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을 3일 앞둔 16일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과 더불어 막판 2대 쟁점으로 떠오른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이 후보가 이날 오전 "노 후보의 생각이 북한 주장과 똑같다"며 공세를 퍼부은 데 대해 노 후보는 '2003년 위기설'을 거론하며 "이 후보가 집권하면 남북대화가 갈데까지 간다"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노 후보의 주장을 북한과 직접 연결시키며 '색깔론'을 연상시키는 공격을 가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이 후보를 '핵 위기' 조장세력으로 몰아부치며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이라고 역공을 폈다.
선거전이 막판 박빙의 접전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북핵문제 공방이 역대 대선전의 단골메뉴였던 '색깔론' 논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막판 부동층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盧 북한 주장과 너무나 똑같다"**
이회창 후보는 16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면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노 후보 생각도 북한의 주장과 너무나 똑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조평통이 나를 동족을 해치는 `전쟁론자'라고 맹비난한 다음날 노 후보가 마치 북한과 입을 맞춘 듯 똑같은 말로 나를 비난했다"면서 "정권연장이 아무리 절박하다 하더라도 북한의 음해와 모략을 앵무새처럼 외워 상대후보를 비난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후보다운 행동이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어제 노 후보의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인식,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인식, 그리고 국민을 위협하는 사실 왜곡과 선동은 가히 충격적 수준"이라며 "실패로 끝난 햇볕정책을 연장하겠다는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앞날은 불보듯 위태롭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어 "실패한 햇볕정책을 계속하고 핵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결코 평화의 길이 아니다"면서 "나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나 핵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신념이 있고 부시 미 대통령을 비롯,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 수뇌들을 설득할 신뢰와 자신이 있으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낼 결연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북한이 핵개발을 하더라도 현금을 계속 줘야 한다는 노 후보와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는 나 이회창 중 누가 더 전쟁론자인가"라며 "지난 94년 핵위기는 북한의 약속 위반과 벼랑끝 전술 때문인데도 노 후보가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북한 주장을 두둔하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남북대화 막히면 핵위기 온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가 전쟁이냐 평화냐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북 현금지원을 끊자고 하는 것은 곧 금강산관광과 민간 경제교류를 끊자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남북대화가 막혀 갈 데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유세에서 "`2003년 위기설'은 그동안 오랫동안 얘기돼 왔다"며 "지금 상황은 지난 94년과 비슷하게 가고 있는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돕던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말이 똑같다"고 말하고 "이번에도 (당시와 같이) 카터 전 미 대통령이 해결해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 후보는 "교류가 끊기면 남북대화가 끝나고 남북대화가 막히면 94년과 같은 핵위기를 누가, 무슨 수로 중재하고 해소할 것이냐"며 "우리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경제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이어 "남북전쟁의 위협이 계속되면 동북아시대는 영원히 안온다"며 "이제 우리는 평화를 가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회창 후보가 '노 후보 생각이 북한과 똑같다'라고 공격한 데 대해 "매사를 친북이냐 아니냐로 보는 외눈박이 대북관"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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