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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誤爆 조종사' 처벌하려는 이유는?

"캐나다 협조 얻기 위해 자국 군인 희생" 가족들 주장

한국 여중생 2명을 사망케 한 미군 병사들을 무죄 석방한 미국이 우방국(캐나다) 병사들을 오폭한 자국 군인을 처벌하려는 이례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군 역사상 ‘아군에 대한 오폭(Friendly fire)'을 처벌한 선례가 없는 데다 처벌대상이 된 이들 군인의 가족들은 미국 정부가 다가올 이라크전에서 캐나다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이들 미군 2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군법회의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의 한 공군기지에서 군사청문회를 열어 지난해 4월 아프간 칸다하르 남쪽 부근에서 야간 사격훈련을 하고 있는 캐나다 부대를 적군으로로 착각, 폭격을 가해 캐나다 군 4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건의 관련자들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사진1>

***미군 가족, “작전상의 문제였다”**

오폭사고가 일어난 것은 알 카에다와 탈레반을 소탕하는 대테러전쟁 중인 지난해 4월 18일 아프간 현지에서였다. 미 공군 조종사 해리 슈미트 소령과 윌리엄 엄바크 소령이 17일 쿠웨이트에서 출격, 아프간 북동부 지역을 순찰하고 귀환하던 길이었다.

당시 아프간에 파병된 캐나다군은 칸다하르 남쪽 타나크 농장지대에서 불타 쓸모없어진 탱크를 향해 대전차포와 기관총을 쏘는 야간 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었다.

통제본부로부터 캐나다군의 배치와 훈련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두 조종사는 캐나다군의 사격이 자신들의 F-16 전투기를 향한 지대공포 발사로 오인, 본부에 무전으로 대응폭격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본부에서는 확인을 위해 발포를 하지 말라고 명령하고 좀더 자세한 상황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1분 후 지상의 대전차포에서 폭탄이 발사되자 그들은 ‘정당방위’로 폭탄을 투하했다. 폭탄은 명중해 12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러나 폭격 10여초 후 통제본부는 그들이 우군이었음을 확인, 귀환명령을 내렸다.

2002년 6월 미국-캐나다 합동 조사본부는 이 사고가 통제본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모한 폭격을 가했다고 결론내리고 조종사들을 ‘비자발적 과실치사(involuntary manslaughter)' 혐의로 기소했고 군사청문회를 열게 된 것이다. 군사청문회는 유/무죄를 판결하지 않고 군사재판에 회부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들이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이 내려지면 최소 64년간 군사형무소에 복역해야 한다.

이날 청문회에서 엄바크 소령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벡은 미 공군이 조종사들에게 적절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캐나다군이 전투 지역에서 사격연습을 했는지, 왜 조종사들이 그걸 듣지 못했는지, 왜 통제본부는 캐나다 군의 훈련을 알지 못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벡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교신상의 문제가 있다는 증거를 내겠다고 주장했다.

<사진2>

***캐나다 눈치는 잘도 보는 미국**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이 사건이 있은 직후 아프가니스탄 파병 캐나다군을 즉시 철수시키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게다가 사고 직후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수롭지 않은 사건인 것처럼 말해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부시는 긴급 진화에 나서 “테러전쟁에서 캐나다인의 희생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인들은 미국의 태도가 ‘총으로 쏴 먼저 숨지게 한 뒤에야 잘잘못을 가리는 카우보이 기질’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부시 행정부와 캐나다 정부간의 지속적인 갈등요소였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결국 미국과 캐나다는 합동 조사본부를 구성, 조종사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전시 상황에서 아군에 대한 오폭을 이유로 전투기 조종사들의 군법회의 회부가 논의되는 것은 미 공군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조종사의 가족들과 후원자들은 그동안 무죄를 주장하며 정부에 편지보내기 운동과 기금마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조종사들의 출신 지역인 일리노이주의 조지 라이언 주지사도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들은 당시 공군 통제본부의 잘못이 있었는데도 조종사들의 실수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나아가 그들은 미국이 앞으로 있을 이라크 공격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인 캐나다 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조종사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군이 동맹국 군대나 주둔지 주민에 대해 저지른 사고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미국은 오폭사고를 포함, 미군이 저지른 각종 사건·사고에 의한 희생자에게 차별적인 보상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캐나다의 협조를 얻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오폭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조치를 취하면서까지 미국이 내릴 결론은 무엇이며 다른 피해당사국들과의 격차를 어떻게 좁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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