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8일 낮 12시 민주당 정균환,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와 오찬회동을 갖는다.
이번 회동은 노 당선자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야당 대표와의 회동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 원내총무를 직접 만난다는 파격성과 의외성 뿐 아니라 새 정부 여야관계를 전망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선 대북 4천억원 지원설 등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7대 의혹' 사건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인사청문회법, 대통령직인수법 처리 등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盧, 기존 형식 깨는 새 행정부-의회 관계 실험 착수**
이번 회동과 관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7일 "당초 노 당선자는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와 만나 쟁점을 일괄타결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서 대표의 건강상 문제로 여의치 않자 민주당 정균환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여야 원내 대표의원들과 3자회동을 제의토록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17일 서청원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을 제의했으나 마침 이날 병원에 입원한 서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회동제의 수락여부 결정을 20일 이후로 미룬 바 있다.
이러한 노 당선자의 3자회동 추진 지시에 대해 정균환 총무는 "대통령이 직접 여야와 대화하는 선진국형 정치로 나아가는 의미 있고 중요한 계기"라며 "노 당선자가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당초 18일 일본방문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정균환 총무로부터 3자회동 제안을 받고 서청원 대표를 비롯, 최병렬 김덕룡 의원 등 중진 5명과 협의한 끝에 회동에 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 당선자는 기존 형식과 의전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 정치행보로 새로운 행정부-의회 관계를 만들어 가려는 일종의 '정치실험'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총리 등 새정부 요직 인선이 임박해 옴에 따라 국회 인준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의 현안 타결이 늦어져 오는 22일께 인수위법 등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20여일이 소요될 총리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을 빚을 게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치실험', 새로운 여야관계 모형 만들까?**
그러나 당선자가 직접 나서 야당 원내총무와 협상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경우 노 당선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당선자가 여야 원내총무를 직접 만나 협상을 벌이는 것은 처음있는 일로 파격적인 정치 실험이다. 게다가 노 당선자는 아직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와의 회동도 갖지 않았다. 또 현재 이견을 보이고 있는 현안에 대해 '물밑 교섭'이나 '사전 합의'가 이뤄진 상태도 아니다.
과거 도식대로라면 여야가 갈등을 빚는 정국현안에 대해 원내총무 협상, 중진급 협상, 물밑교섭 등을 통해 대부분 타결안을 내정해 놓은 상태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소위 '영수회담'이란 모양새로 일괄타결짓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전제조건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여야 원내총무가 현안을 밀고당기는 한복판에 대통령 당선자가 불쑥 끼어든 형국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7대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국회 일정 합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선 재검표 등과 맞물려 당내 일각에선 노 당선자와의 첫 상견례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있다.
반면 대선에 패배한 마당에 노 당선자의 적극적인 대화 제의를 계속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한나라당이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청원 대표가 17일 회동 제의에 즉답을 피한 것도 이러한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날 노 당선자와 양당 총무 회동에서 모든 현안이 일괄 타결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저 단순한 상견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노 당선자의 '정치실험'이 일회성 해프닝에 그칠지 아니면 실제 새로운 행정부-의회 관계, 여야관계의 모형을 창출해 낼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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