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일요일인 15~16일 전세계 1천여여개 도시에서 1천1백50여만명의 시민이 2차 세계대전이래 최대규모의 반전시위를 벌인 가운데, 한국에서도 서울을 비롯, 부산, 광주, 원주 등 10여개의 도시에서 동시다발적 반전시위를 벌이며 "석유를 위해 피를 흘리게 하지 마라"고 외쳤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이 국제 시민단체들과 힘을 합쳐 반전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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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피는 교환불가"**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15일 오후 열린 반전시위에는 약 4천여명의 시민과 7백여개 단체가 참가, "부시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 반대한다" "한국 정부의 이라크 전쟁 지원을 반대한다"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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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운동단체의 연대조직인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가 개최한 이날 집회에는 남녀노소 내국인 외국인을 불문하고 이라크 주민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보라색 풍선을 들고 참가했다. 각 단체에서는 각양 각생의 반전구호가 써진 피켓과 플래카드 등을 들고 참가했으며 각종 퍼포먼스, 가면, 페이스페인팅 등으로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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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결의문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군사패권주의를 내세우면서 명분을 결여한 반인륜적 전쟁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전쟁을 막지 못한다면 평화와 공존으로 나가고자 하는 지구촌이 암울한 퇴보와 비극적인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의문에서는 또 "이라크 다음은 북한 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되면서 한반도에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며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지원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정부의 이라크전 참전 방침을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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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에 시작한 집회는 5시경 본 행사를 마치고 종묘공원까지 가두시위를 펼쳤다. 가두시위에서 이라크 이집트 요르단 국적의 아랍인들은 "블레어, 부시, 샤론은 전쟁광"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인간방패"를 자원하며 16일 이라크 현지로 떠나는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 2진도 대열을 이끌며 시민들도 반전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종묘공원에서의 정리집회에 발언자로 나선 파키스탄계 캐나다인 파르한(29)씨는 "사랑의 무기가 우리를 움직일 것이다. 비겁한 자들은 수천번 죽지만 용감한 자들은 한번 죽는다"며 "이라크의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서는 안된다"고 외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채로운 반전행사**
이날 집회가 있었던 마로니에 공원 외곽에서는 반전운동 네티즌 모임인 네모성(네티즌들이 모이는 성지, www.cyberaction.or.kr)과 뉴캔들(www.newcandle.org)에서 준비한 반전 록그룹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 공연에는 '아수라' 'GUMX'등 한국의 인디밴드와 일본 출신 록그룹 등이 트럭 위에서 반전 메시지를 담은 노래와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들은 가두행진에도 동참, 지나가는 시민들의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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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로니에 공원 집회가 있기 한시간 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초입에서는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WAW, Women Against War) 회원들이 모여 반전 퍼포먼스와 건널목 시위 등을 벌이며 "전쟁을 최대 피해자는 이라크 여성들과 어린이들"이라고 외쳤다.
WAW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모든 전쟁을 여성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쟁이다. 여성과 소수자에게 정당한 전쟁이란 없다"며 "만약 이라크 전쟁에 대해 지금 우리가 침묵한다면, 그 위협이 우리 생명의 문제가 될 때 우리에게 그 전쟁을 막은 어떠한 명분과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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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제를 특수주의적 관점에서 보편적 관점으로 파악하는 계기"**
이날 집회는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원주, 안산 등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 이라크 공격 반대와 한국정부의 전쟁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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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로니에 집회에 참가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이라크 전쟁반대 같은 이슈는 특별한 사회과학적 분석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며 "양심의 문제이고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할 수 있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반미시위가 갖는 남다른 의미에 대해 조 교수는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의 최대 격전장은 이라크와 한반도다. 따라서 오늘의 반전시위는 이라크 반전시위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전쟁반대이기도 하다"며 "우리가 주로 우리의 이슈를 특수주의적 관점에서 파악했는데, 이제는 보편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사고의 발전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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