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회담 날짜에 주목했다. 북측이 14일 회담에 합의하고 광복절인 15일에 이 성과를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합의를 내기 위해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14일 회담으로 합의문 서명까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7일 발표한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담화를 보면 8.15가 많이 강조돼있다. 이걸 계기로 남북관계 전반을 개선시키자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 남북은 오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7차 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7월 25일 6차 실무회담이후 21일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이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6차회담 당시 회담장에 입장하는 김기웅(오른쪽) 남측 수석대표와 박철수(왼쪽) 북측 수석대표. ⓒ개성공동취재단 |
남측이 이번 회담에서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회담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평가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조평통의 담화를 보고 정부가 '앞으로 원하는 대로 남북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7일 조평통의 대화 제의를 두고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당국 간 대화 제의에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가 북측의 제의를 받지 않아 개성공단이 폐쇄 수순을 밟게 될 경우,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측면을 우려해 일단은 회담 제의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백 수석연구위원은 "그러한 전술적인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공단이 폐쇄된다면 남은 것은 충돌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지금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지지율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정부가 갖고 있는 정치적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이와는 달리 14일 한 번의 회담으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정부는 전향적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북측이 굴복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가동 중단 책임과 재발방지를 놓고 조평통이 내놓은 특별담화와 지난 7월 25일 열린 6차 회담에서 북측이 제시한 문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6차 실무회담 당시 북측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 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며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한다"는 문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평통이 내놓은 특별담화에는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한다'는 문구가 빠져있다.
북측에서 제시한 '저해되는 일' 이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월 3일 언급한 개성공단 '인질구출작전'을 비롯해 몇몇 매체들이 개성공단을 북한의 '밥줄', '돈줄'이라고 보도한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는 것은 곧 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기존의 북측 입장을 철회한 것이며,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공단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선임연구원은 조평통 특별담화에서 이 문구가 빠진 것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측은 조평통 특별담화에서 이미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며 "문제는 앞으로도 남측의 그러한 행동이나 발언이 재발할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이에 대해 북측은 제대로 대답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북측이 전향적으로 바뀌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대북정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원칙 있는 남북관계'가 북측 입장을 변화시켰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북측이 전향적으로 나왔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장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조평통의 특별담화를) 전향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를 (현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로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회담 날짜가 합의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에 대해 장 선임연구원은 "북측이 8.15를 민족이 해방된 날, 조국통일의 중요한 이벤트로 인식한다"면서도 "(북측 입장에서) 회담은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정도에서 머무르는 것이지, 꼭 합의를 내고 싶은 것은 아니"라면서 북측이 성과를 내기 위해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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