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거행된 제45회 그래미상 시상식이 '반전(反戰)' 문제로 얼룩졌다. 그래미 시상식의 주관방송사인 미국의 CBS TV가 수상자들로 하여금 반전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제도언론들이 부시 정부와 손잡고 이라크전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다.
***CBS의 횡포**
미국 인터넷 신문 드러지리포트의 보도에 따르면, 여가수 쉐릴 크로우는 "그래미상 위원회가 내 매니저를 불러 반전시위에 관한 언급은 피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쉐릴 크로우
드러지리포트는 이에 앞서 이미 21일(현지시간)에 "CBS의 고위관계자가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뮤지션들이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CBS 고위관료는 드러지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뮤지션이 실황중계도중 정치적 발언을 하면 마이크의 전원을 끊겠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드러지리포트의 보도 이후 CBS의 대변인 크리스 앤더 씨는 "CBS는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어떤 예술적 표현이나 자신의 의사표시에 대한 제한을 하지 않았다"라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그래미 위원회의 대표 닐 포트나우도 "그래미 위원회의 누구도 이런 문제 때문에 뮤지션들과 만나지 않았다"며 압력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동안 그래미위원회가 지금까지 정치성 짙은 노래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폈던 점, 많은 뮤지션들이 이번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반전'에 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사건도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그래미위원회와 CBS간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쉐릴 크로우, 굴복하지 않고 무언의 항의**
흥미로운 것은 압박을 받은 쉐릴 크로우의 대응이다.
크로우는 "나의 반전 메시지가 미국적 음악인 컨트리뮤직과 서로 부조화를 이룬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그녀는 그래미위원회 측의 경고를 무시한 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전쟁반대(No War)'라는 글귀의 기타 끈을 어깨에 메고 노래를 부르는 무언의 항의를 했다.
크로우는 "내 생각에 이번 전쟁은 미국의 탐욕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으로 또다른 보복행위가 이어질 것이다"라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전쟁이 아니라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고 일침을 놓았다.
미국 3대 방송사중 하나인 CBS 입장에서 보면, 한방 세게 맞은 셈이다.
***아카데미 협회도 좌불안석**
이번 그래미상 시상식에서의 사건의 여파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쪽은 오는 3월23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을 치뤄야 하는 아카데미 협회일 것이다.
영화계에도 조지 클루니, 숀 팬, 리처드 기어 등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반전 유명스타들이 만만치 않게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반전 메시지를 밝히려 할 때 보수성향을 띠고 있는 아카데미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마 그들 중 일부는 이번 사건을 생각하며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펼쳐지기 전에 골치 아픈 이라크 전쟁이 이미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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