정규시즌에서 역사상 단 두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벤피카, 스포르팅 리스본, FC 포르토만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삼각 카르텔' 체제가 굳어진 곳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코엘류의 감독데뷔는 철저한 실패였다.

'야인'으로 돌아간 코엘류는 축구교실을 만들어 유망주 발굴에 직접 나섰고 이어 라디오와 TV에 해설자로 분주한 세월을 보냈다. 코엘류는 1996년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이후 아르투르 조르게 감독이 퇴임하자, 포르투갈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유로 2000에서 코엘류와 포르투갈의 성공을 놓고 많은 얘기가 오갔다. 그 중에서 제일 주목되는 것은 포르투갈의 중앙수비였다. 당시 포르투갈의 중앙수비는 베테랑급 선수 페르난도 코우투와 조르게 코스타가 자리를 지켰다. 두 선수를 주축으로 한 포르투갈의 수비는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가 이끈 화려한 공격진에 비해서 빛이 나지는 않았지만 성실하면서 안전한 플레이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비록 코엘류는 공격가담이 잦았던 수비수였지만 감독이 된 후 그는 안정적인 수비수들을 통한 견고한 수비라인의 구성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지난 번 우리나라에 왔을 때 코엘류가 "한국의 체격이 좋은 젊은 수비수들을 눈여겨봤다"라고 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스피드 축구' 강조했던 코엘류는 토끼?**

포르투갈어 'Coelho(코엘류)'를 한국어로 바꾸면 '토끼'라는 뜻이 된다. 코엘류의 뜻 '토끼'는 항상 국제대회에서 기동력을 앞세웠던 우리나라 대표팀의 팀 컬러와 좋은 매칭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롭게 느껴진다.

포르투갈은 유로 2000대회 에서 잉글랜드, 독일, 루마니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로 하고 포르투갈은 예선 성적 3승을 거둬 8강에 진출했다. 예선전에서 포르투갈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유는 공격수들의 쏜살 같은 순간 스피드 때문이었다. 당초 "골을 넣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악평을 들었던 포르투갈은 스피드를 앞세운 공간장악력으로 팬들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육상선수출신의 피구의 빠른 돌파와 함께 상대 수비라인을 흔드는 포르투갈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축구경기에서 볼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은 매우 중요하다. 자로 잰 듯한 스루패스도 공을 받아주는 선수의 좋은 움직임 없이는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이다. 또한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은 패스의 타이밍을 한 박자 빠르게 해주어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게 된다.

포르투갈의 파울레타, 누누 고메스, 사핀투 등의 공격수들은 상대 수비수를 교란시키며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특히 포르투갈은 잉글랜드와의 예선전에서 0대2로 뒤지다가 3대2의 역전승을 차지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세계언론은 기술과 스피드를 겸비한 포르투갈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유로 2000에서 포르투갈의 순항은 4강까지 이어졌다.

유로 2000 준결승전에서 포르투갈과 만난 팀은 세계최강 프랑스. 피구(포르투갈)와 지단(프랑스)이라는 세계의 '미드필더' 대결로 압축된 두 팀의 경기는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 명승부였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연장전에서 프랑스에게 페널티 킥을 허용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1984년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에서도 준결승에서 프랑스에게 패했던 포르투갈입장에서는 프랑스와의 악연이 또 한번 발생한 것이다.

경기 후 관계자들은 심판이 포르투갈의 핸들링을 선언해 페널티 킥을 내준 것에 대해 오심이라는 평가를 했다. 재미있는 건 당시 경기의 심판을 봤던 귄터 벤코 씨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한국과 멕시코 경기에서 하석주 선수에게 레드 카드를 줬던 심판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코엘류 감독은 "아쉬운 경기였지만 프랑스의 선전을 높게 평가한다"며 포르투갈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안정된 수비라인 구축과 공간장악력 강화에 주력하라**

코엘류 감독은 TV 해설자로 활약할 때 포르투갈 대표팀의 약점으로 대형 스트라이커의 부재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그의 눈에는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팀인 독일의 클린스만과 같은 스트라이커가 포르투갈에 없는 것이 아쉽게 비쳐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이 코엘류는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은 후, 대형스트라이커의 부재를 공격수들의 창조적인 움직임을 통한 공간장악력 강화로 메꿨다. 물론 루이스 피구나 후이 쿠스타와 같이 천재 미드필더의 발끝에서 나온 패스가 있었기 때문에 유로 2000에서 포르투갈의 돌풍은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더욱 위력을 보인 이유는 공격수들의 창조적인 움직임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팀도 아직 세계수준의 대형 스트라이커는 많지 않다.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뛰고 있는 설기현 선수나 청소년 대표팀의 기대주 정조국, 김동현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지명도에 있어서 세계 최고수준에 미치진 못한다. 또한 한국 수비라인의 핵인 홍명보 선수의 은퇴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비라인은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코엘류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보여 준 '안정된 수비라인과 공간장악력이 뛰어난 공격라인의 조화'는 한국 대표팀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4강 신화는 무거운 짐이 아닌 좋은 발판 돼야"**

2002 한·일 월드컵에 대해 유럽언론들은 거센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에 대해 대체적으로 좋은 평을 내려줬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은 '스피드와 조직력의 힘'을 보여줬다는 게 중평이다.

하지만 유럽언론은 5월 31일 개막한 한·일 월드컵이 '장마'를 피하기 위해 다른 월드컵 보다 일찍 시작된 점도 지적했다. 5월에 시즌을 마치게 되는 유럽축구시즌을 고려했을 때 한·일 월드컵이 너무 일찍 시작해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지 못했고 이 때문에 유럽의 축구강호들이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는 견해였다.

또한 한국과 각각 8강, 4강에서 대결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심판의 오심으로 경기를 놓쳤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 언론은 '심판매수설'까지 들먹이며 한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런 이탈리아의 보도태도에 기자는 매우 화가 났지만, 한편으론 축구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자존심을 생각했을 때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다.

몇 년 전 기자가 이탈리아에 갔을 때 한 명의 축구 팬으로부터 "한국은 왜 그렇게 축구를 못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기자는 이탈리아 팬에게 "만약 한국이 유럽대륙에 붙어있었다면 한국은 이탈리아보다 축구를 잘했을 것이다"고 쏘아붙였는데 이탈리아 팬은 "믿지 못하겠다"며 그냥 고개만 갸우뚱할 뿐이었다.

이런 기억을 돼새겨 보면 축구에 대해서는 2등이 되기 싫어하는 이탈리아가 월드컵에서 한국에게 졌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대표팀과 선수들에게 모아지는 국민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자칫 잘못하면 이런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선수들에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3월 29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갖게 될 '코엘류 호'에게 지난해 월드컵 4강신화가 '무거운 짐'이 아닌 '좋은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