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위 회의에 출석, 국정원의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국정원 수장으로서 지난 대선 때 진위 여부를 떠나 저희 직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 남재준 국정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국조특위 기관보고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남 원장은 그러나 "급변하는 정세와 북한의 도발 속에서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으나 업무 대부분이 기밀사항이어서 소상히 알릴 수 없었고 의혹과 논란을 때때로 불러일으켰다"며 "대북 심리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수사와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조직을 개편하고, 획기적인 인사시스템 마련하고 있다"며 '자체 개혁'을 강조하는 등 그간 여당이 주장한 바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제2의 김대업 사건" VS "권영세-김무성, 국정원 사건 개입"
이날 국정원의 기관보고는 당초 여야 합의대로 남 원장의 인사말과 여야 기조발언 부분만 공개하고, 이후 질의응답 등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남 원장의 출석을 잔뜩 벼르고 있던 야당 특위위원들은 공개로 진행된 기조발언에서 남 원장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야당은 특히 각종 자료화면을 통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경찰-박근혜 후보 선거캠프 간 연결고리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반면 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은 이번 사건이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일으킨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며 비판의 화살을 민주당에 돌렸다.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여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패색이 짙어가자 전현직 직원을 매수해 알아낸 대북심리전 활동을 대선 개입으로 호도하려 했다"며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사건이 재판 중인 점을 들어 "삼권 분립 정신에 대한 훼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여야의 국정조사 합의를 어렵게 태어난 '옥동자'라고 주장하였으나 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생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정원의 무소불위 권력을 비판하면서, 남 원장에게 국정원 검찰 수사 당시 압수수색 동의 여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당시 대통령 보고 여부를 물으며 날을 세웠다.
박 의원과 야당 간사인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수사 결과를 사전 인지했음을 보여주는 영상, 당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의 'NLL 녹취록' 등을 자료로 내세우며 '김무성-권영세'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與 "종북세력, 진보세력으로 위장" 발언에 野 "모욕적 언사" 발끈
이날 국조 공개 부분은 고작 한 시간에 불과했지만, 곳곳에 암초가 숨어있었다. 또 다시 파행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특위위원 간, 위원과 방청객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진행이 평탄치 않았다.
여당은 민주당 출신인 신기남 위원장의 진행을 문제삼았다. 신 위원장은 회의 시작 전, "이번 사건은 국정원 신뢰를 뿌리까지 뒤흔든 심각한 일이다. 검찰수사만 봐도 불법 개입"이라며 "남재준 원장은 국민께 사죄드린다는 자세로 이 자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남 원장을 질타했다. 이에 여당 특위위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검찰 기소내용이 확정인 것을 전제로 말씀하신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야당은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의 '종북 발언'에 항의했다. 김 의원이 "북한 및 종북세력은 야당 지지자와 진보세력으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어 식별이 어렵다"고 말하자 야당 특위위원인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모욕적인 언사가 나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이날 단체 참관한 민주당 의원들도 김 의원에게 야유를 보내며 발언 취소를 요구했다. 이에 여당 특위위원들이 "종북 세력인 것을 인정하는 거냐"고 받아치면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지상파 방송사 중계 문제로 당초 예정 시각인 오전 10시가 아닌 오후 2시에 개최됐다. 오전 회의 시작 전, 민주당 측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생중계하지 않으면 국정원 기관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여야는 지상파 방송사들에 생중계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KBS 1TV와 SBS, MBC 등은 기관보고를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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