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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석에서 경기를 즐기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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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석에서 경기를 즐기는 대통령

<대통령과 스포츠> 정말로 스포츠를 즐긴다면

스포츠 팬들은 25일 공식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에게 권위적인 모습이 아닌 소탈함과 친근감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월드컵때 길거리 응원에 나서 손수 '붉은 악마'가 되기도 했고 야구팬으로도 알려진 노 대통령을 바라보는 스포츠팬들의 시선은 더욱 기대가 크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스포츠와 최고 지도자간의 관계는 극과 극을 달렸다. 때로는 독재정권을 지속하기 위한 국민선동책의 일환으로 스포츠를 들고 나온 지도자도 있었는가 하면, 때로는 지도자 자신이 스포츠를 좋아해서 경기장을 찾아 국민들과 같이 호흡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지금까지 우리 대통령의 모습들은 운동 경기장에서까지 너무도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젊고 활기찬 이미지의 노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경기장에 등장해 국민들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스포츠 팬들에게는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사진> '붉은악마'가 된 노무현 대통령

***스포츠를 사랑한 국가지도자들은 누구?**

바쁜 일과 가운데서도 스포츠로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려는 대통령들은 단연 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에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제럴드 포드와 리처드 닉슨을 들 수 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고교시절 미식축구팀의 주장이었으며 '날개모양의 헬멧'으로 유명한 미시간 대학에서는 쿼터백에게 공을 건네주는 센터 포지션을 맡았다. 리더십과 투지가 좋았던 포드는 예일 대학교 미식축구팀 코치로도 있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예일대학교 로스쿨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스포츠를 직접 즐기는 쪽이었다면 닉슨 대통령은 스포츠 평론가라고 할 수 있다. 닉슨은 한때 스포츠 기자를 희망했을 만큼 스포츠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보위 쿤으로부터 '최고의 야구팬'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던 닉슨은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 재키 로빈슨과도 각별한 사이였다.

회색수염과 카키색 군복차림의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 야구팀을 세계 최강으로 일구어낸 사람이다. 하지만 공산국가 쿠바의 카스트로는 국민들을 궁핍한 생활에서 구해내지는 못했다. 조그만 뗏목을 타고 '기회의 땅'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양키즈의 선발투수가 됐던 올란도 에르난데스 등 쿠바대표출신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행은 어느새 유행이 되어버렸다. 미국인들은 이런 쿠바의 실상을 비꼬며 "쿠바 제1의 수출품은 시가가 아니라 야구선수 아니냐?"라고 말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국가지도자로는 중국의 최고실권자였던 덩 사오핑(鄧小平),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 등이 있다.

덩 샤오핑은 새벽에 중계됐던 월드컵 경기를 한 경기도 놓치지 않고 시청할 정도로 축구광이었으며,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역시 독일 분데스리가 팀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1998년 버밍햄에서 열린 G8 회의 도중 FA컵 결승전 경기결과를 체크하려고 잠시 회의장을 나갔던 적이 있었다. 당시 결승전에서는 아스날이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2대0으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팬인 블레어는 경기결과에 실망했고 이와는 반대로 아스날의 팬이었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우승을 차지한 아스날 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이탈리아 최고 명문축구단 가운데 하나인 AC밀란의 구단주이자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축구와 관련깊은 국가지도자이다. 1994년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승리하는데에는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AC밀란의 팬클럽이 한 몫했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 슈뢰더와 베를루스코니 수상

***일반석에서 스포츠경기 관람하는 대통령을 보고싶다**

지난해 12월11일(현지시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AC밀란간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기자는 특이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MBC ESPN을 통해 위성생중계됐던 이 경기에서 다른 팬들과 같이 일반좌석에 앉아있던 슈뢰더 총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슈뢰더 총리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팀의 목도리를 걸친 채 강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경기를 관전했다.

귀빈석에서 수많은 수행원들을 대동한 채 잠깐 경기를 지켜보다 나가는 대통령들의 모습을 너무 많이 봐온 기자의 눈에는 슈뢰더 수상의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이런 경우를 연출했던 적이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팀인 아칸소 대학이 1994년 대학농구 토너먼트 결승전에 진출하자 경기장을 찾아가 동문들과 함께 응원을 했다.

비록 대통령 재임당시는 아니었지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팬인 지미 카터도 지난해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에서 구장을 찾아와 리포터와 야구에 관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모교인 부산상고의 야구경기를 외야석에서 동문들과 같이 관전하면 어떨까? 또는 노 대통령이 좋아하는 프로팀의 경기에서 소리 높여 응원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어떨까?

대통령 경호문제 때문에 이런 일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월드컵 경기나 올림픽과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이 나라를 대표하는 귀빈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팀의 경기에 참여할 때의 대통령은 일반 팬과 똑같기 때문에 꼭 귀빈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급한 현안문제 해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노 대통령에게 이런 바람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다만 노 대통령이 경기장에서 만큼은 지난해 월드컵때와 같이 세계의 어떤 지도자보다도 열렬한 스포츠 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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