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효순·심미선양 압사 사건과 관련해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가 대선이 끝난 19일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과잉진압이 물의를 일으켰다.
***범대위, 폭력진압 한국경찰 규탄성명 발표**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3일 오후 미 대사관 옆에서 '12월 31일, 1백만 촛불평화대행진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촛불인간띠잇기 폭력진압 한국경찰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범대위는 지난 주말인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평화촛불인간띠잇기' 대회에서, "(경찰이) 촛불을 들고 인도로 행진하는 자기 나라 국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며 "한국경찰이 진정으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한국경찰은 국민에 의해 매국노로 단죄 받고 심판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대위는 또 "(경찰이) 교복을 입은 어린 중·고등학생들한테까지 집단 폭행을 가하는 반인륜적 만행을 저질렀다"며 ▲폭력진압 책임자 처벌 ▲폭력진압에 대한 한국 경찰청장의 공개사죄 ▲국민의 뜻을 막으면서 미국 하수인 노릇을 하는 매국노적 한국경찰 각성을 요구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오후 4시부터 종묘에서 열린 '1차 미대사관 인간촛불띠잇기대회'에 참가한 5백여명의 참가자들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5시경 차도로 행진을 시작하려 했으나, 이를 경찰이 저지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저지로 인해 인도로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은 인도까지 막고 이들이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1시간여 동안 경찰과 몸싸움을 하며 대치하다가, 종묘 뒤쪽 길 등을 통해서 1천여명의 시민, 네티즌,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그러나 범대위 측이 행사용으로 사용하는 방송용 무대 차량은 경찰이 종묘 입구를 전경버스로 막고 있어서 7시가 넘어서도 종묘를 빠져나올 수 없었다.
광화문 교보빌딩 주변은 매주 토요일마다 그랬던 것처럼, 2천여 개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시민들은 '불평등한 SOFA 개정', '부시 미 대통령의 직접 공개사과', '책임자의 한국 법정 처벌' 등을 외치며 평화집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집회참가자들이 미 대사관 포위 인간 촛불띠잇기를 시도하기 위해, 경찰 저지선을 뚫고 미 대사관 쪽으로 행진하자, 경찰이 이들의 미 대사관 접근을 막기 위해 방패로 시민들을 밀쳐내는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고등학생 박모군(17)은 "건널목을 건너던 중 1021이라는 숫자가 적힌 방패를 든 전경이 나를 구타해 안경이 깨지고, 깨진 안경 조각에 눈가가 찢어졌다"고 했다. 고등학생 임모양(16)은 "경찰이 (나를) 넘어뜨려서 방패로 찍고 군화발로 밟는데, 어떤 아저씨가 나를 덮쳐줘서 그나마 조금 다쳤다"며 "그런데 그 아저씨는 등이 온통 방패자국 멍이 들었다"고 했다.
경찰관계자는 이와 관련,"경찰은 제네바 협약에 의해 외국 대사관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상부의 지시를 따라 경찰의 의무를 다한 것 뿐"이라며 "원칙적으로 일몰 후에는 집회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백번 양보하여 집회 구역을 인정해 주었는데도, 미 대사관까지 진출하겠다는 시위대의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평화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을 이해할 수 없어"**
그러나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평화적인 행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과잉진압을 실시한 것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학생 오모양(22)은 "대선이 끝난 이후라 경찰의 집회에 대한 태도가 180도 변한 것 같다"며 "높으신 분들이 이제 국민들 눈치를 안 봐도 되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고등학생 윤모군(17)은 "경찰 방패에 맞아 무릎에 멍이 들었다"며 "촛불 하나만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방패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너무나 무서웠다"고 울먹였다.
21일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11월 21일 동두천 미군 캠프 케이시 앞에서의 충돌 이후에 거의 매일 같이 전국적으로 집회가 있었지만, 계속 평화적으로 치러오다가 처음으로 발생한 충돌이라 앞으로의 촛불집회 과정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SOFA개정약속을 지켜라"**
한편, 범대위는 23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보내는 촉구서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는 촉구서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범대위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는 촉구서한'을 통해서 "대통령 당선자로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초미의 민족사적 과제는 미선이 효순이 두 여중생 살인사건 문제"라며 "국민의 지지를 계속 받고 국민의 힘을 통해 올바른 정치를 하기 바란다면 온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두 여중생문제를 해결할 것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12월 9일 범대위와 만나서 두 여중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국민 서약식은 하지 않았지만, 부시미대통령의 사과와 소파개정을 위해 책임지고 노력하겠다고 약속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에게 '북핵문제'와 함께 '여중생 사건'은 미국과의 외교역량을 평가 받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대위는 또 "부시 미 대통령이 12월31일까지 적접공개사과와 SOFA개정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전 한국민의 저항을 맞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우리 국민의 열망을 이룩하기 위해 오는 31일 저녁6시부터 광화문에서 열릴 예정인 '100만 촛불평화대행진'에 국민들이 조금 더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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