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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구지하철, 인재 혐의 짙다"

<속보> 엔지니어와 철도노조의 잇따른 문제제기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지적이 과학전문가와 노동단체들에 의해 잇따라 제기돼 주목된다. 특히 이번 참사의 큰 원인이 된 대구 지하철의 '전원 자동차단'과 '지하철 직원들의 늑장 대응'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앞으로 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과학기술인연합 홈페이지(www.scieng.net) 게시판에 게제된 '대구 지하철 사고의 의혹'이란 글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의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와 관련한 입장 표명이다.

전기, 계장 분야의 실무 경험을 갖고 있다는 황서종이라는 ID의 필자는 이번 대구 지하철 사고가 전원의 '자동차단'때문이라는 지하철 관계자들의 증언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동차단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필자는 화재감지장치, 수동 개문(開門)장치 등에 대한 여섯 가지 과학적 분석을 제시하며 이번 사고가 승객 안전에 대한 의무감 없는 운전자와 당황한 지하철 관계자들에 의해 더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철도노조측은 현재 우리나라 철도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이 기관사 혼자서 화재와 같은 비상사태에 대응하도록 되어 있다며 이번에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 참사의 이면에는 평소 비용절감만을 생각한 사측의 경영 방식에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과학기술인연합에 게재된 기자와, 이날 철도노조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대구 지하철 사고의 의혹 **

이번 사고는 의무감 없는 운전자와 당황한 지하철관계자가 만들어낸 황당한 사건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전기, 계장 분야의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대구 지하철 사고의 의문점을 말하고자 한다.

지하철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단전이 된다"고 말했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여기에서 도대체 어떤 전원차단기가 동작했다는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한다. 지금까지의 뉴스로 보아 전동차주행용전원과 역내설비용전원이 모두 차단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하철에서 사용되는 전기는,

- 전동차주행용 직류전원설비 : '전동차주행'을 위해 직류전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철로상부의 '+'선로와 철로 자체가 '-'선으로 작용하여 전원이 공급되는 설비

- 역내설비용 교류전원설비 : 역사 내에는 별도로 교류 전원이 공급되는 설비로 전등, 전열, 기타의 부하에 전원을 공급되는 설비

로 분리되어져 있다. 이 둘은 아무런 관련이 없고 각각 별개로 구분되는 것이다.

지하철관계자는 이 두 전원공급장치의 차단기가 모두 차단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이것이 사고를 더 크게했다고 생각하며 아래와 같은 여섯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1. 연기가 발생할 경우 전동차주행용전원설비 차단기가 자동으로 전동차가 멈추도록 되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전동차 주행용 전원을 단순히 연기감지기에 의해 동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화재감지기는 열감지기와 연기감지기가 있는데. 이 두 감지기를 동시에 설치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열감지기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를 감지하자마자 전동차주행용전원을 차단한다면 그 자리에서 질식되어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이처럼 중요한 전동차주행용전원을 차단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주행용전원을 차단한다면 다른 곳에 있는 모든 전동차 까지도 그 자리에 멈추고 만다. 그리고 주행용 전원을 차단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2. 화재가 발생할 경우 전기케이블을 타고 번지기 때문에 전동차주행용 전원과 역내설비용 전원을 차단한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전기케이블을 타고 불이 번지는 경우는 과전류에 의해 케이블 속에 있는 구리선이 히팅(전기히터처럼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되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케이블 자체도 내화(耐火)케이블을 사용하게 되어있어 불이 번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전동차주행용전원설비는 모두 불에 타지 않는 철 종류로 설비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가 날 리 없다. 또 역내비용전원은 전선이 모두 전선관 속에 매입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와는 관련이 거의 없다.

전원설비는 과전류, 지락, 단락, 상불평형 등에 대해서만 보호(차단기 트립-전원차단)되도록 되어 있다. 어떤 경우라도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해서 자동으로 단전을 되도록 설계하지는 않고 아직까지 그런 경우를 보지도 못했다.

3. 이번 사고에서는 비상등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화재감지설비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것은 지하철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전동차주행용전원과 역내설비용전원을 차단했다는 의미이다.

4. 전동차 문은 공기압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밧데리 전원만으로도 작동시킬 수 있고 이미 충전되어 있는 공기탱크의 압력으로도 문을 열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운전자는 자기만 내리고 자리를 피한 것이 틀림없다.

5. 주행용전원이 차단되면 자동으로 문이 닫힌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전동차에는 비상용 밧데리 전원이 있고 스위치가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달려있다. 문을 열기위해서는 형광등 점등에 필요한 전기량의 4분의 1 정도만 있으면 파이롯밸브를 동작시켜 문을 열 수 있다. 문을 닫고 여는 것은 운전자가 의지만 있다면 주행용전원이 차단되더라도 열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1호선에서 남영역에서 지하서울역으로 진입할때 전동차는 무전원으로 운행한다. 하지만 전동차내에 전등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6. 환풍기의 경우도 항상 예비용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예비용을 동작시켜서 빨리 공기를 순환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전원을 차단해버렸으니 이 환풍기는 동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상황을 살펴보면,

전동차주행용 직류 공급설비의 차단기가 트립동작(자동전원차단)을 한다면 다른 모든 전동차가 정지한다. 그러나 당시 대구 지하철의 다른 전동차들은 정상적으로 운행되었다. 다른 곳에서 운행하던 전동차가 운행중에 정지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반대쪽 피해 전동차는 트랩에 진입을 했기 때문에 차단기가 동작하지 않았음은 더욱 분명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최소한 반대쪽 전동차(이하 2번전동차)가 트랩에 진입할때 까지는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단이 안 된 상태인데 먼저불이난전동차(이하 1번전동차)는 왜 문을 열지 않았을까?
그리고 2번전동차는 왜 문을 열지 않았을까?

