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반미' 대응방식을 놓고 지지기반인 보수우익과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서 권력을 독식하다시피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단체장과 시의회가 대립하는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핵심 사업으로 내건 서울시청 앞 광장조성 사업 등에 시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으며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공동으로 추진중인 지하철 연장운행도 지자체간 입장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은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등 수도권의 행정권을 사실상 장악했으며, 특히 서울시의회(1백2석)는 한나라당이 의석의 절대다수인 84%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혼선이 빚어져 집행력과 협의력에 큰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대선을 열흘 앞둔 한나라당으로서는 여간 당혹스런 상황전개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절대다수인 시의회가 李시장 공약 제동**
서울시의회는 7일 오전 제23회 정례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심사해 본회의에 상정한 2003년도 서울시 예산안 12조7천7백80억원에서 2천3백68억원을 삭감하고 1천2백23억원을 증액 및 예비비로 편성, 내년도 전체예산은 1천1백45억원이 순삭감된 12조6천6백35억원으로 확정했다.
시 의회는 이날 지역 민원성 예산은 늘린 반면 이명박 시장의 주요 공약사항 및 시책사업인 뚝섬숲 조성안 예산 30억원을 아예 빼버렸으며, 시청앞 광장조성 예산 55억원, 서울추모공원 건립 예산 3백억원도 본예산안에서 삭제시킨 대신 시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로 편성했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공사비 2백억원, 영어체험마을 건립비 2백50억원 등도 삭감됐다.
또한 이 시장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 예산도 1천13억원에서 30억원이 삭감됐으며, 왕십리 뉴타운개발사업비도 7백30억원에서 49억원이 줄었다.
시 의회는 "예산이 전액 삭감된 뚝섬공원 조성사업의 경우 도심 녹지공간 확충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바뀜에 따라 새로운 계획이 수립되는 등 정책의 일관성, 예측성 등이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 의회의 이같은 예산 삭감 조치는 이 사장의 불도저식 정책수행에 제동을 걸고 의회 고유의 예산 심의권을 확인시킨 것으로, 한나라당 소속이 대부분인 서울시 의원들이 이 시장에게 사실상 '반기'를 든 셈이다.
이처럼 시의회가 이 시장의 주요 공약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일부 사업은 추진일정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현대건설 회장 출신답게 '블도저식 업무추진'을 장점으로 내걸어온 이명박 시장의 향후 행보에도 커다란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도권 지하철 '반쪽짜리' 연장운행**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안상수 인천시장 등 '한나라당 수도권 자치단체장 3인방'의 야심적 공조사업인 수도권 지하철 연장운행도 서울시내 일부 구간에서만 시행, 처음부터 '반쪽운행'으로 전락하는 파행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8일 "시 외곽으로 연결되는 국철 구간을 관리하고 있는 철도청이 노사합의가 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연장운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서울시내 구간에서만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일부터 시행되는 연장운행에서 ▲1호선 청량리~의정부북부역, 서울역~인천, 서울역~수원 ▲3호선 구파발~대화 ▲4호선 사당~오이도 ▲용산선 용산~회기 ▲분당선 수서~오리 구간은 제외된다.
수도권 지하철 연장운행의 파행은 서울지하철공사, 도시철도공사, 인천지하철공사, 전국철도 등 4개사 노조가 "노조와 협의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불참을 선언한 것이 일차적 원인으로 지목되나, 지자체간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에 대한 경기도와 인천시측의 반감도 적지않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시와 인천시는 그간 지하철 연장운행에 따른 비용 문제로 대립해 왔으며 이에 따라 인천지하철공사가 연장운행에 따른 연간 18억원의 적자를 서울시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파행을 겪어왔다.
이와 관련 임석봉 인천시 지하철공사 사장은 "인천시 지하철의 경우 서울과는 달리 심야시간대 손님이 거의 없는데도 지하철을 연장운행하는 것은 서울시장의 공약을 위해 인천시민이 희생되는 꼴"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권 지하철 심야 연장운행은 단지 서울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천시나 경기도 등 관련 지자체 주민들에게도 함께 편익을 제공하는 일"이라며 "연장운행에 따른 적자손실은 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앙당은 중앙당대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대로 갈등과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게 현재 한나라당의 24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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