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타는 탐욕 채우는 도구 아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타는 탐욕 채우는 도구 아니다"

[현장] 콜트·콜텍 해고자 위한 음악 페스티벌 '콜트 불바다'

7년째 복직 투쟁 중인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음악인들이 서울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무료 음악 페스티벌을 열었다.

11일 <콜트 불바다 - "우리가 진짜 콜트다!">란 이름으로 열린 이 축제에서 참가자들은 "노동과 음악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콜트악기와 콜텍은 나쁜 기업"이라며 콜트·콜텍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제안했다.

콜텍 해고자 임재춘 씨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10~30년 이상 기타를 만든 장인들"이라며 "장인이 있어야 기타 소리는 더 맑아진다. 정당한 대우와 깨끗한 환경 속에서 좋은 기타를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오랜 투쟁이 낳은 기타 노동자들의 밴드, '콜밴'

▲ 콜텍 해고자 4명은 지난 2012년 밴드 '콜밴'을 구성하고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유랑 문화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콜밴의 멤버, 김경봉(59) 씨.ⓒ프레시안(최하얀)
ⓒ미디어오늘

페스티벌은 임 씨를 비롯한 콜텍 해고자 4명이 지난 2012년 구성한 밴드 '콜밴(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밴드)'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먼지 자욱한 공장에서 기타를 만들던 이들이, 7년에 걸친 복직 투쟁을 거치며 손색없는 기타 연주가로 변모해 실력을 뽐냈다.

콜밴은 20여 분에 걸쳐 '나 어떡해', '이씨 네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냐', '연',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총 4곡을 공연했다. 파스텔 톤의 티셔츠와 선글라스, 밀짚모자로 단장한 50대 해고 노동자들 향해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해고자 김경봉(59) 씨는 "우리를 응원해주는 많은 시민들과 음악인들, 종교인들 덕분에 어려운 시간을 잘 버텨왔다"며 "이 자리를 만들어준 음악인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콜밴은 요즘 서울과 인천 등지를 누비며 '유랑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다른 해고자들을 위해 노래하고 있다.

"기타는 사장의 탐욕을 채우는 이윤의 도구가 아니다"

▲ 11일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콜트 불바다>에서 콜밴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 장석천 씨. ⓒ미디어오늘

김 씨의 말처럼, 이번 페스티벌은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음악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행사를 주최한 문화연대는 "교통비밖에 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사를 제안받은 음악인 대부분이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콜트 불바다' 무대에 선 음악인들은 총 21개 팀이다. 콜밴을 비롯해 룩앤리슨, 노컨트롤, CR태규와 물건들, 루스터스, 서교그룹사운드, 흐른, 얄개들, 쾅프로그램, 꿈에카메라를가져올걸, 회기동단편선, 곽푸른하늘, 야마가타트윅스터, 빅베이비드라이버, 위댄스, 김목인, 아를, 김대중, 소규모아카시아밴드, .59 등이 무대에 올라 '연대의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음악의 가치와 의미는 기타 노동자들의 노동, 삶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타가 사장의 탐욕을 채우는 이윤의 도구가 아니라, 자유와 삶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어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음악이 되길 바라는 희망으로 무대에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공연에 필요했던 공연 장비 대여료, 무대 및 포스터 제작비 등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텀블벅'을 통해 마련한다고 밝혔다. 후원자들을 위한 소정의 선물도 준비했다. (☞ 텀블벅 바로 가기)

"7년이라니 상상이 안 가요"

▲부평 콜트 악기 공장. ⓒ프레시안(최하얀)

햇수로 7년째다. 2007년 4월, (주)콜트악기는 적자와 노사 갈등을 이유로 부평공장 노동자 38명을 무더기 해고하고 113명을 명예 퇴직시켰다. 한때 전 세계 기타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던 회사였지만, 그 성장을 일군 노동자들이 버려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2007년에 이어 2008년엔 아예 부평공장과 대전 콜텍 공장을 폐쇄했다. 회사는 남은 노동자들을 전부 해고하고,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옮겨 악기를 생산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2007년 단행된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요건을 총족하지 못했다며 해고 무효를 판결했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 대법원은 2008년 직장폐쇄에 따른 해고는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었다며, '부당 해고'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올해 초에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7년째 농성 중이던 부평 공장에 대한 강제 집행이 진행돼, 해고 노동자 5명이 연행되는 일도 있었다.

<콜트 불바다>를 주최한 노동자들과 음악인들은 이날 "콜트·콜텍 사가 ('2007년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한 2012년 2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을 철회하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그들이 생산하는 기타와 모든 생산물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날 페스티벌을 알게 됐다는 한 관람객(29)은 "7년째 싸움이라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며 "이 해고 노동자들에게 하루빨리 좋은 결과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