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23일 당 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에 따라 지난 4.27 전당대회 대표경선 당시 2위를 기록했던 정대철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자동승계하는 등 민주당이 노무현 당선자체제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한 대표의 전격 사퇴로 민주당은 오는 27일 당무회의에서 정 대표의 사회로 당 개혁특위가 마련한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동시에 임시지도부를 선출, 다음 전당대회때까지 과도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표직을 떠나는 것은 새롭게 등장한 역사의 주역들에게 당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함”이라며 “저의 결단이 민주당이 개혁으로 거듭나는 길에 한 톨의 밀알로 자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도“민주당 개혁은 합리적 개혁이어야 하고 함께 가는 개혁이 돼야 하며, 개혁 주체의 외연을 넓혀가야 하고 개혁의 대상이 분명해야 한다”고 신주류를 간접비판, 그동안의 서운한 심회를 드러냈다.
한 대표는 이날 장전형 부대변인만 대동한 채 10분여 동안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고 곧바로 당사를 떠났다. 한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2월5일자) 등을 통해 “노 당선자 취임 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사퇴배경과 관련해서도 한 측근은 "한 대표의 전격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밝혀온 노무현 대통령 취임 전 사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한 대표는 신주류를 겨냥해 ‘개혁독재’라며 역공을 펴는 등 ‘취임전 사퇴’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한 대표가 당초 생각대로 노무현 당선자 취임이전에 사퇴함에 따라 당내 신.구주류간 갈등은 새 국면을 맡게 될 전망이다.
한 대표의 사퇴로 당 운영의 주도권은 신주류 쪽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의 사퇴로 민주당내 동교동계 역시 현실적 구심점을 상실하게 돼 당내 발언권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시지도부 구성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 신주류 소장파가 '개혁형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며 구주류의 전면사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김원기 고문, 정대철 최고위원 등 신주류 중진 일각에선 신.구주류를 아우르는 화합형 임시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같은 신주류 중진들의 조심스런 대응은 25일 대북송금 특검법과 고건 총리후보자 인준동의안 처리를 앞둔 시점에 당내 분란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당선자가 25일 대통령에 취임하면 당내 역학은 빠르게 노당선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향후 당내갈등은 신주류가 당권을 장악하는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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