1번전동차가 트랩에 진입하여 열차문을 열었다 그리고, 승객이 내리고 탔으며, 다시 열차문을 닫았을 때 화재가 발생 했다. 이때 운전요원이 화재 발생을 몰랐다면 열차는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1번전동차는 출발하지 않았고 2번전동차가 트랩에 도착할 때 까지도 문을 열지 않고 그대로 서있었다. 왜 그랬을까?

2번전동차가 전동차가 트랩에 도착했을 때 1번전동차에 불이 난 것을 알았다면 그대로 다음역으로 통과를 하던지 즉각 전동차문을 열고 승객을 대피시켜야 했다. 그런데 왜 멈추었고 멈춘 후에는 왜 문을 열지 않은 것일까?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백보 양보해서,

"1번전동차가 트랩에 도착 --> 1번전동차 문을 연다 --> 1번전동차 승객 내리고 탄다 --> 2번전동차 트랩에 도착 --> 2번전동차 승객 내리고 탄다 --> 1번전통차 문을 닫는다 --> 1번전동차 화재 발생 --> 2번전동차 문을 닫는다 --> 전동차주행용 차단기 전원차단으로 전동차운행 불가능 및 문을 못열음, 역내설비용 전원차단으로 구내는 깜깜해짐 --> 승객 사상"

이라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이이 가능하려면 운전자가 문을 열거나 출발할 시간도 없이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모든 전원을 차단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사고는 의무감 없는 운전자와 당황한 지하철관계자가 만들어낸 황당한 사건이라는 생각이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와 관련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입장**

전국철도노동조합은 18일 오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으로 인해 참변을 당하신 승객들과 유가족 모두에게 철도종사자의 일원으로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그리고 조속한 사고복구와 재발방지를 위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1974년 서울지하철이 개통된 이래 최대의 참사인 이번 사건은 지하공간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이며,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방화로 인해 정전, 운행정지 그리고 암흑천지에서 승객들이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함으로써 유독가스와 화염으로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고의 원인과 향후 대책에 대해서 관계당국에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동일한 업무를 하는 철도종사자로서 철도안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에 함께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단정하지는 않지만, 우선 철도종사자로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대구지하철은 차장이 승무하지 않고 기관사 1인이 열차의 유일한 승무원인 1인승무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의 국철 분당선, 도시철도공사 5~8호선과 인천지하철 그리고 부산지하철과 대구지하철이 이러한 1인승무제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안전의 문제를 들어 차장승무 폐지를 반대해 왔으나 정부와 경영진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최소 수백명에서 출퇴근시간에는 천여명 이상이 이용하는 전동차에 차장이 없는 1인승무제를 도입했습니다.

기관사가 열차의 운행정보교환과 운전을 책임지고 차장은 출입문개폐와 안내방송 등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분담하여 최전부와 최후부에서 열차의 안전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할 때만이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를 초기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열차 후부에서 정신이상자의 방화를 최전부에 있는 기관사가 초기에 인지하기도 어려울 뿐 만 아니라 반대방향에서 오는 열차에게도 이를 통보하거나 비상제동을 체결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는 더욱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엄청난 화재 앞에 수 백명의 승객을 유도하는 등 안전을 책임질 승무원이 기관사 혼자여서 그 일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소한 차장만 있었다 하더라도 출입문의 수동개폐와 배터리 사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이번처럼 대형참사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차장이 있었으면 기관사 혼자서 운전사령과 교신하느라 승객이 죽어가는 상황이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와 같은 1인 승무제도는 열차가 3량이하로 다니는 한산한 구간에 대해 그것도 출퇴근 시간에는 차장을 승무시키는 등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중이 이용하는 열차 안전에 대해서는 영업이익의 손익의 관점이 아닌 절대의 명제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렇듯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공공투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 공공투자는 두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나는 화재에 대비하여 지하구내 및 차량에 소화 및 제연설비를 완벽하게 구비하고, 차량제작에서 방염처리를 강화하는 등 선진국 수준의 시설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무리 기계화, 자동화가 되고 경영합리화가 되더라도 다중이 이용하는 철도교통에서 기계의 오작동시나 이례상황에 대비해서 안전조치를 위한 최소한의 필수인력이 확보돼야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지하철역은 매표원만 있고, 출입 승객의 이상유무를 점검하는 직원은 없습니다. 수백 수천명을 태운 전동차를 기관사 혼자서 몰고 있습니다. 이래가지고는 정신이상자의 홧김 방화에도 수백명이 참사를 당하는 후진국형 인재를 면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안전에 대한 구호를 남발한들 이를 뒷받침할만한 투자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오늘과 같은 예기치 않은 사고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번 참사를 거울삼아 공공의 안전을 위해 당장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강구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또한 전국철도노동자들은 2월 한 달을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2003. 2. 19.

전국철도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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