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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은 자주 평화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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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은 자주 평화의 해"

광화문과 종로, 촛불시위ㆍ송년인파로 인산인해

2002년 임오년 마지막 밤, 광화문과 보신각 일대는 촛불추모집회와 보신각 타종을 보기 위해 거리에 나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찰의 통제로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광교까지 교통이 완전 통제된 가운데, 자정을 기해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환호하며 계미년 새해를 맞이했다.

저무는 한해를 아쉬워하며 올드랭싸인이 울려퍼지고 시민들이‘10, 9, 8, … 3, 2, 1, 0’카운트다운을 힘차게 연호하는 가운데 시작된 제야의 종 타종에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롯, 이성구 서울시의회의장, 장애인 출신 발레리나 강진희씨, 외국인 자원봉사자 마거릿 닝게토씨, 2002 월드컵 스타 유상철 선수 등 각 분야 인사 12명이 33차례 타종했다.

<사진1>

***광화문에서 종로까지 발디딜 틈이 없어**

이와 동시에 광화문에서 촛불추모집회를 마치고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여한 촛불추모집회 인파도 “SOFA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 등에 맞추어 열광했다.

보신각 일대에 5만 여명의 인파가 모여 폭죽을 터뜨리며 서로 새해 덕담을 나누고, 거리 곳곳에서는 인디 록밴드들의 기습적인 공연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등, 월드컵 이후 거리에 나서 축제 즐기기를 꺼리지 않는 월드컵 세대들의 모습이 한국민의 전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한 손에는 폭죽을 든 대학생 김태훈(20)씨는 “월드컵 때 같이 응원했던 친구들 7명과 함께 이 자리에 왔다”며 “답답한 술집이나 카페에서 놀다가 이렇게 거리로 나오니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들은 또한 월드컵 때 입고 다녔던 붉은 악마 티셔츠와 수건 등을 꺼내 보였다.

***저녁 6시부터 '100만 촛불평화대행진' 열려**

이에 앞서 저녁 6시부터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는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심미선 신효순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여중생범대위)의 주최로 ‘100만 촛불평화대행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여중생범대위 공동상임대표단과 가수 장사익, 양희은씨, 민노당 권영길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추모집회 인파와 보신각 타종을 보기 위해 모인 인파가 합쳐져 광화문에서 광교까지 행렬의 끝을 알 수 없었다.

한편, 개회사에서 오종렬 여중생범대위 공동대표는 "촛불 시위를 자제하라는 말이 있다”며 “그러나 평화의 촛불이 이 땅에서 꺼질 때 조국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고 했다.

<사진2>

이관복 공동대표는 ‘자주선언문’에서 “2003년을 자주와 평화의 해로 만들자”며 “새해에는 반드시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와 SOFA전면개정으로 민족자주권을 회복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내자”고 했다.

그 동안 촛불집회의 주제가처럼 불렸던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가수 양희은씨가 직접 부르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양희은씨는 "4년 전 광주 금남로에서 노래하던 기억과 겹쳐진다”며 “그동안 우리나라는 몇몇 리더들이 아니라, 민들레, 질경이 같은 국민들이 지켜왔다”고 했다.

***"네티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다"**

네티즌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발언도 이어졌다.

인터넷 포탈 다음(DAUM) 카페 ‘미군여중생살해사건해결서울모임’의 강순영씨는 “여중생 사건을 가장 먼저, 가장 멀리 전파한 것이 네티즌이고,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게 한 것도 네티즌”이라며, “이제 네티즌은 허구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다”고 했다.

‘평화촛불대행진’ 행사는 저녁 9시에 미 대사관쪽으로 진출해 ‘촛불 인간 띠 잇기’를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성공하지 못하고,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있는 보신각 쪽으로 이동해 집회를 계속했다.

이날 새해를 맞이하는 시민들의 표정도 다양했다.

가족들과 함께 온 최영은(38, 주부)씨는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애들을 데리고 집회에 나오다가 오늘은 남편도 함께 왔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 만큼 반드시 SOFA가 개정이 돼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새해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애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새로운 대통령이 새나라를 만들었으면..."**

대학교 동기들과 함께 온 대학생 김수현(23)씨는 “내년부터는 이 땅에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바란다”며 “내년에 졸업반인데, 내가 전공하는 의류업게 경기가 좋아져서 꼭 취직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에 북핵 문제가 주요한 외교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이에 따른 반응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경기도 송탄에서 왔다는 강철우(47, 사업)씨는 “딸이 같이 가자고 졸라대는 바람에 왔다”며 “북한 핵 문제가 다시 대두되는 가운데 이 촛불시위가 미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3>

‘전쟁반대 평화모임’의 한 회원은 “우리의 평화촛불집회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의 전세계적인 전쟁 반대를 통해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요구를 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절대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직장동료들과 함께 송년회를 대신해 참석했다는 박근영(35, 회사원)씨는 “87년부터 92년까지 대학시절 내내 거리에서 지냈다”며 “어느 정도 엄숙하고 저항 정신을 보여야 할 집회자리가 너무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있는 것이 월드컵 이후에 바뀐 세대 풍속도에 편승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여중생 사건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

박씨는 “그러나 우리 국민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분노가 얼마나 강한지 미국에 확실히 전달 됐을 것”이라며 “이제 남은 것은 새로운 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고 했다.

촛불집회는 전국 60여 곳에서 자정이 넘어 새벽까지 계속 됐으며,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도 교민과 유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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